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6개월 차. 여름에 입사를 했다보니 휴가를 가지를 못 했어요. 연차가 나오긴 했지만 괜히 눈치 보이고, 적응하느라 정신도 없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12월을 앞두고 있더라고요. 스트레스가 꽤 컸는지 매일같이 따릉이 타고 달리던 한강도 가지 않게 됐고, 한 달 두 번은 꼬박 꼬박 다니던 극장도 가지 않게 되고, 집 안 가득 초록을 채워주던 식물들에게 주는 물도 뜸하게 됐죠. 그래서 식물별로 떠난 친구들도 꽤 생겼고요. 흑흑. 자고로 여행은 움직여야지!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휴양지를 한 번도 가본 적도, 가볼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 너무 지쳐서일까, 사람들만 만나면(=취하면) '바다 가고 싶다' '수영하고 싶다'를 말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또 잔뜩 취한 날, 친구네 부부가 푸꾸옥으로 휴가를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말에 '콜!'을 외쳐버린 거죠. 내향인인데 왜 취하기만 하면 예스인간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참고로 옛날엔 회사 동료=사내 커플 신혼 여행도 같이 가자길래 같이 간 적 있음) 친구네 부부는 이미 비행기도, 숙소도 예약을 끝낸 상태였기 땜시 저도 같은 호텔과 비행기로 예약을 하고 나니 준비할 게 아무것도 없어서 오히려 좋더라고요. 단지 바다와 수영만이 목적이었는데 숙소에 수영장이 있으니까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그래도 바다는 불안하니까 스노클과 암튜브를 사는 정도? ^.^ 더운 걸 너무 싫어해서 동남아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는데, 지난 겨울 태국(치앙마이)을, 이번에 베트남(푸꾸옥)을 댕겨오면서 마음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겨울에 가니까 심하게 덥지도 않고, 사람들은 다 여유롭고, 친절하고, 날씨도 좋고. 역시 날씨 좋은 곳에 살면 상냥해지나봐요. 특히 푸꾸옥은 휴양지라 더욱 사람들이 여유롭더라고요. 역시 베트남의 몰디브라는 별명 답게 숙소들도 다 너무 좋았는데요. 이제야 제목 이야기를 하자면, 숙소 후기로 들어가야 합니다. 르 포레스트 리조트 (1박 5만원) - 가짓수는 적지만 맛있는 조식 무료 제공 - 이름처럼 온통 푸르른 풍경, 넓고 깨끗한 방 - 사람들을 매우 좋아하는 귀여운 강아지들이 많음 - 작지만 우리끼리 놀기 아주 좋은 1.3m 깊이 수영장 (수영장에 bar, 화장실, 샤워실 있음) - 공항~숙소 교통편 제공 - 단점은 골목 깊숙히 있어서 그랩 부르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잘 안 잡혀요. 일차선 도로가 있어서 거기서 대치가 잦더라고요. 근데 그래서 밤에 조용함 씨셸스 푸꾸옥 호텔&스파 (1박 10만원~ 성수기에는 20만원) - 바다 보며 먹는 아침. 조식 가짓수가 아주 많음. 쌀국수가 맛있음. - 바다 바로 앞의 엄청 큰 수영장, 전투 수영 가능. 1.5m 깊이 - 수영장에서 / 호텔에서 바다로 바로 갈 수 있음. 바다에서 카누, 제트스키 등 이용 가능(유료) - 수영장에서 보는 일몰이 죽여줌. 이 근처 호텔들은 아마 다 그렇겠지만… - 수영장에 bar, 화장실, 샤워실, 라커가 있어서 체크인 전, 체크아웃 후에도 라커에 짐 넣어두고 수영장, 바다 이용 후 샤워 가능. - 욕조가 방 한 가운데 있는데, 스크린을 내려서 가릴 수 있긴 하지만 부끄러우니까 가까운 사이끼리 갔을 때 이용 가능... 물론 난 혼자여서 욕조에 누워 바다를 볼 수 있어 아주 좋았음 - 변기에 앉아서 바다 보기 쌉가능. 배탈이 나서 화장실에 한 시간을 넘게 있었는데ㅜㅜ 바다가 보이니까 너무 좋았어요. 방을 혼자 써서 누릴 수 있는 호사! 바다 위 제트스키에 탄 사람들이 망원경을 쓰면 제가 보일까 싶어 겁나긴 했지만… - 스파와 사우나도 있긴 한데 수영장 있을 시간도 모자라서 이용은 못해봤어요 - 공항~숙소 교통편 제공 - 나이트마켓까지 걸어서 5분 컷 - 단점은 밤 11시까지 바로 옆 오션 나이트 바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림 (feat.불쇼) 필립 방갈로 (1박 3만원) - 조식 없음 (근데 숙소 바로 옆 카페가 아침 7시반 오픈인데 아주 맛집임. 이름은 Anba 카페) - 20m 길이 수영장이 있어서 수영 연습하기 좋음 - 수영장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숲 속에 있는 기분이라 행복함. 3만원의 행복! - 근처에 여행자들에게 인기 많은 큰 마트가 있음(킹콩마트) - 수영장용 샤워실, 화장실 없음 5일 내내 진짜로 수영만 했는데요. 바다 수영 이틀, 수영장 수영 4일(바다 수영한 날에도 수영장 수영을 해서 ^.^) 했더니 선크림을 아무리 발랐어도 조금 시커매졌지만 너무 행복했어요. 수영하다가 맥주 마시고, 맥주 마시다가 수영하고, 바다에서 놀다가 해파리 때문에 따끔거리면 바닷물 씻어내고 수영장에 풍덩하고, 그러다 지치면 해파리처럼 둥둥 떠있고... 이게 천국인가 싶었다니까요. 배고프면 나가서 1500원짜리 쌀국수 먹고 또 맥주 마시고. 해는 뜨겁지만 그늘만 가면 시원해서 걷기도 괜찮더라고요. 제가 평영 발차기를 배우기 시작한 시기에 수영장 재등록을 놓친 바람에 평영 못 배운 귀신이 되어서 슬펐는데요. 이번에 5일간 수영장에서 평영 발차기를 죽어라 연습한 덕에 평영 발차기하면서 숨쉬기까지 터득했다는 게 이번 휴가의 가장 큰 결실입니다. 발바닥으로 물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다리 안쪽으로 물을 모아서 미는 거였구나... 아. 오고 가는 게 다 밤 비행기라 자면서 갔는데, 졸다 깨서 창밖을 봤더니 뭔가 흐릿한 거예요. 뭐가 저렇게 흐릿하지 하고 안경을 쓰고 봤더니 헐 뭐여 은하수! 은하수가 창밖에 펼쳐져 있었어요. 어엄청 또렷하게 보여서 비현실적이었습니다. 핸드폰으로 찍어보려고 했지만 바보같은 아이폰이 죽어도 초점을 못 잡는 바람에 포기. 그러니까 밤 비행기 타시는 분들, 비행기 안의 불이 꺼지면 꼭 창밖을 노려보세요. 은하수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은하수가 없어도 광해가 없으니 별이 지이이인짜 잘 보입디다. 피곤해 뒤질 것 같은 것만 빼면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아침에 한국 도착하자마자 출근을 했습죠. 이것이 K-직장인... 꿈이었나. 1~6번과 10번 사진은 씨셸스 사진이고, 7번은 필립방갈로, 8~9번은 르포레스트리조트 사진입니다요. 사진이 10개까지밖에 추가가 안 된다는 것이 통탄할 일이네요. 참고로 10번은 씨셸스 오션뷰 방 화장실 뷰입니다. 응가하면서 보는 바다 아름다와.
응가하면서 바다 보는 해방감. 이게 천국일까요..? 숙소 리스트 드릴게요!
12월 02일 | 조회수 7,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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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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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당시 제트스키 타던 사람입니다. 선생님이셨군요.
당시 제트스키 타던 사람입니다. 선생님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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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투비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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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니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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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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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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