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내려왔다가 첫사랑이랑 마주쳤어요
고향집에서 기름 냄새 실컷 맡고 낮잠까지 자다가, 너무 답답해서 슬리퍼만 끌고 동네 단골 카페로 피신을 갔는데요.
갑자기 익숙한 목소리가 제 이름을 부르는 거예요.
'이 동네에 날 아는 사람이 없는데' 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진짜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어요.
이제는 교복 대신 편한 니트를 입고 있었지만, 장난기 있게 웃는 눈매는 정말 고등학교 때 모습 그대로더라고요. 제 첫사랑이었습니다.
거의 15년 만에 보는 거라 어색함도 잠시, "너 여기 살아?", "서울에서 일한다며?"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됐어요.
얘기 나누는 내내 고등학교 때 생각이 계속 났습니다.
복도에서 한번 마주치려고 일부러 먼 길로 돌아가고, 야자 시간에 몰래 쪽지 주고받고, 그 애 농구하는 모습 보려고 운동장 벤치에 앉아있던... 그런 유치한 기억들이요.
15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어제 본 친구처럼 편안하면서도 이상하게 떨렸습니다.
아쉽게도 금방 일어나서 가봐야 한다더라고요. 그냥 그렇게 보내기 아쉬워서, 저도 모르게 혹시 연락처는 그대로인지 물어봤습니다. 번호는 바뀌었다면서,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어요.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는데, 심장이 계속 두근거려서 잠이 안 오네요. 휴대폰에 새로 찍힌 이름 세 글자만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고 이렇게 설레다니, 웃기면서도 기분이 좋네요.
지루하게 느껴졌던 명절 연휴였는데 결혼은 했을까, 남자친구는 있을까, 아직도 메로나를 좋아할까 하는 생각들로 정신이 없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