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는 흑맥주가 기네스밖에 없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글
(사실 저는 흑맥주를 그리 즐기지 않습니다만 아는 척은 해야 되잖아요?)
여러분, 맥하!
지난 글 반응이 별로 없어서 안 돌아오려다가 여러분께 한 번 더 기회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좋은 말 할 때 좋아요랑 댓글 남기라고요.
밤공기가 제법 쌀쌀해진 걸 보니, 이제 진짜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이런 날씨엔 청량한 라거도, 상큼한 IPA도 좋지만, 왠지 모르게 깊고 진한 풍미의 흑맥주 한 잔이 생각나지 않으신가요? 사실 전 아닙니다만 진짜로 가아아아끔 그런 날들이 있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분들이 꽤 계시겠지요. 아마도?
지난 편까지는 화사하고 향긋한 에일의 세계를 탐험했다면, 오늘은 그 정반대인, 묵직하고 고소한, 어둠의 미학, 다크 에일(Dark Ale)의 세계로 떠나보겠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볶은 맥아(Roasted Malt)'에서 오는 커피, 초콜릿, 견과류 같은 고소한 풍미죠.
참고로 저는 초콜릿, 견과류도 안 좋아하고, 커피도 산미 있는 친구를 좋아합니다만 ^.^
암튼. 제 취향은 그만 말하고 흑맥주 소개 가보겠습니다. 기기.
1. 부드러운 입문 : 브라운 에일 (Brown Ale)
흑맥주 하면 왠지 쓰다는 편견이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브라운 에일로 시작해보세요. 포터나 스타우트보다 색이 옅은 갈색을 띠며, 볶은 견과류, 캐러멜, 비스킷 같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입니다. 쓴맛이 거의 없어 흑맥주 입문자에게 최고의 선택이죠.
- 대표 맥주 : 뉴캐슬 브라운 에일 (Newcastle Brown Ale)
2. 흑맥주의 양대 산맥: 포터 (Porter)와 스타우트 (Stout)
1편에서 '카페 모카'와 '에스프레소'로 비교했던 기억인데 맞나 아닌가 모르겠네요. 암튼, 이제 좀 더 자세하게 파헤쳐 볼 시간입니다.
사실 스타우트는 원래 '강한 포터(Stout Porter)'에서 시작된, 포터의 아들 격인 맥주입니다. 그리고 아들은 어쩔 수 없이 아빠와 비슷한 듯 다를 수밖에 없죠. 사는 방식이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둘의 맛이 달라진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맥아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1) 포터 (Porter) - 카페 모카 같은 부드러움
싹을 틔운 보리(맥아)를 볶아서 만들어, 다크 초콜릿, 캐러멜처럼 부드럽고 달콤 쌉쌀한 풍미를 냅니다.
- 대표 맥주 : 풀러스 런던 포터 (Fuller's London Porter)
2) 스타우트 (Stout) - 에스프레소 같은 강렬함
싹을 틔우지 않은 생보리를 커피처럼 강하게 볶아 사용합니다. 그래서 원두 커피처럼 톡 쏘는 쌉쌀함과 드라이한 맛이 특징이죠. (기네스 특유의 쌉쌀한 맛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거죠.)
- 대표 맥주 : 기네스 드래프트 (Guinness Draught)
3. 스타우트, 어디까지 진화하는가?
스타우트는 가장 인기가 많은 흑맥주인 만큼,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진화했습니다.
- 밀크 스타우트 (Milk Stout) : 유당(Lactose)을 넣어 만든, 카페 라떼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스타우트입니다. 쓴맛을 싫어하는 분들도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 오트밀 스타우트 (Oatmeal Stout) : 오트밀을 넣어 만든, 비단처럼 부드러운 질감의 스타우트입니다. 목 넘김이 예술이죠.
- 임페리얼 스타우트 (Imperial Stout) : 모든 것을 두 배로! 와인처럼 높은 도수(8~12% 이상)와 진한 풍미를 자랑하는 '흑맥주의 왕'입니다. 그래서 임페리얼이죠.
4. 맥덕의 증표 : 배럴 에이징 (Barrel-Aged)
바틀샵에서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는 흑맥주를 보셨다면, 아마 '배럴 에이징' 맥주일 겁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 같은 고도수 맥주를 위스키나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 몇 달, 몇 년씩 숙성시킨 맥주를 말합니다. 기존 흑맥주의 풍미에 바닐라, 오크, 초콜릿, 위스키 향이 더해져, 그야말로 궁극의 어른의 맛을 선사합니다. 와인처럼 천천히 음미해야 하는 특별한 맥주죠.
바틀샵에서 병뚜껑에 밀랍 씰이 둘러진 걸 보신 분들 계실 거예요. 그 친구들이 주로 이 배럴 에이징 맥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닌 경우도 있긴 하지만.
배럴 에이징 맥주처럼 장기 숙성이 가능한 귀한 맥주들은 아주 미세한 공기 유입까지 막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병뚜껑 위를 밀랍으로 한번 더 봉인하기도 합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 맥주는 아주 특별합니다"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고요.
저도 그래서, 흑맥주를 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밀랍씰이 예쁘게 둘러진 배럴 에이징 맥주들은 가아끔 사먹기도 해요. 예쁘고 도수도 높아서, 그리고 위스키 배럴 에이징이라니까 또 궁금하고 그래서 말입니다. 있어보이잖여.
아무튼.
선선해지는 계절, 내일, 불금에는 고소한 브라운 에일 한 잔으로 가을의 문을 열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니면 묵직한 임페리얼 스타우트와 함께 깊어가는 밤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네요. 있어보이게 배럴 에이징 맥주를 한 병 딱 마시는 것도 괜찮고요.
다음 편에서는 많이들 기다리시는 사워맥주로 한 번 와볼까 합니다.
기대되신다면 댓글과 좋아요 아시죠?
다음편은 여기
https://link.rmbr.in/fewx3p
이전 편들이 궁금하시다면 여기 있습니다.
1편 : https://link.rmbr.in/ssoq5a
2편 : https://link.rmbr.in/6gi1ca
3편 : https://link.rmbr.in/amcpq1
4편 : https://link.rmbr.in/w1fngz
그럼,
당신의 눈동자에 치어스! 맥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