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하며 어떤 꿈 꾸세요? (꿈 공유)
저는 꿈을 꾸면 일어나자 마자 기억나는 내용을 메모해 놓습니다.
그리고 날을 잡아 약간의 상상을 덧붙여 제가 꾼 꿈과 그 당시의 현실을 연결하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취미인데요, 78개의 메모가 있고 18개째 스토리를 썼습니다.
써놓고 보니 대부분 악몽이네요. -_-;;;;
한 편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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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고 싶은 침팬지>
두 개의 힘겨운 프로젝트를 거치며 팀원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나는 결국 사표를 여섯 번이나 낸 끝에 8년 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게 됐다.
단단하고 멋진 팀을 꾸리는 게 회사를 다니는 가장 큰 즐거움이었고, 그런 팀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다.
그땐 그게 그렇게 중요했다.
그즈음, 난 이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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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2일
난 출근을 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지하철을 탔고, 회사 건물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내 손가락이 머문 버튼은 평소와 달랐다.
지하 7층.
그런 층이 있었나? 8년 동안 이 건물에 다녔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숫자였다.
하지만 꿈속의 나는 당연하다는 듯 그 버튼을 눌렀고, 엘리베이터는 미끄러지듯 하강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지하 7층은 복도 한쪽 벽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었다.
수족관? 아니, 동물원의 실내 관람실 같았다. 나는 타박타박 유리 앞으로 걸어갔다.
유리 너머엔 침팬지가 두 발로 서 있었다.
'그'는 회색 니트에 청바지, 즉 나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는 유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봤다.
침팬지의 눈이 말했다.
'나 좀 봐. 나도 사람이야. 이렇게 옷도 입고, 이렇게 서 있잖아. 마치 사람처럼.'
나는 손바닥을 펴 유리를 만졌다. 침팬지도 손을 들어 같은 위치에 손바닥을 댔다.
유리 너머로 우리의 손이 겹쳤다.
"괜찮아."
내가 말했다.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사람처럼."
침팬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눈물 한 줄기가 주름진 볼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유리에서 손을 떼고 복도를 따라 걸었다. 뒤돌아보니 침팬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을 유리에서 떼지 못한 채로.
복도는 회사 사무실과 같은 구조였다.
양쪽에 자리 잡은 회의실, 휴게실, 자료실. 난 익숙한 문들을 하나씩 열어봤다.
모든 방이 비어 있었다. 하지만 물건들에는 사람과 시간의 자취가 그대로 묻어있었다.
회의실 테이블 위의 커피잔, 화이트보드의 회의 메모, 누군가의 체온이 남은 카디건이 걸린 의자.
적어도 5분 전까지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어디 간 거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걷는데, 복도 끝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또각'
아이가 발소리를 내며 걸어오고 있었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였고, 파란색 후드티에 학교 가방을 메고 있었다.
'여기 왜 아이가?'
나는 아이에게 다가갔고 아이도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의 얼굴에 움직임이 없었다.
웃고 있는 것도, 무표정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고정되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알았다. 아이는 인형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둥근 눈과 작은 입술, 붉은 빰을 한 아기 인형의 얼굴이 아이의 목 위에 있었다.
나는 뒤로 물러섰다.
아이는 멈추지 않고 내 옆을 지나쳤다. 똑같은 속도로, 똑같은 걸음으로.
돌아보니 아이는 침팬지가 있는 유리벽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아이들이 복도에 나타났다.
열 명, 곧이어 스무 명. 모두 다른 옷을 입고, 다른 가방을 메고 있었지만, 얼굴은 모두 똑같았다.
아기인형의 얼굴. 고정된 미소.
아이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역시 침팬지가 있는 유리벽을 향해서였다.
나는 그들을 따라갔다.
유리벽 앞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침팬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이들은 모여들어 유리벽 안의 침팬지를 바라봤다. 침팬지도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아이들이 동시에 말했다.
"팀장님."
인형의 얼굴들은 입을 움직이지 않고도 목소리를 냈다.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어른의 목소리였다. 게다가 내가 아는 목소리들이었다.
"박 차장?"
한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형 얼굴 그대로.
"임 과장?"
다른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 대리?"
또 다른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팀원들은 인형의 얼굴을 하고, 어린아이의 몸을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내가 묻자, 아이들, 아니 팀원들은 대답 대신 일제히 검지손가락을 들어 침팬지를 가리켰다.
나는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유리 너머를 봤다.
그 안에서 침팬지는 울고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깨를 떨며 울고 있었다.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침팬지가 손을 내렸다.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내 얼굴이었다. 유리는 거울이었다.
거울 속의 침팬지인 나는 말했다.
"나는 사람이야. 나는 잘했어. 최선을 다했어."
그 소리에 아이들이 돌아섰다.
하나씩, 둘씩, 복도를 따라 또각또각 걸어갔다.
아이들은 멀어지고 사라졌다.
나는 유리 안에 혼자 남았다.
사람이 되고 싶었던 침팬지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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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깨 욕실로 갔다. 그리고 지그시 거울 속의 나를 봤다.
문득 '거울 속 내 얼굴을 들여다본 게 참 오랜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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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좋으면 계속 '회사 생활을 하며 꾼 꿈' 이야기들을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