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에서 떠나오고 가끔 후회가 되요.
저는 해외에서 감히 신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복지를 자랑하는 회사에서..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복지 잠깐 보여드리면
하루 일과 10시부터 6시까지이고.. 시간제 근무해서 다른날 일 많이하면 오후 3시부터는 자유롭게 퇴근해도 되요. 한달에 정해진 시간만 일하면 되는 구조
회사 옆에 피곤하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4성 호텔의 온천이 있었고..
1년 1~2회는 직원 전체 해외 워크샵을 갔네요. 매년 약 50만원씩 디지털 기계 살 수 있는 돈 별도로 나오고
당시 저는 32살에 연봉이 환율에 따라 다르지만 6500~8000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매년 연봉 상승률이 25%정도)
Saas비즈니스라 매출이 떨어질 일이 없어 안정적이고, 이미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어서 사내에서 인정받으며 스트레스는 별로 받지 않았어요.
급여도, 회사도, 직책도 주변에 부러움을 사곤 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그렇게 4년정도 있다보니까 뭔가 정체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위에는 씨레벨이고 다들 저랑 동갑(88년생) 혹은 1~2살 많고.. 선배는 없고
아직은 내 나이가 정체될 나이가 아니라 뭔가 더 배우고 실무적인 단단함을 쌓아야할 것 같은데 너무 편하게만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해서요.
퇴사한다고 했을 때 연봉 문제면 원하는대로 올려주고, 다른 것이 문제면 어떻게든 고치겠다. 이번달 자신의 KPI는 널 붙잡는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인사 부장에게 차갑게 이미 난 마음이 정해졌다고 하고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존경하던, 선생님처럼 생각하던 분이 카카오를 나와서 사업하신다고 해서..
초기 투자금 30억에 다들 고스팩 사람들이 모여서 제가 순식간에 인턴 제외하고 막내가 되는 조직이었어요.
지사장하다가.. 갑자기 회사 막내로ㅎㅎ
그래도 그만큼 배울 것이 많겠다고 생각해서 더 매력적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연봉도 대폭 낮췄어요.
기본급 5000만원에 주식 약 7만 5천 달러..4년간 지급
어차피 배움이 목적이었고, 주식도 상당히 받아서 나쁜 선택은 아니라 생각했어요.
.
.
.
그리고 2년 뒤 지금은 회사가 망해서 실업급여 받으면서 집에서 놀고 있네요.
대표님이 저 입사하고 딱 한달만에 암에 걸리시고, 선장이 없는 상태에서 다들 한가닥 하던 분들이 모여있던 회사라 그런지 의사결정이 안되었어요. 그러다가 결국 망해버렸습니다.
요즘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예전 회사에 계속 있었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좋은 직장을 나왔는지..
언제든 돌아오라고 했던 전에 회사에도 연락할까하다가 내가 그렇게 매몰차게 행동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와서 다시 돌아간다고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이번 회사, 전에 회사 모두 본인 사업하듯 다양한 것, 필요한 것, 아무도 안하는 것 있으면 도맡아서 하던 스타일이라 잡다하게 이것저것 다할 줄은 아는데 내가 어떤 포지션의 커리어를 쌓아왔는지도 모르겠고..ㅠㅠ
최근에 살던 신혼 집에 집주인이 실거주한다고 나오라고 해서, 새로운 전세집 구하면서 차액을 다 입금하고 나니 이번달 카드값 내면 통장 잔고가 30만원 남네요 ㅋㅋ 어떻게든 되겠지만..
찹찹한 마음에 이렇게 똑딱똑딱 타이핑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