지금 당장 퇴사 말고, 먼저 해보는 ‘시장가치 체크리스트 3가지’
앞선 글들에서
- “일은 잘하는데, 이 회사 안에서는 더 못 클 것 같다 느끼는 분들께”,
- “버틸까, 떠날까 사이에서 진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사람들 특징”,
- “리더/중간관리자 입장에서 본, ‘여기선 더 못 크겠다’는 에이스를 대하는 방법”
이렇게 회사 안의 판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그래도 결국 남는 질문은 이거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나가면 더 잘 될 수 있는 사람인가요?”
오늘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지금 다니는 회사를 떠나든 버티든 누구나 한 번은 해봤으면 하는
‘시장가치 체크리스트’ 세 가지를 적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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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봉·직급 말고, “시장 안에서의 나”를 숫자로 본 적이 있나
많은 분들이 “우리 회사 안의 나”만 압니다.
- 우리 회사 기준 연봉 밴드
- 직급 체계
- 평가 등급
그런데 정작
“비슷한 연차·역할의 사람들이 시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느 정도 보상을 받는지”는 거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쉽게 “나는 과소평가당하고 있다”는 감정과 섞입니다.
정말 과소평가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시장 관점에서 보면 “하는 일보다 과하게 받는 상태”인 케이스도 있습니다.
COO 자리에서 보면, 이 지점을 냉정하게 보는 사람이 다음 스텝을 준비할 때 훨씬 유리했습니다.
- 채용 공고를 열어서
- 나와 비슷한 연차
- 비슷한 직무(전략, PM, 영업, 데이터 등)
의 JD와 연봉 범위를 여러 개 비교해보세요.
리멤버나 링크드인에서 동종 업계 사람들의
커리어·직함·이동 경로를 한 번에 쭉 훑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헤드헌터나 업계 선배에게
“솔직히 시장에서 보면 제 포지션은 어느 정도인가요?”를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오늘 액션:
퇴근 전에, 리멤버/잡포털에서
“나와 비슷한 연차·직무” 채용 공고 10개만 읽어보면서
요구 스킬 / 책임 범위 / 연봉 범위를 메모장에 정리해보세요.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대략의 지도 한 장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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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옮기려는 게 ‘스킬 세트’인지, ‘판 전체를 맡아본 경험’인지
면접을 보다 보면, 비슷한 연차인데도 시장가치가 크게 다른 두 타입이 있습니다.
1. “무엇을 잘하는지”는 말하지만, 늘 누군가가 짜준 판 안에서 본인이 맡은 기능(function)만 잘 수행해 온 사람
2. “어떤 판을 책임졌는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
- 매출/이익/트래픽/고객지표 등 결과 숫자를 맡아본 경험
- 그 숫자를 만들기 위해 사람·예산·우선순위를 스스로 조정해본 경험
- 잘 안 됐을 때 판을 갈아엎어본 경험까지 있는 사람
‘여기선 더 못 크겠다’ 구간을 실제로 넘는 사람들은,
대부분 1에서 2로 넘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킬 리스트만 잔뜩 나열하는게 아니라,
“내가 책임졌던 판이 뭐였는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 질문을 한 번 던져보면 좋겠습니다.
“내가 이직해서 가져갈 수 있는 건, 스킬 세트인가,
아니면 ‘어떤 판을 책임졌던 사람’이라는 이력인가?”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최근 2~3년 사이에 했던 일을 프로젝트 단위가 아니라 ‘책임 단위’로 적어보는 겁니다.
- “A 서비스 런칭 PM”이 아니라
→ “A 서비스 런칭 이후 6개월간, 월 매출 ○○억/재구매율 △△% 책임”
- “영업 전략 수립”이 아니라
→ “특정 지역/채널 매출 ○○억과 손익 관리 총괄, 인원 ○명 리딩”
이렇게 바꿔보면,
내가 그동안 얼마나 “판 전체”에 가까운 일을 해왔는지,
혹은 아직 “기능”에 머물러 있는지 훨씬 선명해집니다.
오늘 액션:
지난 2~3년 동안 했던 일 중
“내가 결과 숫자까지 책임졌던 일” 2~3가지를 골라서
- 배경
- 내가 맡은 책임
- 실제 결과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A4 한 장 안에 정리해보세요.
이 문서 하나가, 나중에 이직·승진·연봉협상 할 때까지 오래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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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6~12개월 안에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준비물’이 있나
“일단 나갈 준비부터 해야 하나요?”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제 답은 조금 다릅니다.
“나가든 안 나가든,
6~12개월 안에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준비물은 갖춰두자.”
이건 이직을 당장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커리어의 주도권을 회사에서 나에게로 가져오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제가 보통 추천하는 준비물은 이 정도입니다.
1. 최신 이력서 1개 : 최근 성과와 “판을 책임진 경험” 중심으로 업데이트
2. 대표 프로젝트 요약 2~3개 : 방금 정리한 A4 한 장짜리 스토리
3. 온라인 프로필(리멤버/링크드인 등) : 직무·키워드·경력 요약을 “시장에서 검색되기 좋은 형태”로 정리
4. 연락하면 솔직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 2~3명 : 전/현직 상사, 동료, 협업 파트너 등
5. 최소 3~6개월 버틸 수 있는 개인 재무 체크 : 무리한 올인 이직을 막는 안전장치
이 정도만 갖춰져 있어도,
- 회사 안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렸을 때
- 외부에서 갑자기 제안이 들어왔을 때
둘 다 훨씬 침착하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주 액션:
위 준비물 리스트에서 “지금 당장 손댈 수 있는 것 1개”를 골라
1~2시간만 투자해보세요.
예를 들면, 리멤버 프로필을 지금 커리어에 맞게 싹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나를 다시 올려두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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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회사에서 더 못 크겠다”라는 감정은,
대부분 회사 문제 + 구조 문제 + 내 시장가치에 대한 불안이 한꺼번에 섞여서 나옵니다.
오늘 적어본 세 가지 체크리스트는
- 회사를 욕하기 전에,
- 나를 과대평가/과소평가하기 전에,
한 번쯤 시장 관점에서 나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도구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이걸 한다고 해서 당장 답이 딱 떨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 “내가 어디까지 와 있는 사람인지”
- “무엇을 준비하면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는 훨씬 분명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버티든, 떠나든.
판을 보는 눈과, 내 시장가치를 보는 눈을 같이 키워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