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해의 익숙함을 내려놓고 저녁있는 삶을 선택했다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쇼킹한 일생일대의 변화는, 거의 서른 해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을 떠난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안정적이었고, 익숙했고, 굳이 흔들 필요 없어 보였던 자리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나는 늘 술과 일에 지쳐 있었고, 집에 돌아와도 마음은 회사에 남아 있었다.
결정을 내리는 데는 오래 걸렸지만, 막상 떠나고 나니 깨달았다.
익숙함은 안전함이 아니라, 때로는 나를 서서히 소모시키는 관성일 수 있다는 것을.
직장을 그만둔 뒤, 내 삶에는 작은 변화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퇴근 후 술자리가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탁.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누는 짧은 대화와 웃음.
“오늘은 어땠어?”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건넬 수 있는 여유.
아내와의 관계도 달라졌다.
각자 지친 얼굴로 하루를 버텨내던 부부에서, 다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웃는 사이가 되었다.
결혼 초, 신혼 시절처럼 사소한 일에도 대화를 나누고, 함께 산책하고, 함께 미래를 이야기한다.
시간이 흐르며 사라진 줄 알았던 감정이 아니라,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감정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됐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일도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곳에서는 ‘일하는 사람’ 이전에 ‘사람’으로 받아들여졌다.
가족처럼 서로를 챙기고, 부담보다 신뢰가 먼저 오는 환경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배운다.
일은 삶의 전부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한 부분이어야 한다는 것을.
올해 나는 더 빨리 성공하지도, 더 많이 벌지도 않았다.
하지만 대신, 나 자신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
가족과 함께 웃는 시간을 되찾았고,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했고, 나답게 살아갈 용기를 냈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올해 내가 가장 잘한 일은, 내 인생의 방향을 다시 선택한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