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골치덩어리일까요
저는 원래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취업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고2 성적이 나오고 출석도 엉망인 시점에 갑자기 대학교에 가라는 어머니 말씀에, 고3 성적으로 우여곡절 끝에 전문대에 입학해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개인 사정으로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비전공자인 상태로 세무 쪽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자격증도 없는 저를 받아준 세무사사무실에는 정말 감사했지만, 박봉에 아무 지식도 없는 저를 가르치기가 막막하셨는지 큰 경험을 쌓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사회생활을 배우며 '여기서는 경험이나 월급을 높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이후 세무사사무실에서의 짧은 경력 덕분인지 소기업에 입사해 단순경리 업무를 맡게 되었고, 그 후로도 경리 경력을 살려 이직하며 급여를 조금씩 올려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단순경리로는 노후에 비전이 없겠다' 싶어 다시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 기업들에서의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사회생활도 너무 몰랐고, 배운 것도 부족한 데다 오지랖이 심해 대표님 권한에 훈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업무 외적으로 부당하다고 느끼거나 갑질이라 생각되는 부분에 직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너무 가난했기에 '이참에 돈 좀 있는 사람과 결혼이나 할까'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할 정도로 세상물정을 몰랐고, 대표님과 그 동생분이 사적으로 다가왔을 때 안 좋게 얽히면서 여러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노후를 생각해 '월급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제대로 배우자'는 마음으로 다시 세무사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들어간 후 50개 업체를 맡게 되었는데, 무조건 해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비슷하게 입사한 사수 언니와 초반부터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그 언니가 업무 외적인 지적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제가 분명 처리했음에도 누락이나 이상이 생기면 언니가 더 의심스러워 속으로 사이가 더 나빠졌습니다.
제일 기분 나빴던 건, 비위를 맞춰가며 잘 보이려 노력해도 배울 게 없었다는 점입니다. 질문을 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받은 적이 없었고, 다른 동생 역시 마찬가지로 느껴 질문을 안 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결국 저도 더 이상 비위를 맞추지 않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언니뿐만 아니라 다른 동생이나 세무사님이 저를 괴롭힌 걸 수도 있고 제가 예민했던 걸 수도 있지만, 업무 외적인 지적이 너무 심해 사수 언니를 더 의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종합소득세 신고 때부터는 저보다 그 언니가 더 많이 혼나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그 언니와의 사이는 조금 좋아졌지만 제 마음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수의 도움 없이 세무신고 1년 사이클을 혼자 다 돌았습니다. 세무사님이 큰 틀의 신고 기한이나 조정 사항 체크 같은 결재는 도와주셨지만, 자질구레한 것부터 전반적인 실무는 사실상 독단적으로 처리했습니다.
전산세무 2급과 전산회계 1급을 취득해 보신 분들은 제 지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실 겁니다. 하지만 세무사님은 시험에 나오지 않는 현장 이론을 모른다고 답답해하셨고, 저는 그 기준에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언니와의 갈등을 세무사님께 털어놓기도 했지만 제 입장은 전혀 고려해 주지 않으셨고, 그저 이론적인 부분을 모른다며 답답해하시고 마음에 안 들어 하셨습니다. 나중에 들어온 잘 모르는 언니에게는 너무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는 모습을 보며, 혹독하게 버틴 저는 서운함에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른 세무사사무실들을 거쳐 정착하게 되었는데, 세무사님 따님과 5년 차 직원이 기장하던 업체를 넘겨받았습니다. 1년 차인 저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거셨는지, 양도소득세나 증권거래세처럼 회계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저에게는 생소한 업무가 많았습니다. 결국 경력이 부족해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6개월 만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기업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1개 업체만 기장하면 되는 곳이었기에, 이론의 80%는 숙지하고 있고 조정이 조금 부족할 뿐 다른 부분은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업무에 대해서 저는 기재를 해두었기에 그걸 보고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했고, 기업은 결산만 잘하면 되고, 부족한 부분은 세무사사무실 수수료를 주고 있으니 도움을 받으면 되겠다고 판단해 경력 2년으로 기재하고 취직했습니다.
입사후 과장님께는 제 사정을 솔직히 말씀드리기도 했습니다.
취직 후 단순경리 때와 달리 '주임' 직급에 맞는 기업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면접 때 "결산이 조금 부족하지만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려 채용되었기에, 제가 기업 업무를 잘 모른다는 걸 당연히 아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곳 역시 결재 라인, 조직 문화, 기업 용어, 자금 관리 및 보고 체계 등 경영 전반의 지식이 없는 저를 "이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업무라 잦은 오타와 잔실수가 나왔고, 초반부터 부장님과 과장님의 신임을 얻지 못했습니다.
부장님의 가르침 방식도 너무 답답했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물어보면 책을 내주시거나, 연체채권 서식 작성을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회사는 학교가 아니니 서식을 잘 보라"고만 하셨습니다. 중간에 계신 과장님이 조금 도와주셨지만, 솔직히 과장님도 제 업무를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지내다 보니 저는 기업 업무가 부족했지만, 그분들은 세무 업무를 잘 모른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일반기업회계기준을 배운 저는 세법 중심으로 기장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비상장 기업 특성상 제 방식대로 하면 세무사사무실에서 조정할 때 훨씬 편하고 정확할 것이라 생각해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부장님은 원칙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막상 기존 기장 내용을 보니 원칙대로 안 되어 있는 게 수두룩했습니다. 부가세도 과면세 겸업사업자인데 공통매입세액 안분이 한 번도 안 되어 있어 의문이 들었습니다.
세법과 인터넷을 찾아보고 세무사사무실에도 확인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고, 최종 마무리는 과장님이 하셨기에 제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었습니다. 기존 방식대로 처리해서 여태 걸리지 않았으니 굳이 지금 들추면 안 된다고 배워 그냥 두었습니다.
아 결정적으로 퇴사 결심을 하게 된게 건물을 매수하고 안분을 깜빡했는데 그대로 세무공무원이 환급을 처리를 해줘버려서 휴 다행이다.. 어차피 여태껏 안 해와서 몰라서 그냥 해줬나보다 싶어 정말 다행이면서도 아무도 결재를 제대로 안 해주는게 확실해져서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퇴사를 결심하고 다른 경력자가 와서 보면 깜짝 놀랄 것 같아서 신고서에 열심히 펜으로 기재해두고 새로 들어오신 과장님께도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진작에 저에게 명확한 답변을 주셨다면 이런 일을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제 잘못이 아예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정작 저에게만 "원칙대로 해라", "전표를 똑바로 쳐라"라며 트집을 잡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장과 세무신고만큼은 자신이 있어 열심히 했지만 인정받지 못했고, 부장님이 "세법이나 세무신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직접 말씀하셨을 때는 제 전문성이 물거품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과장님과의 갈등도 심해졌습니다. 가장 큰 사건은 입사 6개월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저는 세무사사무실처럼 통장 분개를 전산으로 다 날리고 건건이 처리해 두었는데, 과장님이 과거 6개월 치 전표를 입·출금으로 묶어 전표 번호를 수정하고 다시 출력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하루 전표 양이 엄청난데 그걸 다 수정할 생각을 하니 아득했습니다. 지나간 것은 그냥 넘어가고 싶었지만 강요하셨고, 전표 수정에 분기 결산, 데일리 업무, 회사 성장에 따른 추가 업무까지 겹쳐 극심한 야근을 이어갔습니다.
돌이켜보면 기업 업무를 모르는 저를 믿고 6개월 동안 업무를 확인조차 안 했다는 건 과장으로서 자격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자금 관리 역시 돌려서 말씀하시는 방식으로 배워 수수께끼 같았습니다. 매출처 결제일, 품의서 수령 시점 등 끊임없는 기억력 테스트를 받는 기분이었고, 생각 없이 일한다는 지적을 받아 나름 노력했지만 포인트를 찾지 못해 평가가 나빠졌습니다.
지금은 왜 그러셨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터득했지만 당시엔 너무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업무 속도가 빨라지고 엑셀도 잘하게 되면서 회계 공부를 더 깊이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과장님께 잘 보이고 싶어 자질구레하고 힘든 일도 찾아서 빠르게 처리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경영 전반 및 기업 용어, 사업보고서 목차 작성 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저는 듀퐁 경영분석 방법을 참고해 사업보고서 목차를 작성하며 제 지식과 어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분명 제출을 확인하고 퇴근했음에도 제 파일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과장님은 제출 시간이 지나 안 들어간 것 아니냐고 하셨고, 허탈함과 함께 '인정도 못 받는 곳에서 고생하지 말고 퇴사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무렵 회사가 자금 조달로 외부감사 대상이 되면서 새로 과장님이 들어오셨습니다. 그분 역시 기존 분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저를 마음에 안 들어 했고, 사람들 앞에서 제 못하는 부분을 공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세법을 잘 몰라 문제 없는 것까지 트집 잡으며 지우라고 하는 모습을 보고 완벽히 퇴사를 마음먹었습니다.
퇴사를 마음 먹었는데 회사에서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주어 실업급여와 상여, 연차 수당을 받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후 공부를 열심히 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업무 노하우도 배웠습니다. 경영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여러 번의 이직 끝에 일본 종속기업에 대리로 입사했습니다.
이곳 업무는 매출 마감이었는데, 기존 방식을 그대로 수동 입력해야 했습니다.
전임자(주임)와의 한 달 인수인계 동안 성의 없는 전달로 약간의 잔실수가 생겼는데, 같은 대리인 팀장은 "전임자를 다시 부르겠다", "전임자는 일을 잘했다"며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세무사사무실 경험상 제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정확히 입력하고 싶었지만, 일본 기업 특성상 똑같이 입력해야 했습니다. 부가세 신고 입력은 알았지만 SCM 같은 사이트를 보는 게 서툴러 어려움이 있었으나 결산은 기한 내에 늘 마쳤습니다. 다만 임원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대리 값을 못한다'는 평가와 다리 골절, 그리고 억울한 '인성 논란'으로 입지가 불안해졌습니다. 입사 초 물류팀 과장님 결혼식에 먼 거리였음에도 예비 남편 차를 타고 참석해 20만 원의 축의금을 내고 식사 후 인사까지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월요일에 출근하니 "임원분께 인사를 안 하고 가 예의가 없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예식장 엘리베이터에서 임원분을 마주쳐 인사를 건넸으나 무시당했고, 예식 시작 전까지 다시 마주치지 못해 예비 남편을 배려해 조용히 식사만 하고 귀가했던 것뿐인데 억울했습니다.
또한 사적인 회식 자리(오후 11시경)에서 연락이 안 되어 찾아온 예비 남편을 두고 "회사를 무시한다"며 또 욕을 먹었습니다.
팀장은 임원만 없으면 비아냥거리고 윽박질렀고, 아랫직원 군기를 잡으라면서 정작 다 있는 자리에서 저를 무시하고 놀렸습니다. 임원 역시 "말이 안 통한다"며 쿠사리를 주었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퇴사를 선언했고, 인수인계서도 완벽히 작성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퇴사 직전까지 팀장의 괴롭힘이 심해져, 고생 좀 해보라는 마음으로 약속된 근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나왔습니다.
이후 취업을 망설이다가 어머니 환갑, 결혼식, 신혼여행, 다리 및 자궁 수술 등이 겹치며 공백기가 길어졌습니다.
최근에는 당일 갑자기 면접 오라고 한 회사에 입사했는데, 부가세 확정 신고와 상반기 결산 시기에 2명이 퇴사하며 2명분의 업무를 인수인계서도 없이 받아야 했습니다.
입사 첫날 컴퓨터 연결도 안 되어 있었고, ERP 프로그램(이카운트) 권한도 미뤄졌습니다. 전임자가 해둔 대여금 서식이나 지연이자 계산 등은 서식이 분산되어 엉망이었고, 전임자들은 부가세와 대여금 입금 날에 맞춰 도망친 것이었습니다.
상반기 결산이 있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문서로 인수인계서를 작성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카운트 프로그램에 적응하느라 애쓰는 저에게 기존 직원들은 협조는커녕 물론 한분은 조금 도와주시기도 했지만 일주일 만에 인수인계자가 나가자마자 "일 못한다"며 훈수를 두었습니다.
일 개판으로 해둔 전임자가 저를 무시하길래 한소리 했더니 기존 직원분은 "그냥 냅두라"고만 하셨습니다. 결국 일주일 만에 퇴사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항상 이런 식으로 근무해 평판이 안 좋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첫날부터 컴퓨터 세팅도 안 해주고 일주일 만에 2명이 도망치는 회사는 처음 봅니다. 능력을 키웠음에도 왜 자꾸 이런 회사만 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면접에서 이런 사정을 말하면 다들 제 잘못이라 생각할 테니 답답합니다.
물론 제가 부족했던 점도 있지만, 왜 나한테만 유독 이러는지 늘 억울합니다. 스트레스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아 가끔 방귀가 나올 때가 있는데, 방향제를 쓰며 청결을 유지함에도 이것 때문에 미움을 받는 건가 싶어 자괴감도 듭니다.
높은 분들은 말이 안 통한다고 하시지만, 정작 본인들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명확히 지시했는지 묻고 싶습니다.심지어 회사에서 교육을 해서 효율적인 방법을 알면서도 저에게 그러는 건 저를 엿먹이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저는 정말 문제덩어리라 갈 곳이 없는 걸까요, 아니면 그저 재수가 없었던 걸까요? 너무 답답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심히 걱정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