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퇴사 및 진로 고민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어느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이제 한달정도 된 신입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진로 고민이 있어 고견 듣고자 글 썼습니다.
저는 원래 전문직 자격증을 준비했었습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아 장수생이 되었습니다. 장수생의 테크는 얼추 아실겁니다. 열등감과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그럴수록 더더욱 보상심리로 시험으로 도피하게 되는..어쨌든 그러다 나이만 먹으면서 어느날 뉴스에 나오는 40대, 50대 고독사와 은둔형 외톨이를 보니 겁이 나더군요..지금 나이도 지나고 보니 금방인데 40살, 50살이라고 먼 이야기일까..저게 내 미래인거 아닐까 하는 마음에 시험을 포기하고 취업을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공부한 분야와 관련 있는 곳에 취업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공백기가 긴 저는 쉽지 않더군요. 아무리 자소서를 제출해도 연락오는 곳이 거의 없으며, 그나마도 면접 후에 탈락만 반복...취업조차 쉽지 않다보니 점점 마음이 조급해 졌습니다. 집안에서의 눈치와 친구들의 시선, 주변의 시선들이 의식되어서 조급한 마음에 아무데라도 취업하자는 생각에 정말 이력서를 뿌리다시피 하다보니 어느 한 곳에서 연락이 와 면접을 보았고, 취직을 하게되었습니다.
그게 지금의 회사입니다. 회사 자체는 괜찮습니다. 연봉은 조금 짜지만 이게 중소기업의 현실이자 제 현실이겠죠. 연봉은 뭐,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도 다 괜찮습니다. 흔히 말하는 가좆같은 회사가 아니라 정말 가족 같은 느낌입니다. 제가 모르는게 있으면 성심성의껏 친절하게 알려주십니다. 본인들의 시간을 할애해서 알려준다는게 쉽지 않다는것, 알고있습니다. 물론, 신입에게 교육시켜줘야 하는게 당연한거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것 이해하고 있습니다. 참 감사하게 느낍니다. 사장님도 굉장히 친절하시고 제 직속 사수도 정말 뭐 하나라도 알려줄려고 합니다. 실수해도 신입이니 그려러니 하며 별로 싫은 소리도 안하십니다.
그럼 뭐가 문제냐. 산업이 문제입니다. 정말 아무데나 취업했더니 제가 공부한 것과 전혀 관련이 없고, 저도 살면서 한번도 생각지 못했던 산업입니다. 한 달 일해본 결과, 이 산업에 애정이 생길것 같지가 않습니다. 취업하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한 번 경력이 쌓이면 그 경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거라는게 느껴집니다. 어떤 산업에서 일할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기서 일 년, 이 년 경력이 쌓이면 설사 이직을 하더라도 결국 이 업계에 있을 거라는게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산업이 파이가 굉장히 작습니다. 경력이 쌓이더라도 결국 수직이동이란건 없고 수평이동만이 있습니다. 연봉이야 오르겠지만 거기서 거기겠지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제가 공부해 왔던 것들이 계속 생각납니다. 제가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했던 지식들을 전부 버리자니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산업에서 5년, 10년, 그리고 그 이상 계속 이 업계의 일을 하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갑갑해 옵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이건 내 길이 아니야', '시간이 아깝다' 등등 이런 생각만 납니다. 다시 중소기업을 가더라도 제가 원하는 산업으로 취업을 해야하나 싶습니다. 제가 공부한것과 관련있는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너무 조급했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퇴사하는게 맞는 걸까요?아니면 한달만에 퇴사는 너무 성급한 것일까요. 계속 일할 것처럼 시간 끈다면 회사에 너무 민폐일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들이 별로였으면 저도 죄책감 없이 그만둘 수 있지만, 다들 저에게 잘해주시니 마음이 안좋습니다..그런데 막상 그만둔다고 해도 결국 취준생으로 되돌아가는 것 뿐이고 제가 원하는 산업에 취업이 된다는 보장이 없어 걱정이 됩니다. 참 사람 마음 간사하네요. 취업전에는 조급한 마음에 어디든 취업이 되기를 바랐는데 막상 취업이되니 벌써 딴생각이 드네요..ㅎㅎ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