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살 먹고 혼자 눈사람 만드는 거 부끄럽지도 않냐고요?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냐고요? 마흔에 눈사람 만들다가 골병 들지 않냐고요?
아아니요! 혼자서 꿋꿋하게 용감하게 자신있게 눈을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고나면 얼마나 뿌듯한데요.
그렇게 나이 깨나 먹어서 혼자서도 꿋꿋이 눈사람 만든 나를 칭찬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혼자 만들었기 땜시 아무도 모르거든요 ^.^
저는 나이를 이렇게나 먹었는데도 눈만 오면 신이 나서 달려나가는 갱상남도 사람. 서울 온지 벌써 15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눈만 오면 신이 나요. 공기에서 눈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설레고,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하면 집순이임에도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답니다.
거기다 눈이 쌓이기까지 한다? 그러면 바로 롱패딩과 목도리, 모자로 무장한 후 따릉이를 타고 올림픽 공원으로 달리죠. 눈 오는 날 너무 예쁜 나홀로나무를 만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나홀로나무가 홀로 있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요. 눈사람 친구를 만들어 줄 예정이니까요!
혼자 쪼그리고 앉아서 토닥토닥 눈을 뭉치고, 굴리고, 다시 뭉치고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요. 혼자서 너무 크게 만드는 건 아무래도 (늙은) 몸에 무리가 가기 땜시 보통 하반신 정도 크기로 만드는데, 그러고 나면 기분이 아주 좋아지거덩요. 손바닥은 빨개지지만...^^...
혼자 만든 눈사람 사진을 나홀로나무와 함께 찍고 있노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와 너무 귀엽다!' '어머 눈사람 봐봐!'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눈사람이랑 같이 사진 찍어도 돼요?' 물어보는 사람도 종종 있는데 그러면 뿌듯 지수 기하급수적으로 상승.
그렇게 만든 지난 겨울의 눈사람이랍니다. 너무 귀엽지 않나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눈사람을 만든 나, 참 잘했어요 도장 셀프로 찍어주고 갑니다 헤헤.
아. 눈사람이 외로워 보이는 건 기분 탓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