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름대로 업계에서는 1위인 회사에 들어간지 두달째입니다. 잡플래닛의 평점이 전멸이고 올해만 해도 퇴사자가 상당히 많다고 해서 걱정했던 회사였는데요, 수습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기존에 맞췄던 연봉을 상당히 깎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맥락을 조금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제 포지션은 콘텐츠를 만드는 역할이고, 기존에 저 자신도 콘텐츠를 만들지만 팀의 리더로 활동할 것으로 얘기가 돼서 업계 기준으로는 나쁘지 않은 연봉을 받기로 하고 입사했습니다.
조금 다녀보니 짧은 기간 중에도 많은 걸 보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변화가 굉장히 빠른 회사이고 기본적으로 어떤 프로젝트에 별다른 기획이 없이 일단 리더십이 원하는대로 콘텐츠를 빠른 속도로 찍어내야 합니다. 전 기본적으로 콘텐츠 생산은 창조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기획, 존중, 프로세스, 자료, 지원, 피드백 등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다른 회사에서도 그렇게 일했었는데요, 이 회사는 거의 주단위로 큰 맥락에서의 콘텐츠 생산 기획과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리더십마다 콘텐츠 프로젝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생각이 다른것은 기본이고요.
예를 들면 A라는 사람의 리더십 하에 프로젝트를 거의 1달반 정도 진행하고 있다가, B라는 사람의 주도로 바뀐 후에 기획이나 진행사항에 대한 별도의 보고나 기획 없이 완전히 뒤집혀서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무리한 기대치, 사내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에 투자할 생각이 없는 리더십, 막무가내로 결과물만 원하지만 피드백은 주지 않는 문화, 기본적으로 기획이 없는 회사라는 점(작은 회사이긴 합니다)이 제가 기대하는 최소한의 존중과 프로세스, 일하는 환경과 매우 다르다는 느낌을 받으며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저와는 아무런 얘기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사람이 외부에서 팀장(제가 팀장이었습니다)으로 낙하산 타고 들어왔고, 또 다시 새로운 사람이 기존 기획을 파악하지 않고 지시를 내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상황이었고, (채용 방향상 제가 팀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고, 하고 싶다는 의사도 몇번 밝혔습니다) 심지어 오늘은 면담에서 연봉을 거의 평사원 수준으로 깎자는 얘기를 하더군요.
제 생각에는 외부 팀장이 본인들이 보기에 젊고 말도 잘들어서 회사의 방향과 더 잘 맞을 것 같으니, 연봉 깎던지 아니면 (아마 이쪽을 더 기대하는 것 같은데) 나가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업계에서 1위인 회사일 뿐만 아니라 겉으로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는 곳이라 이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매우 당황스러운데요, 그래서 이 커뮤니티에 계신 분들께 객관적인 판단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다시 몇달간의 구직/이직 생활을 해야 하는 점이 걸리기는 하지만, 연봉을 깎아서 다니더라도 새로온 팀장과의 뻔히 보이는 갈등/어려움이나 이런식으로 막무가내로 일을 처리하는 회사의 분위기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아서 연봉 협상 안받아들이고 나가겠다고 하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퇴사자가 많은 회사이고(올해 중순에 한번 크게 물갈이 했다고 들었고 언급했듯이 잡플 평점이 전멸인 곳입니다) 사람을 교육시키고 대화해서 함께 가기보다는 일단 갈아넣어서 지금 당장 결과물을 원하는 곳이라 칼퇴하고 사이드를 하는 방식으로 가도 일상이 행복할 것 같지는 않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예상하는대로 회사에서도 조용히 나가주기를 바라는 것이 맞겠죠? 기본적인 방향과 철학이 맞지 않는다면 저도 차라리 연봉이 낮더라도 더 부드러운 문화의 회사로 옮기는 것이 낫겠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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