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란 외로운 존재
리더는 외롭다.
리더가 되어보면 안다. 되기 전엔 모른다. 아니, 알더라도 머리로만 안다. 누군가의 외로움은 넘겨짚기 십상이다. 마음으로 겪어보지 않은 감정은, 그렇게 무의미하다.
리더란 뭘까?
많고 많은 책과, 많고 많은 말들이 '리더십'을 운운한다. 하지만 그 방향은 언제나 아래로 향해있다. 사람들을 잘 이끄는 법. 내 편으로 만드는 법. 말썽쟁이 후배 직원을 잘 구슬려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는 팁에 대한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냥 탁 까놓고, 리더는 외로운 존재라고 하면 안 되는 걸까? 꼭 좋은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 솔직히 그러한 글을 쓴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다. '리더십'에 대한 책을 쓴 당신의 상사는 '좋은 리더'인가요? 그 분은 외로워하지 않나요?
리더는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라고 내어 준 자리다. 구성원의 역량을 끌어 모으고, 동기부여를 하면서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하고 성과를 내어야 하는 자리. 솔직히 매우 부담스럽다. 이상과 이론은 '리더십'이란 단어 하나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합지졸을 데리고 있어 성과가 나지 않아도 책임은 리더가 진다. 물론, 훌륭한 구성원들을 오합지졸로 만드는 것도 리더일 수 있다. 성과가 나지 않거나, 어떠한 과실이 있을 경우는 대개 쌍방과실이다. 진정한 리더는 이것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싫어하는 리더는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일 거고.
리더는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구성원들도 마찬가지다. 공감은 위에서 아래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위로도 향해야 한다. 과실도 쌍방과실인 것처럼, 공감도 양방향인 것이다. 막내였다가 세월이 흘러 리더의 자리에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리더는 리더의 경험이 없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포위되어 있다. 즉, 공감받을 수 있는 상황은 극히 드물다. 아니, 불가능하다고 할 수밖에.
그러니 리더는 외로운 존재다.
그것도 지독하게. 리더보다 상사인 사람들은 리더를 잘 활용한다. 리더 하나만 집중적으로 괴롭히면 그 아래 팀원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는 괴팍한 논리 때문이다. 대개는 맞는 말이다. 자신이 리더를 괴롭히는 것보다, 구성원들을 더 강하게 괴롭히는 리더를 윗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내가 그렇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은 대개 좀 더 외롭다. (나는 정말 외롭다.) 아이러니하면서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리더는 외롭다고 소리치고 싶다.
"이 마음이 내 마음이다, 내 심정이 이렇다 왜 말을 못 해?"라는 어느 한 드라마의 대사가 떠오른다.
리더가 되어서야 하는 고백.
사람들을 잘 부리거나, 멋지게 이끄는 법이 아닌 리더로서 느끼는 하루하루의 고민과 마음 그리고 외로움을 담고 싶다. 외롭다는 고백은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하는 말이다. 외로운 나를 토닥이기 위한.
외로워도 괜찮다.
리더여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