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대응 안하는 PM
저희는 원래 협력사 PM 없이 개발팀장이 PM을 겸임했었습니다.
그래서 장애 발생하면 각 시스템 SM 엔지니어들이 자기네 팀장을 건너뛰고 원청사 PM인 저한테 직보고를 하고 저도 그에 대한 대응 조치 지시를 합니다. 비상 출근을 하게 될때도 잦습니다.
저희 회사가 IT SM이나 SI에 돈을 많이 쓰지 않고, '그게 뭐임? 먹는거임?' 하는 곳이라.. MES 시스템 원청 PM 하시던 부장님이 나이 때문에 자리 놓고 물러날때 '너 밖에 아는 사람이 없다' 라는 이유로 제가 넘겨 받았고요.
'야, 네가 하는게 뭐가 있어? 협력사가 다 하잖아?' 라면서 이런 저런 업무가 붙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협력사에 PM을 1명 더 추가했습니다. (PM 1명이랑 SM 개발자로 특급개발자 2명 추가하면서 경영진에게 '너가 편할려고 그러는거지?' 하면서 엄청 까이고 반려도 많이 당했습니다.)
저도 협력사 PM을 전담으로 받아본적이 없어서.. 초기에는 여전히 장애대응 연락 오면 출근하고 개발자랑 원인 찾고 조치하고 윗분들에게 보고하는 일을 하던대로 계속 했습니다.
그러다가 윗분이 '야, 걔네 PM은 뭐하는 사람이야? 왜 보이질 않아?' 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도급법때문에 긴급상황외에는 제가 직접 SM 개발자와 직접 접촉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저희 팀 회의 할때 PM은 참석을 안합니다. 저는 PM 이랑 개발팀장이랑 셋이서 따로 회의 합니다.)
처음에는 셋이서 회의를 하면서 장애발생시 PM님께서 대응을 하고 저에게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PM은 자기보다 오래해온 제가 더 이 사이트와 라인, 시스템을 잘 아니까 개발자들이 저한테 먼저 보고를 하고 그 다음에 자기한테 연락을 주는 순서가 낫지 않겠냐고 해서 '이게 맞나?' 했지만 MRRT 와 가동율이 중요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측면에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연락와서 원격 대응을 같이 하고 윗분들에게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PM이 없습니다. 개발자에게 물어보니 메신저는 남겼다고 합니다. 자느라 못 봤을 수도 있지.. 그런데 저한테는 전화를 하면서 왜 자기네 PM에게는 연락을 안하나..
어제는 금요일이라 간만에 퇴근 좀 일찍 하자 했는데 퇴근 5분전에 PM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D등급 장애가 발생해서 개발자가 확인중이라고 하더라고요. 그와 동시에 현업부서에서도 연락이 와서 '지금 시스템이 이상한것 같아요' 라고 합니다. 저는 윗분에게 간략하게 구두보고를 하고 현장 전산실에 6시 10분쯤 도착했습니다. 그곳은 3명이 근무하는 곳인데 담당 개발자 1명만 빼고 아무도 없더군요. PM도 저한테 전화만 하고 퇴근 했고요. 개발자는 역시 퇴근한 개발팀장이랑 전화로 지시 받고 있더라고요.
퇴근이후 야간이나 휴일에 장애났을때 출근 안하는건 그렇다 치고.. 그래도 근무시간에 장애가 시작되었는데 퇴근시간이라고 싹 다 퇴근한걸 보니 뭔가 현타가 왔습니다. 그래도 저는 사용자들이랑 연락하고 하위쪽이랑 연락하면서 원인을 찾았고, 개발자에게 긴급하게 코드 수정하자고 하고, 정상화 되고 1시간쯤 더 지켜보다가 같이 퇴근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윗분들은 제가 노는줄 알고 하나하나 일을 더 던져주고 그래서 제가 협력사 관리 비중을 줄이기 위해 '이게 니돈이면 이렇게 쓸거냐?' 라는 소리 들으면서 PM 도 추가했는데, PM이 추가되었다고 내가 안하는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발자가 장애나 개선 보고서 쓰면 그냥 저한테 포워딩하는데, 저는 그걸 IT에 문외한인 윗분들이 이해할 수 있게 '번역'을 해서 다시 써야 합니다. PM에게 '우리끼리 보는 문서는 나중에 자료로도 남아야 하니까 우리의 언어를 써도, 윗분들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는 윗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성 보다 쉬운게 먼저다' 라고 여러번 이야기를 해도 '부장님이 워낙 쉽게 잘 쓰셔서 그러는데, 저희한테는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라고 합니다.
아니 무슨 20년차 PM이 원청사에게 못알아 들을 말을 하고 설득을 못하면 어떻게 하고.. 그걸 못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합니까. 저희 회사는 실무자들이나 엔지니어들한테 '보고서를 쓸때는 너네 언어로 쓰지 말고, 경영진의 언어로 써라' 라는 얘기를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훈련을 받는데, IT 회사는 그런 것도 없나요.
원래 PM들이 이러는게 정상이고, 저희가 부당하고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사람을 바꿔달라고 해야 하나요.
저도 하나하나 얹어지는 업무에 지쳐서 환승이직 고민하는데, 떠나더라도 이렇게 두고 가면 오래 같이 일해온 개발자들에게 엄하게 불똥이 튀는거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 (제 예전 상사가 윗분들 지시에 차렷! 하고 하라는대로 인원/자원 줄여놓은거 제가 다시 다 복구해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