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관리자 입장에서 본, “여기선 더 못 크겠다”는 에이스를 대하는 세 가지 현실적인 방법
앞선 글에서 “여기선 더 못 크겠다”는 에이스를 대하는 리더 입장을 이야기했습니다. 댓글을 보니 이런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최상위 리더니까 할 수 있는 얘기 같은데요.”
“중간관리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거의 없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위에 오너·임원이 있고, 아래에는 에이스가 있는 중간관리자 자리는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오늘은, 그 자리에 있는 분들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
1. “내가 쓸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먼저 끝까지 써본다
중간관리자는 보통 이런 권한이 없습니다.
• 연봉·직급을 직접 결정할 권한
• 조직 구조를 통째로 바꿀 권한
• 채용·퇴사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권한
그래서 많은 분들이 “어차피 못 바꾸니 그냥 버틴다”로 가버립니다.
그런데 막상 뜯어보면, 이런 것들은 중간관리자도 손댈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업무 배분과 우선순위 조정
• 프로젝트/과제에서 “판 전체”를 보여주는 역할 부여
• 1:1 피드백과 평가 코멘트 작성 방식
• 상위 리더에게 에이스의 기여를 “번역해서” 올리는 일
에이스 입장에서는, 당장 연봉·직급이 안 바뀌어도 이 네 가지만 제대로 해줘도 체감이 꽤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1:1에서 이렇게 말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 구조에서 당장 직급을 바꾸긴 어려운데, 대신 내가 줄 수 있는 건
1. 이 판을 전체로 맡기는 것,
2. 위에 보고할 때 당신 이름을 앞에 세우는 것,
3. 다음 인사 평가에서 이 부분은 내가 책임지고 쓰는 것
이 세 가지까지는 확실히 해볼게요.”
“내가 줄 수 없는 것”과 “줄 수 있는 것”을 구분해서, 후자는 끝까지 써보는 것.
이게 중간관리자에게 허용된 첫 번째 카드입니다.
⸻
2. 위에는 “불평”이 아니라 “리스크 + 데이터”로 이야기한다
많은 팀장들이 위에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OO님을 좀 더 챙겨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친구 나가면 팀이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게 “또 한 번의 민원”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만 포맷을 바꿔보면 좋습니다.
• 이 에이스가 지금 어떤 숫자/성과를 만들고 있는지
• 이 사람이 빠지면 어떤 지표·업무에 공백이 생기는지
• 이 상태가 6~12개월 지속됐을 때 리스크 시나리오가 뭔지
를 간단하게라도 정리해서 올리는 겁니다.
“지금 이 동료가 담당한 영역 매출의 40%를 책임지고 있고,
이 사람이 빠질 경우 대체 인력을 키우는 데 최소 1년은 걸립니다.
이 리스크를 줄이려면,
1. 역할/타이틀 정리,
2. 보상·승진에 대한 중기 플랜,
둘 중 하나는 논의했으면 합니다.”
위에서 바로 결정을 안 내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나는 팀원 편만 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업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는 겁니다.
이런 팀장이 있는 팀은, 에이스 입장에서도 “그래도 내 편 들어주는 사람이 조직 안에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
3. 그래도 구조가 안 바뀌면, “같이 방향을 고민하는 동료”가 된다
어떤 회사는 정말로, 중간관리자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 승진은 “연차 + 학연”으로만 결정된다
• 직무·조직 이동이 막혀 있다
• 오너가 모든 의사결정을 직접 한다
이럴 때 “조금만 더 버텨봐”라고만 말하는 건, 팀장도 팀원도 둘 다 소진되는 길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중간관리자가 “위에서 허락한 만큼만 사람을 붙잡는 역할”을 내려놓고
“커리어 동료” 포지션으로 넘어가는 게 낫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대화입니다.
“회사 구조상 당장 판을 크게 바꿔주긴 어려울 것 같아요.
대신, 당신 커리어 전체를 놓고 같이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요.
여기서 1~2년 더 버틸 때 얻을 수 있는 것과
밖으로 나갔을 때 열리는 옵션들을
같이 비교해보면서 얘기해보죠.”
여기서 중요한 건 두 가지입니다.
1. “떠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테이블 위에 올리는 용기
2. 그 선택을 팀장의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 삶의 문제로 인정해주는 태도
에이스 입장에서는,
“그래도 내 편 들어준 팀장이었다”고 오래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직은 못 바꿨을지 몰라도, 사람 하나의 다음 스텝에는 영향을 준 것입니다.
⸻
정리하면, 중간관리자에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카드는 이 셋 정도라고 봅니다.
1. 내가 가진 권한의 범위를 끝까지 써본다.
2. 위에는 감정이 아니라 리스크와 데이터로 말한다.
3. 그래도 안 바뀌면, 사람 편에 서는 ‘커리어 동료’가 된다.
이 셋 중 어느 것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서는
한 발 정도는 벗어나게 해주는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중간관리자 입장에서
‘나는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더 공유해주시면 저도 많이 배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