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또 버텼는데, 이제는 그만해야 하나 싶습니다
입사 당시 신설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관리자 1명과 실무자인 저를 포함한 소수의 정규직이 먼저 근무하고, 이후 추가로 계약직 인력을 채용해 부서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맡게 될 업무는 사업 기획과 행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정됐던 계약직 추가 채용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부서 업무 전반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향후 채용될 인력이 맡을 업무까지 상당 부분 담당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야근이 잦았고, 주말에도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입사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 기관 책임자 앞에서 부서 성과를 발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실무자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업무가 많다는 점이 언급됐고, 인력을 신속히 충원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본부에서는 직접 채용하기보다 관계기관 소속으로 인력을 채용한 뒤, 본부 업무와 관계기관 업무를 함께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관계기관에서는 본부 업무를 수행할 인력을 자신들이 채용하는 것에 부담을 나타냈습니다.
결국 우리 부서가 관계기관 업무 일부를 맡는 대신, 관계기관에서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됐습니다.
관계기관에서 시급하다고 요청한 업무는 제가 먼저 처리했습니다. 일회성 업무가 아니라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업무였습니다.
그러나 채용 절차가 구체화되던 시점에 관계기관의 주요 책임자들이 교체됐고, 채용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맡은 관계기관 업무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제 원래 직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대규모 기술 사업까지 담당하게 됐습니다.
저는 행정직이기 때문에 전문 기술 인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여러 차례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며 역량을 키워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행정직에게 전문 기술 업무를 맡기면서 직무 역량을 키우라는 설명이 지금도 쉽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혼자 관련 기획안을 만들고 기관 책임자 앞에서 발표했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다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신규 인력은 채용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상당 기간 독학하고 외부 업체 및 전문가들과 회의를 반복하며 사업을 운영했습니다. 처음에는 관련 용어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업무를 진행하고 전문가들과 실무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까지 익히게 됐습니다.
사업 규모도 처음보다 크게 확대됐습니다.
그렇다고 이 업무만 전담하는 것도 아닙니다. 기존 기획·행정 업무, 채용되지 않은 인력의 업무, 관계기관에서 넘어온 정기 업무까지 계속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다른 부서 직원들과 대화하다가, 제가 해당 연도의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본부 인사부서에서는 제가 관계기관 업무를 상당 부분 수행했기 때문에 관계기관에서 지급할 것으로 판단해 본부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관계기관에서는 본부와 연계된 공식 업무가 종료돼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양측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미 관련 예산이 소진됐고 규정상 인센티브 지급이 의무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제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비슷한 상황의 직원들 가운데 저만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부서에 한 명이 새로 배치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인력 보충이었지만,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신규 채용이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 전보되는 직원이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직원은 여러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고, 과거 근무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과 갈등이 잦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이후 본부 외부의 별도 조직에서 혼자 근무하다가, 해당 조직이 폐지되면서 다시 본부로 복귀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복귀 과정에서 기존에 근무했던 부서들이 해당 직원의 재배치를 부담스러워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우리 부서는 오랫동안 인력 부족을 호소해 왔습니다.
결국 본부는 인력을 보충한다는 취지로 그 직원을 우리 부서에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랜 기간 인력 충원을 요청해 왔습니다.
기관 책임자의 채용 지시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여러 사람이 나누어야 할 업무를 대신했고, 관계기관 업무를 추가로 맡았으며, 원래 직무와 다른 대규모 기술 사업까지 독학하며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건 인센티브 지급 대상에서의 누락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이루어진 인력 보충은 신규 채용이 아니라, 다른 부서들이 배치를 부담스러워했던 직원의 전보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함께 일해 보기 전까지 그 사람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 이것이 정말 우리 부서를 위한 인력 보충인지 아니면 다른 조직의 문제를 인력 부족 부서에 넘기는 방식인지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