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가게에 대한 나의 작지만 단호한 응답
언젠가 한 번은,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오후 1시 반쯤,
배가 고프기도 하고 마음도 조금 지쳐서
가까운 식당에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종업원의 싸늘한 눈빛이 느껴졌고,
인사를 건네자 아무런 대꾸도 없이 손가락으로 자리를 가리키더군요.
‘점심시간이 끝나서 좀 귀찮은가보다’ 하고 넘기려 했지만,
그 이후에도 주문을 받는 말투, 음식이 나오는 과정,
심지어 계산을 할 때까지 이어지는 무성의함은
단순히 피곤함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했습니다.
그 순간 마음속에 선이 하나 그어졌습니다.
‘이 집은 다시 오지 않겠다.’
그 결심은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가 이곳에 다시 발을 들이면
내가 받은 대우를 스스로 정당화하는 셈이 된다는 생각,
그리고 이런 태도를 가진 상점이 계속 존재하도록
내가 작게나마 기여하게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상거래를 경험합니다.
그 모든 순간은 단순한 물건의 교환이 아니라
감정의 교류이며, 인간적인 접촉입니다.
‘사람 대 사람’의 관계가 잠시 스쳐 지나가는 자리이기도 하죠.
그런데 때때로 우리는 그 자리에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무시당하거나, 눈치를 보게 되거나,
말을 걸었는데 대답조차 듣지 못하거나,
때로는 작은 질문 하나에도 귀찮다는 눈빛을 마주하게 됩니다.
물론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사람입니다.
지칠 수 있고, 힘들 수 있고, 감정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반복되거나
아예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는 태도로 굳어졌을 때입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불친절하거나, 고객을 하대하는 태도가 느껴지는 가게에는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인상을 받으면
그 이후로는 제 발로 다시 가지 않겠습니다.
비록 제가 단 한 명의 고객에 불과할지라도 말입니다.
이건 단순한 불매의 감정적 반응이 아닙니다.
저는 이 결정을 ‘작은 경제민주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모여
어떤 가게가 살아남고, 어떤 문화가 자리 잡을지를 결정합니다.
정중함과 친절, 인간적인 배려가 있는 곳이
오래도록 사랑받고 지속되도록
제 작은 돈이, 제 선택이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는 경제 생태계에 대한 태도이기도 합니다.
친절하고 따뜻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작은 책방,
눈을 맞추고 웃으며 커피를 건네주는 동네 카페,
비록 화려하진 않아도 정직하게 장사하는 시장의 가게들이
우리의 선택으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저는 의식적으로 그 방향으로 소비를 하려 합니다.
돈은 단순한 지불이 아닙니다.
그것은 방향이고, 의지이며, 가치입니다.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느냐는
곧 내가 어떤 삶을 지향하느냐와 연결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작은 선택을 합니다.
조금 더 불편하더라도, 조금 더 멀더라도,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하는 삶.
그것이 제가 이 시대를 살아가며 할 수 있는
아주 작지만 분명한 응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