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라는 늪에서 빠져나오신 분의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거국 출신이고, 중견기업 10년차 입니다.
연봉 2000으로 시작해서(퇴직금 포함, 야간수당 없음) 제 능력이 닿는한 매사에 모든 일을 열심히 했다 자부하며, 지금은 연봉 6800입니다.
10년 동안 야근하지 않은 날이 손에 꼽습니다.
회의 때 마다, “이거 이렇게 해보면 될 것 같은데요?” 라고 말하는 순간 제 일이 되었고, 그렇게 회사의 업무 효율은 올라가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세스나 자동화 문서에 무슨일이 생기면 결국 유지/보수를 제가 다 맡아 해야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습니다.
대학 친구들 사이에서 자영업으로 성공한 몇을 빼면 제 연봉이 가장 높습니다. 그래서 앞자리 2칸은 빼고 말해야 그 무리에서 편하게 대화 할 수 있구요.
반면에 같은 팀에 다니는데, 일머리는 없지만 매일 독서를 즐기고 자기계발을 잘 하는 A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은 K대 학사, 석사 출신이고, 자격증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부서내에서 일적으로 인정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요지는 올해 연협인데요.
회사 매출이 성장하여 좋은 협상을 기대했었는데,
종합적인 인사 기준에 비해 현재 연봉테이블이 너무 높아서 동결이라는 통보를 받았으며, 내년 협상을 위해 자기개발을 하는게 어떻냐?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너무 억울한 표정을 짓는 저에게 실장님이 술 한잔 사주시면서, 술을 마시는 도중에 이런 말을 해주셨어요.
대학원을 다녀라, 그럼 지금보다 30프로는 더 기대해볼 수 있다. A알지? 그 친구는 지금 앞자리가 두 개가 되기 직전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벙쪘습니다. 제 연봉 상승률이 낮지는 않아서 비슷하겠거니 했는데, 그간 제가 오른 상승률 만큼 적용받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이유는 부서평가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면서도, 다른 부서장님들이 꾸준히 책읽는 모습을 좋게 봐준 것 같습니다.
지금 열심히해서 나도 석사 해야지 라기 보다, 그 동안의 시간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어요. 마치 뱀의 머리가 용의 엉덩이를 쳐다보는 느낌 말이죠.
다른 회사를 갈까? 고민을 해도 스팩이 좋지 않고, 대학원을 가야할까? 생각해도 제 성적으로 대학원을 갈 수 있을까? + 가면 잘 할 수 있을까?(공부 머리가 없습니다) 아니면 자영업을할 까? 이런 잡념들이 계속 머리를 휘젓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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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많은 분들의 응원과 따끔한 한마디는 물론 현실적인 조언 감사합니다. 사실 글 올린 다음날에 실장님께 이직을 해보겠다 말씀드렸고, 실장님도 처음엔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셨지만, 대학원을 가는 것 보다 일적으로 증명하고 싶으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이 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제 의사를 전달드리니, 두 번 잡는건 예의가 아니니, 업무 마무리 잘하고 인수인계서만 잘 만들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현재는 먼저 퇴사하셨던 분의 인재추천서를 받아 조금 더 규모가 큰 기업의 면접 최합까지 완료한 상태입니다. 운이 좋게도 사람을 급하게 구히는 곳이어서 수월하게 진행된 것 같습니다.
처우협상을 앞두고 있지만, 면접 때 대표님이 연봉은 20프로 올려서 부르라고 쿨하게 말씀하고 가셔서(다만, 기본급계약에서 포괄로 바뀌는건 있네요..) 그 정도로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 현직장의 제 포지션은 전환배치 신청자를 충원하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