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을 안 하는 걸까요, 못 하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회사 팀원 관리 문제로 고민이 있어 글을 씁니다.
저희 회사는 팀장 재량으로 주 n회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자율좌석제를 시행하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입니다. 수직적인 분위기도 강하지 않은 편입니다.
저희 본부 내에는 제 위로 여러 팀을 총괄하시는 상사 한 분이 계시고, 제 아래로 팀원 두 명이 있습니다. 저는 회사생활 1n년 차이고, 팀원 두 명은 성별이 다른 동갑입니다. 저는 이들보다 이 회사에 늦게 입사했습니다.
A는 동종업계 경력있는 5년차
B는 프로젝트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 현재 정규직 2년 차입니다.
제가 입사하고 몇달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저는 이 업계가 처음이었고, 이렇게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도 처음이라 초반에는 적응 기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안정적으로 적응했고, 팀 내에서 실무적으로 중심 역할을 하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본부 직원들이 투표한 인기상 같은 것도 받을 정도로 상사나 동료들과도 큰 문제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팀원 B입니다.
B가 첫 회사이고 연차가 낮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실수하는 건 당연하고, 저도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B가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기본적인 소통, 보고, 태도입니다.
1년 넘게 같이 일하면서 B에게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점심을 같이 먹는 분위기는 아니라, 식사할 기회가 없으니 야근을 하거나 외근을 나갔을 때 제가 거의 계산합니다. 그런데 밥을 사면 커피도 당연히 제가 사는 걸로 생각해서 계산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A는 제가 밥을 사면 커피를 사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B는 밥과 커피를 모두 얻어먹고도 인사를 안 합니다. 정말 단 한 번도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업무에서도 비슷합니다.
B가 맡은 일은 잘하지만, 연차가 낮으니 실수하거나 놓치는 부분도 있고 마무리가 덜 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결국 제가 다 확인하고 수습합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마무리해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B가 작업하는 퀄리티가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고 A가 느낄 정도입니다.
저는 매일 야근을 하면서 B의 작업물을 검토하고 피드백을 정리합니다. 말없이 제가 수정하면 계속 잘못이 반복될 것 같기 때문에, 제가 어떤 부분을 어떤 이유로 수정했는지 다 적어줍니다.
어제는 B가 파일을 잘못 정리해서 올렸고, 저는 그 파일로 후반 작업을 하다가 이상해서 물어봤습니다.
나: 파일 확인 하고 업로드한거 맞아요? 제가 보기엔 두개가 섞인것 같은데 다시 확인해보세요.
B: 좀 볼게요.
(몇분 뒤)
B: 다시 올렸어요.
이게 끝입니다. 잘못된 파일 때문에 제가 몇 시간을 날렸는데, 그 부분에 대한 미안함이나 설명은 전혀 없었습니다.
가장 힘든 건 B가 업무 진행 상황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쁘지 않을 때는 제가 그때그때 업무를 지시하고 완료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쁜 시즌에는 업무가 몰리고, 하루 안에 끝나지 않는 일도 많아서 A, B와 나눠서 진행해야 합니다.
저도 제 업무가 있고, A와 B가 작업한 내용도 관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B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했는지, 수정시킨 건 반영했는지 말을 하지 않습니다.
결국 제 업무가 끝난 뒤 B가 작업한 파일을 하나씩 열어보면서 오늘은 뭘 했는지, 내일은 뭘 다시 해야 하는지 제가 직접 파악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처음 말한 것도 아닙니다. 작년 여름부터 여러 번 말했고, 지난주에는 조금 강하게 말했습니다.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 업무 진행 내용을 공유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2주가 지났는데 씹혔습니다.
A도 이 부분을 힘들어하고 있고, 그래도 A 본인이 먼저 말하면 B도 따라 하지 않겠냐며 3명이 있는 업무공유 채팅방에서 지난 2주간 더 열심히 보고를 했습니다. 그래도 B는 씹습니다.
제가 이해가 안 되는 건, 일을 아예 안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파일을 열어보면 업데이트가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말을 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커피 테이크아웃할 때 뭐 마실 거냐고 채팅방에서 물으면 자허블이라는 대답은 1초 만에 나오는데, 업무 관련 소통은 왜 이렇게 안 되는지 답답합니다.
몇 가지 에피소드입니다.
#.1
나: 내일 아침 일찍 고객사에서 미팅하는데, B도 참석해서 업무 이야기 들어볼래요?
B: 아, 일어나는 거 봐서 연락드릴게요.
#2.
나: 내일(재택근무 날) n시에 미팅 잡혀서 사무실 출근해야겠네요.
B: 저 그시간에 병원가는데요?
나: ?? 근무시간인데요? 퇴근하고 가거나 주말에 가세요
B: 그 병원이 일찍 닫아서 이때 가야해요. 주말엔 예약 안돼요.
나: 지금까지 재택할때마다 병원 다녔어요?
B: 한달만 더 다니면 돼요
나: ?? 앞으로 근무시간에 개인업무 해야하면 휴가쓰거나 근무시간 조정한다고 미리 알려주세요.
B: 씹음
#.3
오전 외근 후 점심식사를 하고, 저와 상사는 추가 미팅이 남아 있는 상황.
상사: A,B 둘은 들어가고 우리는 남아서 미팅좀 더 할께요.
나: B는 여기서 사무실보다 집이 더 가까우니 사무실 들어가지말고 여기서 일하다 가도 돼요.
B: 사무실이 더 편해요.
나: 네 그럼 들어가세요~
식사 후
나: A님, 사무실갈때 B랑 같이 택시타세요
A: 화장실 다녀와보니 B가 없어서 연락해보니 집에 갔다고 하세요.
뭔가 에피소드로 일일이 기억하고 남기기에도 짜치는 수준의 일들이 반복되니 정말 지칩니다. 유치원도 아니고 기본적인 인사, 업무시간엔 개인업무 금지, 팀원들과는 업무 공유 같은 것까지 알려줘야 하나요?
첫 회사가 이렇게 자유로운 회사이다 보니, B가 자유와 자율만 누리고 관리, 소통, 책임은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회사가 자율적인 분위기인 건 좋은데, 결국 책임감 있게 일하는 사람만 더 힘들어지는 구조처럼 느껴집니다.
A는 일을 잘하고 예의도 바릅니다. B보다 직급도 높은데, 잡일도 마다하지 않고 잘합니다. 물론 제가 윗사람이니 저에게 편한 직원이 더 좋아보이고, 그래서 B와 더 비교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A도 B를 2년 가까이 봤지만, 몇 마디 나누기도 어렵고 친해지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희 상사나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 다른 팀원들은 B를 두고 말이 없고 독특한 사람, 요즘 애들은 원래 그렇다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인사를 안 하고 대화를 안 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냥 두라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이제 B를 하나하나 붙잡고 가르쳐가며 계속 같이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지쳤습니다.
그동안 어르고 달래고, 가르치고, 제가 조금 더 고생하면 나아지겠지 했던 시간들이 다 소용없었던 것 같고, 저만 자괴감이 듭니다.
제가 원래 일하던 분야에 계속 있었다면 초반에 더 확실히 기준을 잡고 팀워크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이직 후 적응하느라 초반에 기강을 못 잡은 것이 문제였나 싶기도 합니다.
이제 와서는 이직 자체가 후회될 정도입니다. 그동안 제가 해온 사회생활이 다 무너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제가 이런 팀원을 어떻게 관리했어야 했을까요?
그냥 무신경하게 두고, 잘하든 못하든 내버려두는 게 맞을까요? 그런데 B가 일을 제대로 못하면 결국 욕을 먹는 건 저니까, 오늘도 제가 야근을 하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면접도 없이 운 좋게 편한 회사에 들어와서 이렇게 책임 없이 일하다가, 제가 정리하고 만든 자료들을 들고 나가 본인 경력인 양 이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면 너무 화가 납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걸까요?
아니면 이제는 업무 기준과 보고 체계를 명확히 정하고, 안 지켜지는 부분은 상사에게 공식적으로 공유해야 할까요?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 어떻게 대응하셨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또는 B와 같은 경향인 분의 입장도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