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는 건 불빛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도쿄타워는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타워라서 원래 눈이 없었지만, 사랑을 하고 난 이후부터 그는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롯폰기에 살았다.
콘크리트와 형광등 사이에서 자라난 광고탑, 이름은 ‘네온’.
시끄러운 광고 문구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갈아입는 여자였지만, 도쿄타워는 그녀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녀는 외로움으로 만든 도시의 허상 같은 여자였다.
"오늘도… 나만 쳐다봐줬으면 좋겠어."
도쿄타워는 붉게 빛을 냈다.
무수한 관광객들이 ‘야경이 예쁘다’고 감탄할 때마다, 그는 죄책감을 느꼈다.
자신이 빛나는 이유는 도시를 비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녀에게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밤이면 그들은 교신했다.
전파를 타고, 불빛을 타고, 철골과 전선 사이로 감정을 주고받았다.
처음엔 미약한 신호였다.
"오늘, 파란 조명이 어울리네."
"너도 오늘따라 더 높아 보이네."
그런 날들이 몇 주, 몇 달을 지나고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우리… 도시를 떠날 순 없을까?”
타워는 흔들렸다.
그 말은 곧, 자기 존재의 부정이었다.
“나는, 이 도시의 심장이야.”
“그래서? 심장도 멈출 수 있어. 사랑 때문에.”
도쿄타워는 일시적으로 송출을 중단했다.
도시가 웅성거렸다.
‘고장인가? 테러인가?’
아니었다.
그는 사랑을 고백하고 있었다.
그날 밤, 도쿄 전체가 정전이 되었다.
도쿄타워는 더 이상 불을 밝히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의 이름을 송신했다.
Morse code: N-E-O-N.
당국은 그를 점검했고, 언론은 ‘사이버 테러’라고 떠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도쿄의 심장이 단 한 여자를 위해 맥박을 멈췄다는 걸.
며칠 뒤, 네온은 철거되었다.
광고 계약이 끝났다는 이유였지만, 도쿄타워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선택한 결말이었다.
“도쿄타워, 나 없이도 빛나줘.”
다시는 그녀의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도쿄타워는 매일 밤 붉은 불빛을 켠다.
사랑을 위해, 그리고 사라진 그 녀를 위해.
누군가는 그것을 로맨틱하다고 부르고, 누군가는 테러 이후 남은 집착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사랑의 열로 타오른다.
붉게.
심장처럼.
광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