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6천 풀재택 무상사... 퇴사 고민하는 제가 이상한 건가요?
남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 한다고 욕할 거 아는데, 진짜 진지하게 고민돼서 글 써봐요.
결혼 10년 차, 30대 후반인데 요즘 제 뇌가 액체괴물처럼 말랑하게 녹아내리는 기분이에요.
제가 다니는 곳은
일단 100% 풀재택. 출퇴근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요.
직속 상사가 없어서 보고나 결재 같은 스트레스가 0에 수렴하고요,
대표님이 저를 전적으로 믿어주셔서 그냥 제 맘대로, 제 페이스대로 일합니다.
풀재택인만큼 업무랑 삶의 경계가 희미해져서 업무 외 시간에도 일을 하긴 하는데 그건 진짜 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하는 거고, 안 해도 사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연봉은 6천 정도, 많지도 적지도 않지만 그냥 하는 만큼 받는 기분이에요.
일도 재밌어요. 익숙해져서 남들보다 판단이 빠르기도 하고요.
이 정도면 신의 직장 아니냐고요? 저도 처음엔 그랬죠.
회사가 당장 망할 걱정도 없어요. 워낙 분야가 특이해서 경쟁사도 없고, 사용자도 꾸준히 있습니다.
근데 이게 제 발목을 잡아요.
모든 게 너무 편해서 너무 익숙해져 버렸는데,
배우는 게 단 1도 없는 기분이에요. 상사가 없으니 피드백도 없고, 제가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그냥 리더 미팅때 대표님때 공유를 드리면 별 말 없이 넘어가십니다. 실제로 수치 방어가 제대로 되고, 오르기도 하고요.
하지만 가끔 다른 회사 친구들이랑 얘기하면 조금 불안해요. 요즘 쓰는 업무 툴? 협업 방식? 점점 고립되는 기분이거든요.
이직을 하려고 해도 문제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이 워낙 특수해서, 제 경력이 다른 곳에서는 쓸모가 없을까 봐 무서워요. 이게 무슨 대단한 기술력을 요하는 일도 아니거든요.
친구들은 애도 없겠다, 자유로운 풀재택에 스트레스도 없는데 뭐가 불만이냐고, 배부른 소리 하지 말고 그냥 뼈를 묻으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10년, 20년 더 있으면 전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어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 안락한 지옥을 박차고 나갈 용기도 없네요.
저, 퇴사하면 분명 후회하겠죠? 그냥 이대로 만족하고 사는 게 맞는 걸까요?
이런 꿀 빠는 회사 다녀보신 분들만 제 마음 아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