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률은 오르는데, 왜 직원들은 조용한가 (2026년 한국 AI 생태계에서 가장 데이터가 없는 지점에 대하여)
작년에 자문을 나갔던 양재에 소재한 전시서비스회사인 E사의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대표님은 자신 있게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AI 씁니다. 작년에 도입했어요.」
그런데 실무자 자리로 가서 물어봤습니다. 요즘 그거 어떻게 쓰세요.
돌아온 답이 이랬습니다. 「아, 그거요. 처음에 교육받고… 지금은 잘…」
말끝을 흐리는 그 3초. 저는 지난 2년간 이 3초를 수십 번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이 3초가, 지금 한국 AI 생태계에서 가장 기록이 안 되고 있는 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1. 생태계는 공급 쪽에서만 시끄럽습니다
지금 AI를 둘러싼 이야기의 대부분은 위쪽에서 만들어집니다. 어떤 모델이 어떤 벤치마크를 넘었는지, 어느 회사가 얼마를 투자받았는지, 정부가 어떤 예산을 편성했는지.
전부 만드는 쪽의 언어입니다.
반면 아래쪽 — 실제로 그 도구 앞에 앉는 사람의 언어는 거의 유통되지 않습니다. 도입률 통계는 있습니다. 「AI 도입 기업 40 %」 같은 숫자요. 그런데 그 숫자는 대표가 결제 버튼을 눌렀다는 뜻이지, 김 대리가 화요일 오후에 그걸 열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도입률과 사용률 사이에는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큰 구멍이 있습니다.
저는 이 구멍을 20년간 중소기업 자문 현장에서 봐 왔고, 올해는 직접 AI 회사를 만들어 그 구멍의 반대편에 서게 됐습니다. 이 글은 양쪽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2. 직원들이 실제로 느끼는 것 네 가지
첫째, 공포보다 먼저 온 건 피로였습니다.
언론은 「AI가 일자리를 뺏는다」는 프레임을 씁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직원들이 가장 먼저 말하는 건 그게 아닙니다. 「이것까지 배워야 하냐」입니다.
AI 도입은 대개 기존 업무를 줄여주면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기존 업무 위에 얹혀서 시작됩니다. 원래 하던 일 그대로 하면서, 새 도구를 익히고, 사용 실적을 보고하고, 개선 아이디어를 제출합니다. 도입 3개월 차에 이탈이 몰리는 이유는 도구가 나빠서가 아니라 그 무게 때문입니다.
둘째, 잘 쓰는 걸 숨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건 처음 들었을 때 제가 좀 놀랐던 이야기입니다. 어떤 실무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이걸로 빨리 끝내는 걸 알면, 일이 더 올 텐데요.」
생산성 향상의 이익이 조직에만 귀속되고 개인에게는 돌아오지 않는 구조에서, 합리적인 개인은 성과를 감춥니다. AI 도입이 실패하는 원인으로 기술을 지목하는 보고서는 많은데, 보상 설계를 지목하는 보고서는 드뭅니다.
셋째, AI는 신입의 자리보다 신입의 학습 기회를 먼저 대체합니다.
예전에 신입이 하던 일이 있습니다. 자료 정리, 초안 작성, 회의록 요약. 대부분 지루한 일이었고, 그래서 AI가 가장 먼저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그 지루한 일이 사실은 업무를 배우는 통로였습니다. 계약서 100장을 정리해 본 사람만 계약서를 볼 줄 알게 됩니다. 그 100장을 AI가 처리하면 결과물은 남지만 사람은 안 자랍니다.
3년 뒤 이 회사의 과장은 어디서 오는가. 저는 이 질문에 아직 좋은 답을 못 찾았습니다.
넷째, 가장 불안한 건 중간관리자입니다.
경영진은 AI를 도입 대상으로 봅니다. 실무자는 도구로 봅니다. 그 사이에 낀 팀장급은 다르게 봅니다. 자기가 팔던 게 판단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됐다」, 「이건 다시 해라」를 결정하는 일. 그런데 AI가 초안의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올려버리면, 그 판단의 값이 떨어집니다. 회의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이 팀장인 회사를 저는 여러 번 봤습니다.
3. 그래서 생태계에 필요한 것
세 가지를 제안드립니다.
• 측정 지표를 바꿔야 합니다. 도입률 말고 재사용률입니다. 도입 6개월 후에도 주 1회 이상 여는 직원의 비율. 이 숫자를 공개하는 벤더가 늘어나야 시장이 정직해집니다. 저희도 이 숫자로 평가받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실패 로그가 성공 사례집보다 가치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는 잘된 사례만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도입을 앞둔 대표님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왜 3개월 만에 죽었는가」입니다.
• 이익 배분을 설계에 넣어야 합니다. AI로 줄어든 시간이 직원에게 어떤 형태로든 돌아가지 않으면, 그 조직의 AI는 반드시 조용히 죽습니다.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제도 문제입니다.
4. 마지막으로
저는 올해 쉰여덟에 AI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20년간 남의 회사에 조언하던 자리에서 내려와, 처음으로 제 이름으로 청구서를 받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내려와 보니 알겠는 게 하나 있습니다. AI의 성패는 모델이 아니라 그 앞에 앉은 사람의 하루에서 결정된다는 것.
그래서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 AI는 지금 몇 명이 쓰고 있습니까. 도입한 사람 수 말고, 어제 실제로 연 사람 수요.
댓글로 각자의 3초를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배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