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직장인의 넋두리
안녕하세요.
다른 분들의 글만 보다가 두 번째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30명 정도의 보험 대리점에서 사업운영팀의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오늘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있어 누군가에게 얘기를 해야 조금이나마 풀릴 것 같아 올리게 되었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오늘 아침에 거래처에 보험사에서 얘기한 요구사항을 정리하여 메일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참조에는 대표님과 제 사수인 파트장님을 넣었습니다.
메일을 보내고 오후 1~2시 쯤 거래처 담당자가 연락이 와서 조금 강경한 말투로 보험사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선 알겠다고 한 뒤, 내용을 정리하여 Slack의 전 직원이 참여한 방에 대표님을 태그하여 보고를 드렸습니다.
(전 직원이 있는 방에 보고하는 이유는 대표님이 모든 직원이 회사의 진행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해서 그렇습니다.)
이후 1~2분 정도 지나서 대표님에게 연락이 왔고 저는 '아, 방금 올린 보고 내용으로 연락을 주셨구나.'라고 생각하고 별다른 걱정 없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자마자 이런 내용을 왜 거래처에 보냈냐고 화를 내시더라구요.
순간 벙-하고 정신이 나갔다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예?"라고 했고 대표님은 "거래처에 이런 내용을 보내면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라는 내용으로 짜증을 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표님, 해당 내용은 어제 중간 보고를 드렸고 대표님이 확인했다는 이모지도 달아주셨습니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추가로 어제 보고했을 때 대표님이 유선으로 연락하셔서 "보험사 입장이 그렇다는 거지? 정리해서 업체에 보내줘."라고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언제? 어디에?"라고 반문하시더니 곧 제가 올린 내용을 보셨는지 "내가 자세하게 보질 않았다."라고 하시더라구요.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근데 그 뒤부터 저한테 "스피커냐, 보험사 입장을 전달만 하냐, 생각을 왜 안하고 일하냐." 등의 내용으로 화를 내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물론 잘한 행동은 아닙니다.) 억울한 마음에 "7월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보고를 드렸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트리거가 되었는지 그 뒤부터 "내가 만만하냐, 얘기했다고 다 끝난거냐, 내가 네 직원이냐, 내가 네 동료냐." 등등의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잠시 듣다가 "대표님, 죄송합니다. 그런데 제 얘기도 한 번 들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라고 했는데 단번에 "듣기 싫다."라는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그리고는 뭐... 5분 정도 신나게 털렸습니다. 왜 털렸는지 머리로 이해가 안되는데 그냥 털렸습니다.
그리고 한 2시간 있다가 사무실로 오시더니 또 터시더라구요.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서 당장에라도 사직서를 집어 던지고 나오고 싶었지만 얼어붙다못해 시베리아보다 더 추운 이직 시장과 취업 시장, 계획 없이 퇴사했다가 집세부터 차량 유지비, 식비 등의 비용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 대학교 중퇴라는 어중간한 학력과 중소기업만 다녔던 제 경력 아닌 경력이 떠오르면서 속으로 삼켰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대로 더 있다가는 심리적으로 무너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번아웃의 증상도 좀 있는 것 같긴 한데 이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퇴사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비루한 직장인의 모습이 보이면서 저 스스로 매우 우울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참... 세상은 살기 힘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