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소용 없는 것들
나에게 소용 없는 것들이 내 집에, 내 주변에 가득해 갈 때에 삶이 달라지고, 보람이 생기더군요.
결혼 후에 집에 제가 쓰지 않는 와이프의 물건들이 존재하게 되었고,
아이들이 태어난 후로는 점점 제가 쓰지 않는 물건들이 늘어 났습니다.
애들이 어렸을 때
딸의 주방 장난감, 시크릿 쥬쥬 인형과
아들의 또봇 헬로카봇 터닝메카드
좀 크고 나서는 레고와 과학놀이
아버지께서 손주들 데리고 장난감 사주실때 아들은 항상 작은 걸 골랐는데, 제것은 이렇게 작아요 할 때 아 이놈 그냥 큰 것 고르지 이렇게 할아버지 안타깝게 하게 해 하셨습니다.
암튼 애들이 커가면서 물건들은 점점 바뀌어 갑니다.
벽에는 애들 키표시가 점점 높아지고요.
식구들 모두 밖에 나가 있을 때에 혼자 집에 들어 와도 여기는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사는 집이란 것을 듬뿍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크면서 각종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딸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못된 아이가 괴롭힌다고 하여 애기 엄마가 집에서 펑펑 울고 있던 날이 있었습니다.
아빠가 그 아이 어떻게 해줄까
그러자 딸이 아빠가 그러시는게 더 무서워요. 그냥 그 아이를 더 안보고 싶어요.
저는 딸이 자기 전에 성경의 시편에서 다윗왕이 고통에 괴로워 하고 하느님조차 원망하는 부분을 읽어 주면서 재웠고, 아들은 구약의 열왕기와 전쟁 이야기를 읽어 주며 재웠습니다. 아이들이 아빠가 자기 넌에 성경 읽어주는 것을 좋아할지는 생각지도 못했죠. 아들은 삼국지도
만화 조선왕조실록도 좋아하는데, 그냥 자기 전에 아빠가 뭔가 읽어주는게 좋다고 하네요.
어찌 되었든 힘들어 하는 어떤 아이, 그것도 저의 혈육에게 그 힘든 순간에 함께 있어 주었던 어른에 저도 포함이 되어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무언가 나의 딸과 아들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이 되는 사람 중에 저도 있다는 것은 매우 보람이 있는 일입니다.
어차피 아이들 공부를 위해 이사하려던 겸 이사를 갔고, 딸아이는 그 못된 아이를 다시 보지 않게 되었고, 원래대로 행복해 했습니다.
이사한 곳에서 학교 선생님이 와이프에게
‘이렇게 천사 같이 착한 아이를 처음 봐서, 꼭 어머님을 만나 보고 싶었다‘고 했다고 합니다. 오 우리 아이가 이런 극찬을 받을 수가 있나.
아들은 학교 선생님이 매우 의젓하고, 다른 아이들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며 리더쉽이 있다고 했다는데, 와이프가 우리 아들이요? 진짜요? 했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완전히 아기 같은 녀석이라서요.
아이들이 커 갈수록 저는 점점 아들과 접점이 늘어 가는데, 주말 저녁이면 아들과 종종 장기를 둡니다. 제가 아들을 장기로 이기면서, 네가 아직 어려서 바로 앞의 말을 희생시키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할지 몰라서 그렇다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러나 점점 제가 장기를 지는 횟수가 늘어 갑니다. 어쭙잖은 장기 실력으로 인생 가르치려 드는 것도 점점 못하게 되겠지요.
이렇게 집에는 점점 저에게는 소용 없는 것들이 늘어 가고, 저의 커리어와 무관한 것들이 가득차 갑니다. 그런 것들을 볼 때 저에게는 하나씩 하나씩 과거 추억을 기억하게 됩니다. 사실 제 커리어나 바깥의 일이란 것도 대단한 건 없었습니다. 제 인생 최대의 업적은 군대 갔다 오고, 결혼해서 애들 둔 것뿐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