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한계선에 걸렸다.
(반말투 죄송)
신입분들은 잘 모르실 수 있는 이야기인데..
회사마다 암묵적인 진급한계선이라는게 있다.
원래는 군대용어라고 하던데, 예를 들어 해병대는 아무리 잘났어도 해병대 사령관(중장)이 한계이고, 헌병은 준장이 최대이고, 공군 방공은 소장이라고 하더라. 조직도상 그 병과에서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우리 회사는 중견 제조업인데,
CEO는 좀 다른 레벨이고, 생산만 해온 사람은 아무리 올라가도 생산기술총괄(부사장)이 한계이고, 영업만 해온 사람은 마케팅영업총괄(부사장), 지원부서쪽은 경영지원실장(전무)이 최대 진급한계선이다.
그래도 이쪽은 낫다. 생산과 영업은 기업의 양대축이니까. 부사장까지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잘하면 CEO 자리도 가능하고.
예를 들어 설비보전팀은 설비기획실장(상무)가 한계였다. 그런데 조직개편으로 설비기획실이 없어지면서 임원 자리가 없어졌다. 설비직무는 이제 죽었다 깨도 부장, 팀장이 한계다.
그 반면에 안전팀, 환경팀은 임원 올라갈 자리가 없었는데 중처법 이후로 안전환경실장(상무)가 생겼다.
품질쪽은 품질경영실장(상무)한계이고, 인사쪽은 인사담당(상무)가 한계이다. 그래도 이쪽은 좀 낫다. 인사팀에 인원 5-6명인데, 외부영입만 아니면 순서 기다리면 팀장되고 상무 될 수도 있으니까.
구매, 회계, 자금 등의 지원 부서는 잘하면 경영지원부실장(전무)까지 올라갈수도 있다. 위에 경영지원실장(전무)가 있는데 왜 같은 전무가 한명 더 있냐고? 경영지원실장 자리는 로열패밀리 자리라서 그렇다.
우리 공장에는 제품에 따라 생산1팀에서 4팀까지 있는데 사업부장이 되려면 1팀 아니면 2팀장 출신이어야 한다. 3팀, 4팀 경험만 있으면 절대 사업부장이 되지 못한다. 만약 3팀장을 사업부장 올리려면 제품과 라인 특성이 달라도 1팀장으로 옮겨서 최소 1년은 하고 올라간다. 3팀, 4팀에서 갑자기 1팀장으로 간다? 아, 차기 사업본부장 되실분이구나.. 눈치 다 챈다.
나는 조직이 없다. 원래 있던 팀이 해체되고 유사(?)업무인 다른 팀과 합쳐졌다. 해체되면서 팀장은 짤리듯 나갔고 후배도 퇴사해서 내가 이 업무를 하는 유일한 1인이다. 내가 팀장이 되지 못하는건 나도 알고 현재 내 팀장도 알고 사업부장도, 부사장도 안다.
부사장이 하도 갈궈대서 '아니 그렇다고 제가 팀장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하고 한번 반박했더니.. '왜, 너도 열심히 하면 너네 팀장으로 올라갈 수 있어' 라고 하는게 아니라 '뭐 없어진 팀 부활이라도 시켜달라는거냐? 조직개편이 우습냐?' 라고 하더라.
그래서 헤헌에게 제안이 오면 꼭 확인하는 것중 하나가 나는 누구에게 보고하는가? 이 업무를 하는 별도의 조직이 있는가 아니면 그냥 담당자를 뽑는 것인가? 를 물어본다. 별도 조직 없는 담당 자리로 이직할거면 뭐하러 옮기겠는가. 난 진급한계선을 돌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