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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아니라도 그거 할 사람 많아.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 ‘그 사람 아니라도 사람은 많다.’ ‘너 아니라도 그거 할 사람 많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아마도 약간 못된 상사가 거의 입에 달고 사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나라의 인구만 해도 5000만이 넘어간다. 집 밖으로 한 발만 나가면 사방 보이는게 사람인데, 사람많다는 사실만 볼게 아니라, '너'만 보인다 해야 한다. 사람 많다. 하긴 그 말을 하는 사람 조차도 ‘그 사람 아니라도 사람은 많다.’에 해당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팀장이건, 부장이건, 심지어는 CEO라도 그렇다. 그러니 그렇게 분해 할 것 없다. 심지어는 이순신 장군님이 아니셨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명량해전 등등에서 왜군을 이길 수 있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누구든 그 위치에서 그 정도의 환경이라면 그런 거 다 할 수 있었다.' 물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충분히 하고도 남을 그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나와서 살다보니 정말이다. 일에 있어서는 정말이지 너무나 탁월하다. 그러다 보니 '너 아니라도 사람많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이러한 사고로 인한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갈아치우고 치우고 치우고 할 것인가? 들어가는 비용이 눈에는 실물로 안보여서 그렇지 오만원 지폐로만 쌓아도 화성도 갔다 왔을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기업문화가 형성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기업 하면 웬만해서는 개인의 능력 발휘가 그렇게나 눈에 띄는 그런 문화는 아니다. 한때 나는 외국에서 초 고속으로 승진해서 어린나이에 최고 경영자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다. 멕시코로 부임해서는 닛** 멕시코를 담당하게 되어, 닛** 자동차의 전임 CEO [지금은 일본에서 도망친] 카를로스 곤씨에 대해서도 많은 기사와 책을 읽곤 했다. 또 다른 우리 경쟁사의 CEO를 탐구(?) 하기도 했었다. 다 이유는 있다.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해외 생활이 오래 되다보니 그걸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내 옆에 나하고 별로 능력 차이도 없는 사람이 승진 했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내가 승진할 차례인데 저 사람이 되었다면,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 인가? 뭐 서류상으로는 어쩔 수 없다. 승진했으니 내가 지금 지랄발광(?)을 해도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마음으로는? 주변사람들도 본인과 같은 생각인가? 이런 경우가 참 많다. 그런데 내가 겪은 외국에서의 회사 생활에서는 이게 조금 다르다. 어떤 사람이 승진을 하면 제일 먼저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럴만 하다.' 딱 보인다. 일 잘하는게 딱 보인다. 그러니 그 사람이 아니면 그 일은 잘 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러니 '너 아니라도 그거 할 사람 많아.'라는 말이 안나오게 된다. 우리와는 달랐다. 생활의 중심이 일에 있지 않았다. 회사에 있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생활의 중심을 약간 회사로 기울이면, 회사에서는 능력자로 보이게 된다. 승진을 시키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된다. 실적 중심인건 말할 것도 없다. '너 아니라도 사람 많아.'가 아니라 '우리 회사에서 나 아니면 안될껄.'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그렇게 능력자가 되니 이직이 자유로운 문화에서 더 더욱 돋보이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역시 공사라고 딱 구분한다면 사의 일정 부분을 공으로 옮겨 와야 했다. * '우리나라 보통 직장인의 능력 정도 아닌가?' 언젠가의 일이다. 당시 영업매니저가 있었다. 그녀는 정말이지 내가 지금까지도 내가 겪은 멕시코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법인장이었지만, 그녀와 같은 사람과 일을 같이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만큼 잘하는 사람이었다. 일도 잘하고 그러다 보니 일도 많았다. 나의 불찰이 컷다. 일에 대한 그녀의 고집을 간과했었다. 당시 그녀의 고향은 다른 지방이었고, 그녀의 남편은 그 다른지방에서 있었다. 소위 주말부부인 것이다. 초기법인이라 일이 매일 산더미 같았고, 우리는 고군분투 했다. 그러다 일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그녀는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녀가 아니면 안되었다.' 주말에도 남편을 만나러 가는 횟수가 줄기 시작했다. 얼마후 인사매니저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그 인사매니저가 그녀가 이혼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왔다. 나는 실은 충격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나 역시 안면이 있었다. 딱 보기에도 좋은 부부였다. 그런데 이혼이라니.. 얼마후 나는 그녀를 사무실로 불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 일은 당분간 나와 팀원들이 진행을 할 것이니, 얼마간이라도 휴가를 가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현재 법인의 이슈가 많고 해서 본인이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말을 해 왔다. 건강, 이혼.... 이런 말들이 머리에 떠 올랐다. 실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녀는 우리 법인의 핵심이었고, 그녀의 부재는 더 많은 비용과 시간소요가 있음을 의미 했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결단이 맞기를 바라면서 그녀를 해고하기로 하였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결정에 아직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해고를 하면서 성의 있는 추천서를 써 주었고, 그녀가 남편과 가족들이 있는 그 지역에서 일을 얻기를 바랐다. 충분히 그런 능력이 있으니 일자리도 금방 얻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문제는 우리 였다.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더 들기는 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녀가 아니었더라도 일은 돌아간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과 시간은 엄청났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 국가에서 다른 법인으로 보직을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자리에서 그녀에게 연락을 하였다. 다시 한 번 같이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러고는 싶지만 당시 그녀의 남편이 당분간 병원엘 다녀야 해서 옮기기가 어렵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내가 멕시코에서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 제일 먼저 그녀가 떠오른다. '그 사람이 제일 그 일에 맞는다.' 이다. 나의 업무 스타일이나 나의 리더십과 맞는게 아니라, 그녀의 능력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나는 나의 업무 스타일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일에 그녀가 적임자라는 것이다. 그걸 인정하는게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상황이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마도 내가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 '우리나라 보통 직장인의 능력 정도 아닌가?'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 안되면 되게하는 그런 경우의 수도 너무나 많았으며, 짧은 기간 동안 그 수없이 많은 성공신화를 만들어온 우리다, 정말 자랑 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자랑스러움을 그 신화를 만들어온 수없이 많은 '너'와 같이 나누어야 하지 않겠나? 지금도 성공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없이 많은 '너'들에게 '너 아니면 안된다.'라고 해주면 안되나? 같은 값이면 말이다. 돈도 더 많이 주고, 승진도 시켜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지금은 말이라도 말이다. ** 위 글의 내용은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개인 의견입니다. 모든 상황들이 그렇듯이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습니다. ^^ **
Ja Ryong Koo | POSCO-MEXICO
202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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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성장을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론: 린하게 글쓰기
‘아니 이런 이론을 왜 이제야 접했지?’ ‘삶의 모든 분야에 린(lean)방법을 적용해볼수는 없을까?’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랬었고요. 그런데 디지털 혁신으로 인해 글쓰기의 패러다임과 방법론도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는 ‘린하게 글쓰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린스타트업>은 스타트업계의 바이블과 같은 책이죠. ‘린(lean)하게’라는 언어는 스타트업이나 IT 업계에서 일하는 분들의 ‘사투리’ 같은 것이 된 것 같아요. 대체할 용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린’이라는 한 음절로 하나의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경제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니 즐겨 사용하고 있습니다. 강조점을 조금씩 다르게 볼 수 있을텐데요, 대학원에서 사회과학 방법론을 배웠던 저는 에릭 리스의 책을 읽고 다음과 같은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을 비즈니스(특히 창업)에 적용했군.’ 실행하기 전에 직감을 기록하거나 가설을 세운다. 가설에 기반해 최소한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실행한다. 얻은 데이터에 기반해 가설을 검토하고, 폐기하거나 개선한다. 그 근본은 근대과학의 중심에 있는 ‘과학적 방법론’과 동일하거든요. 사실 놀랍게 여겨야 하는 지점은 ‘와 과학적 방법론을 비즈니스에 적용했구나!’가 아니라, ‘아니 이런 적용이 왜 이렇게 늦었지?’라고 생각해요. 과학적 방법론을 ‘한정된 제한과 시간’ 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적용한다는 ‘린’ 방법론의 핵심에는 ‘학습’이 있습니다. 실행이 목표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가설과 사랑에 빠지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실행 과정에서 쌓인 암묵지와 직관을 점검하고, 다음 단계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죠. 책을 다 읽고 나서,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삶의 모든 영역을 ‘린’하게 살지 않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을 린하게 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가 있을까요? 새로운 커리큘럼을 두고 관념적인 토론을 하지 말고 바로 실행해보는겁니다. 정책도 그렇고요. 커리큘럼 자체를 린하게 짤수도 있습니다. 학생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거나 학습을 통해 어떤 가설을 검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커리어는 어떤가요? 일을 해보지도 않고 특정 직무에 수년간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와 맞는 일, 업계, 조직문화 등을 검증하기 위해 빠르게 실행하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회가 된다면 ‘린커리어’에 대한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왜 린하게 할 수 없나요? 왜 글쓰기는 주제 내용을 깊이 학습하고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들어가는 오랜 시간의 학습, 숙고, 기록, 정리, 피드백을 더 작은 프로세스로 쪼개서 빠르게 실행하며 배워나갈 수는 없을까요? 하루 8시간 일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자신의 전문성을 글로 풀어낼 수 있도록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방법은 없을까요? ‘가설을 세우고, 실행하고, 기록하고, 개선한다.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동료들에게 공유한다.’ ‘린라이팅(Lean Writing)’의 핵심 기조입니다. 과학적 방법론은 글쓰기 그 자체에 적용했을 뿐입니다. 에릭 리스가 ‘학습’을 강조하는 것과 동일하게, 린라이팅에서도 글쓰기의 목적을 ‘멋들어진 글을 쓰는 것’으로 설정하지 않습니다. 잘못된 메시지 때문에 많은 분들이 시간을 낭비하거나 글쓰기에 막연한 진입장벽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일하는 사람이 글을 쓰는 목적은 글로 상받는 것이나, ‘오 글좀 잘 쓰는데’라는 평가를 받거나, 텍스트 미디어를 마스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하는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는 오직 성장, 배우고, 기록하고, 개선하고, 그 과정을 공유해서 피드백을 받고, 다음 실행과 글쓰기로 넘어가는 것이죠. 매우 간단하게, 지금까지 왜 린라이팅이 어렵거나 불가능했는지 적어보겠습니다. 가설입니다. 인쇄 미디어는 ‘마른 잉크’라는, 미디어 자체의 특징을 갖습니다. 한번 마른 잉크, 출간된 책은 바꿀 수 없어요. 오타가 나면 고칠 수 없고, 기록된 생각은 바꿀 수 없으며, 텍스트로 취한 입장과 제시한 주장은 업데이트할 수 없습니다. 출간한 책이 바다를 건너 도서관에 비치된다고 생각해보세요. 내 이름을 걸고 쓰는 책이니 오랜 시간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사유해서 설익은 부분이나 오타 없이 완벽하게 써야 하겠죠. 인쇄 미디어는 린 방법론을 원천봉쇄합니다. 디지털 미디어와 각종 글쓰기, 블로그, 기록용 프로덕트(노션, 에버노트 등)는 린라이팅을 가능하게 합니다. 주제를 잡고 글을 쓰고 싶다고 해서 1년동안 골방에 들어가서 글만 써야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맞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면 최소한의 글의 형식을 갖춰 SNS에 올려보면 됩니다. 블로그에 올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공유해 반응을 살펴보면 됩니다. 그럼 개선할 부분이나 설익은 부분이 보이고, 그 점들을 개선해서 대중매체나 인쇄매체에 기고해봅니다. 기고한 것들이 쌓이면 책을 내면 되고요. 리스가 설명하는 기존 비즈니스 방법론과 린방법론의 차이가 인쇄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에 완벽하게 적용된다는 것, 알아차리셨나요? 소프트웨어 방법론에 비유하자면, 글도 워터폴로 쓰는 것이 아니라 애자일하게 쓰는 겁니다. 핵심 아이디어를 페이스북에 올려보고, 맞는 얘기인 것 같으면 더 생각하고 사례를 모으고 조사를 해서 더 길게 다른 곳에 써봅니다. 그걸 더 발전시켜서 더 크게 사이즈를 불려봅니다. 스타트업 대신 스타트라이팅! 같은 말을 만들고 싶어질 정도죠. ‘린라이팅, 핵심 방법론은 알겠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 텍스트 미디어가 요구하는 학습 커브가 분명히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좋은 책을 읽고, 글쓰고, 토론할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 텍스트 미디어가 어색할 수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0. 주제 설정: 대화를 시작합니다.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글쓰기가 좋은 것은 알겠어. 나도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근데 뭐에 대한 글을 써야하지?’ 새하얀 노션 페이지를 마주하고 있으면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출판 미디어의 작가들이 ‘Writer’s Bloc’이라고 부르는 문제가 있죠. 글은 써야 하는데, 뭘 어떻게 써야할지 떠오르지 않는 겁니다. 전 이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글쓰기를 어렵고 개념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글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세한 자료 조사, 수년간 쌓인 업계 전문성, 이미 만들어 놓은 플롯, 머리 속에 차고 넘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일하는 사람의 글을 위한 소재는 자신의 일상에서 찾으면 됩니다. ‘경험’, 그리고 ‘대화’ 이 두가지면 충분하죠. 저는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분노’와 ‘오만’의 성장단계를 거쳐왔었고, 일의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익숙하지 않았기에 퇴근하고 제 마음에는 일터에서 경험한 일과 감정이 남아있었고, 이 사례들을 글로 풀어내며 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꼭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주말에 샘플도 만들어서 전체회의에서 얘기해봐도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아서 답답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니 이거 꼭 해야 될 것 같고, 업계 플레이어들이 다 하고 있는 일인데 왜 우리는 안하지? 물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좋은 확산이지만 좋은 수렴은 아닌 사례였던 것 같아요. 지금 비즈니스의 우선순위와 맞는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팀과 리더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하는 것이 더 지혜로웠겠죠. 그렇지만 누구나 학습커브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혜나 지식이 바로 역량으로 번역되는 것은 아니죠. 하루 8시간 일하며 느꼈던 감정들, 떠오르는 질문들, 공유하고 싶은 지식이나 지혜, 기록해놓고 싶은 순간들이 있으신가요? ‘글쓰기’라는 단어를 일단 버리고, ‘기록과 공유’를 해보세요. 한 문단도 좋고, 더 길게 써도 좋아요. 브런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리멤버, 커리어리 어디든 좋습니다. 주니어분들은 실명으로, 또는 회사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실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생각을 기록해봅니다. 뭣하면 나중에 내리거나 지워도 상관 없어요. 노션에만 남겨두기는 아까운 그 생각들, 기록해 공유해보세요. 1. 가설: 질문이나 가설을 뽑아내세요. 일과 글쓰기의 경험이 조금 쌓이다보면, 질문과 가설이 떠오르게 됩니다.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하는 저는, 업계 트렌드, 글쓰는 노하우나 방법론, 일상을 조직하는 방법, 생산성 증대를 위한 각종 프로덕트, 경제경영 분야의 좋은 책들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나만의 생각을 떠올렸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기록하고 글을 써봅니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에디터라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든 적이 있었어요. 기존에 있는 지식을 재배열하고 큐레이션하는 것이 일이라면, 부가가치(value-added)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 궁금했어요. 제가 만난 일부 에디터분들은 자신을 ‘글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했기에 회사의 전략, 시장의 상황, 고객의 니즈 등 비즈니스의 시각과 사고의 경험이 부족하게 보였거든요. 멋들어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내고 인세로 먹고 살면 될텐데, 에디터는 회사의 이름을 걸고 비즈니스와 고객에 기여하는 사람이잖아요? 이 부분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제가 일하는 사람으로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브런치에 처음 썼던 글 주제는 ‘에디터가 하는 일’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부가가치가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내용들을 적었죠. 훈련이 되지 않은 경우, 질문을 언어화하는 과정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음을 언어로 풀어내는 일에 모두 능숙한 것도 아니고, 일은 정말 잘하는데 글이라는 미디어에 조금 덜 익숙한 분들도 계시니까요. 질문이나 가설을 뽑아내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검열’의 패턴을 깨버리는 일입니다. ‘이런 질문을 해도 될까?’ ‘나만 모르는거 아니야?’ ‘사람들이 바보같은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마음에 떠오를 수 있고, 특히 주니어분들이라면 경력이 많고 일 욕심이 많은 분들이 모여 계신 플랫폼에 이름을 걸고 글쓰기 불편하실 수도 있어요.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듯이 글을 써도 괜찮아요. 본명과 회사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편하게 시작해보세요. 대신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목표를 정확히 잡아야 합니다. 뒷다마, 문제에 대한 감정적인 비판, 해소나 배출을 위한 표현 등은 그 자체로는 성장보다는 해소에만 도움이 됩니다. 문제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면 ‘원인에 대한 질문’을 파악하는 글을 써보세요. 일하며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나보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지’ 고민하며 글을 써보세요. 지혜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지혜가 없는 글은 시궁창에 고여버립니다. 2. 실행: 글쓰기는 자연스럽게 행동 변화로 이어진다. 일하는 사람의 글쓰기는 행동 변화로 이어져야 해요. 자신이나 타인의 이해, 공감, 성장, 태도, 실행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서, 아주 작은 한가지라도 새롭게 해보거나 더 잘할 수 있게 해줘야합니다. 문제에 대한 불만과 감정을 쏟아내는 글을 썼다면, 마지막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한가지에 대해 고민해봅니다. 인간은 언어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욕망, 기획, 계획을 기록하면 자연스럽게 실행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일을 더 체계적으로 하고 싶다면, ‘체계적으로 일해야지!’라고 정신승리만 해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료조사를 하거나, 나보다 뛰어난 리더나 팀원에게 물어보거나, 나름대로 가설을 세워 실행 방법을 생각해본 후에, 다짐과 계획을 기록해 공유해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000일을 하고 있는데요, 000 문제를 겪고 있어요. 이런 저런 조사를 해보고 주위 동료에게 물어보니 000 방법론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실행해보며 그 과정과 감정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함께 성장해요!’ 이런 톤앤매너가 될 텐데, 자신이 추구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플랫폼의 톤앤매너가 다를 수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대로 써보면 좋겠죠. 일하는 사람의 글쓰기는 더 나은 실행, 더 나은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저는) 배출이 목적인 글쓰기에는 관심이 없어요. 성장에 도움이 안되거든요. 3. 기록: 사례를 기록하며 패턴을 찾아 가설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가설을 도입한다. 다른 모든 변수가 동일하다면, 일하는 사람의 성장은 두 변수에 영향을 받습니다. ‘실행의 양(사례의 숫자)’, 그리고 ‘실행의 질(얼마나 목표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실행했고 주기적으로 성찰하는지)’ 더 많은 사례가 쌓이며 더 좋은 전략과 실행을 몸으로 익힐 수 있게 되죠. 예를 들어 인터뷰 콘텐츠를 한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에디터라면, 어떤 대상을 골라, 어떤 메시지를 조명하고, 어떻게 글을 정리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겠죠.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은 실제로 인터뷰를 많이 해보는 겁니다. 질문을 던지고 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기록하다보면, 흥미로운 패턴, 개선점, 가설이 도출되죠. ‘아, 한명을 인터뷰할 때와, 다수의 사람을 인터뷰할 때 콘텐츠 기획은 좀 다르게 접근해야겠구나!’ ‘업계 사람들마다 내부 용어와 인식이 다른데, 이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어야 인터뷰 시간을 의미있게 쓸 수 있겠구나!’ 문제는, 경험을 통해 얻은 ‘몸의 지식’은 휘발도가 매우 높다는 겁니다. 언어화하지 않으면 쉽게 날아가버리죠. 특히나 해당 사례를 집중적으로 많이 경험할 수 없다면 학습한 내용을 바로 잊어버리게 될 수 있어요. 따라서 각 사례들을 짧게 기록하거나, 그 기록들을 모아 얻은 패턴, 질문, 가설을 적어봅니다. 저는 콘텐츠 제휴를 위한 미팅이나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인데요,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와 대화하며 얻는 업계 인사이트가 있고, 패턴이 생기기도 합니다. 미디어의 종류에 따라 니즈가 다르다는 것이죠. 이런 내용은 기록하지 않으면 휘발하기에, 재미있는 패턴이 보일 때 기록해둡니다. 이런 글들이 쌓이면 그 내용을 모아서 더 정보와 경험 응축도가 높은 하나의 글로 완성해볼 수도 있죠. 글쓰기란 결국 맹탕을 끓이고 끓여 액기스를 만드는 과정이에요. 정보와 경험을 계속 쏟아부으며 기록하고, 정리하고, 성찰하고, 다시 글을 써보면 사태를 더 큰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게 됩니다. 나만의 오리지널한 관점을 가지게 될 수도 있어요. 4. 개선: 더 나은 실행을 위한 인사이트를 발굴하다. 모든 글쓰기는 더 나은 실행, 더 나은 역량, 더 나은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시간낭비죠. 가장 좋은 글쓰기는 많은 타인에게 응축된 나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는 겁니다. 최소한의 글쓰기는 나의 삶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가설, 실행, 기록을 반복하다보면 개선점이 보입니다. 어떤 정보, 사례, 프레임워크나 방법론을 더 파고들어야 할지, 어떤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배울 수 있습니다. 기존의 가설을 점검, 폐기, 개선하는 일은 높은 수준의 자기 객관화를 필요로합니다. 아무런 준비, 기록, 성찰 없이 책상에 앉아 ‘더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자문한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올해를 마무리하며 제가 지금까지 실행했던 사례들과 써온 글들을 한데 모아 조망해보고 새로운 관점이나 인사이트를 뽑아보려고 합니다. ‘린라이팅’같은, 추상 수준이 높은 방법론이나 관점을 발굴할 수도 있겠고, 앞으로 어떻게 실행하며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을 얻을수도 있겠죠. 각종 플랫폼에서 얻은, 내 글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조회수, 좋아요, 댓글 등을 통해 내가 썼던 글들 중 어떤 것이 가장 공감을 얻었는지, 왜 그런지 생각해보면서 나에게 맞는 플랫폼, 글쓰기 전략, 주제, 톤앤매너 등을 성찰해볼수도 있겠습니다. ‘가설을 세우고, 실행하고, 기록하고, 개선한다.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동료들에게 공유한다.’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요. 일하며 떠오른 질문이나 털어내기 힘든 감정, 습득한 지식이나 지혜를 기록해 공유한다고 생각해봐요.’ 저는 이 글에서 ‘린라이팅’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일하는 사람들이 성장하기 위한 글쓰기 방법론을 제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자신의 삶에 적용하시고 계신 방법론이고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성장 초입단계의 주니어분들이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심리적 장벽을 부수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글쓰기와 관련해 어떤 페인 포인트를 겪고 계신가요? 제가 어떻게 성장에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을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재현 | 프리랜서 활동
202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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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간 화장실에서 상사에게 업무 보고한 A직원
<눈칫밥 안 먹어본 A군>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누구 업무가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가 시기적으로 달라진다. 주력사업이라면 그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에 좀 더 힘을 실어 준다거나, 적기에 따라 어떤 사업에 좀 더 투자하는 등 총력을 기울 때가 있다. 그러나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또 인정 욕구가 가득한 이들한테는 별나라의 이야기다. A직원이 있다. 어떤 부서가 어떠한 주력사업을 행하든 자신의 업무만을 상사가 최우선으로 두길 원한다. 바쁜 상사에게 끊임없이 보고하고 관심을 끌며 높은 평가받으려 한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오전 시간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보고서를 뽑아 미팅에서 막 나온 팀장님께 식사시간 바로 전 보고 채비를 마쳤다. 점심 먹으러 막 나가려던 참이라 팀장님은 점심 먹고 와서 하자고 얘기하지만, 하나만 말씀드림 된다면서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덕택에 다른 직원들까지 식사하러 떠나지 못한다. 생각보다 길게 지속되는 업무보고.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답변(그것이 칭찬이든 무엇이든 말이다!)을 얻을 때까지 말이다. 길어지는 보고 속에 팀장님은 직원들에게 먼저 가라고 하지만, 그만 30여 년간 여태껏 눈칫밥을 안 먹어봤나 보다. 몇 주가 지났다. 그 직원은 자신의 일이 돋보이지 않아 걱정이 됐는지 끊임없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업이 우선이든 자신의 업무가, 특히 자신이 빛나야 직성에 풀리나 보다. 보고서에 들어간 수치나 통계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다른 팀에 자료 요청을 부탁할 때가 많다. 그게 아침 8시가 되었든 점심시간이 되었든 또 자기 전 밤 11시가 되었든 이 직원은 자신이 원하는 자료를 바로 받고 또 확인하며 보고서를 완성해야만 직성이 풀리나 보다. 필요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다른 직원에게 시도 때도 없이 카톡을 보내 자료 확인 요청을 한다. 업무 이외의 시간에도 말이다. 그것도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사람처럼 다급하게 요구한다. <'기승전나 대화법'이지 않은가 돌아보기> 상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로채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주야장천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의 말이 끝날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어느 정도의 사회성을 기르긴 했으나 그 말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이야기만 끊임없이 늘어낼 뿐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더버(Charles Derber)는 대화 주도권을 자신에게 돌려놓으려는 욕망을 그의 저서 <관심의 추구(The Pursuit of Attention)>에서 '대화 나르시시즘(Conventional Narcissism)'이라 표현한다. 대화의 초점을 자기 자신으로 돌려놓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이 대화 나르시시즘의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는 대화를 하는데 많은 걸림돌이 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겪으며 또 수많은 일을 겪으며 우리는 조금씩 다듬어진다. 그러나 A직원과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전환 반응(shift-response)을 보이기 일쑤다. 식사자리에서 주 업무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도 바로 자신의 업무로 기가 막히게 전환한다. 절 좀 봐주세요! 전환 반응(shift-response) : 관심을 자기 자신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 지지 반응(support-response) : 관심을 상대에게 두는 것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에 그래도 열심히 일하는 그를 칭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절정은 남자 화장실에서 펼쳐졌다. A직원은 바쁜 일정으로 자주 만나 뵐 수 없었던 부서장님을 화장실에서 마주치게 된다. 화장실은 이내 회의장소로 바뀌었다. 화장실 벽을 타고 흘러나오는 울림 목소리와 함께 그의 업무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화장실 앞을 지나가던 누구나 다 그의 업무를 알 수 있었다. 그 보고는 30분이 넘게 지속되었다. <업무 나르시시즘을 가지고 있진 않은가 되돌아보기 > 그는 '업무 나르시시즘'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업무가 주력이든 상사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고 대화를 주도하여 업무(보고)의 초점을 자기 자신에게 맞추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그러나 무의식적인 경우가 많아 스스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관심을 받고 싶고 또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의 지배적 심리가 바로 여기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A직원이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걸까? 아님 그는 유달리 인정 욕구가 강한 것일까? 그의 '기승전나 대화법'은 업무보고에 그치지 않았다. 결혼을 앞둔 직원이 주인공이 되어 청첩장을 나눠주던 그 순간에도 그는 또다시 자신이 대화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신혼여행을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주인공의 말을 가로채며 그곳에서는 기린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며 자신이 티브이에서 본 이야기를 흥분한 목소리로 이어나갔다. 그의 신혼여행인 듯 말이다. 화장실 보고와 아프리카 기린 이야기는 회사 전체에 널리 퍼졌다. 상대방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화, 즉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필요하다. 주인공이 되려는 욕심을 때에 따라 양보하는 미덕도 보일 줄 알아야 한다. 잠시 당신의 업무가 조연이 된다고 슬퍼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곧 주연이 될 수 있는 기회도 분명 다가오기 때문이다. 조연도 되었다가 주연도 언젠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회사 내에서 내 역할이자 또한 인생이 아닐까?
김유리 | 홍보
20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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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성공이라는 의미 - 2022년을 보내면서.
* 저는 현재 멕시코에 있습니다. 여기서 주재원 생활을 오래 하기도 했고, 비즈니스상이건 개인적이건 한국보다 멕시코에 아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워낙에 좋은 멕시칸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아래 내용은 현재의 한국 직장인 상황과는 많이 다릅니다. 어떤 분들에겐 배부른 소리 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을 보시고, 한번 생각해 보심도 좋지 싶습니다. 글의 특성상 존대말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후회 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라.' 내가 어려서 우리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런데 그런 말씀을 주셨던 당시의 아버지 연세보다 훌쩍 넘긴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후회 하지 않는 삶'이란 것이 가능은 한 것인지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 물론 아직도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진행 중이긴 하다. 워낙에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 지라.. - 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기엔 모자란 면이 많지만, 삶의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면 균형있게, 평균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삶이 아니었나 싶다. 회사생활도 재미 있게 해왔고, 아직도 하고 있고, 아이들도 다 커서 각자 건강하게 자신들의 길을 가고 있고, 30년전 첫눈에 반한 여자친구와 결혼해서 지금껏 서로 사랑으로 보듬으며 꽁냥꽁냥(우리 막내 아이가 우리 부부를 보면서 많이 하는 말) 살고 있고, 운동도 매일하고 있고, 술은 10여년전, 담배는 30여년전에 끊었고 등등의 모습으로 보면 균형잡히게 비교적 성공적인 삶 아니었나 싶다. 삶의 주무대가 멕시코가 되기도 했고, 이제 기대수명 대비 젊은 나이이니, 새로운 꿈을 향해서 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니 - 공장을 짓고 싶다는 허황된 꿈도 있고, 삶의 동력을 잃어 가지도 않았다. 그렇게 보면 전반적 및 평균적으로 본다면 성공으로 봐 줄 수도 있지 싶다. 하지만 반면, 우리 기준 보면 성공사례가 된다고 봐주진 않는다. 그렇게 봐주길 기대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우리 기준으로 성공을 보자면, 네이버나 카카오 정도는 되야 하는거 아닌가? 너무 크게 봤나? 세세하게 들어가자면 후회도 많고, 어려움도 있었고, 좌절이나 절망의 순간도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나의 의지로든 시간에 기대서든 지나갔다. 앞으로의 삶은 나와 가족들, 주변사람들과 같이 가는 선택이 되려 한다. 통상 보면, 살아가다 나이가 들게 되면, 특히나 회사생활을 하면서 나이가 들게 되면, 조직에서 팽 당하는 경우도 있고, 부장이나 임원에서 바로 삶의 질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경우도 있고, 승승장구 하는 경우도 있다. 많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중견기업 수준 이상에서 50대 이상 부장이상 정도 되면 아주 부자는 아니겠지만, 경제적으로 빈곤의 수준이진 않다. 또한 50대 이상 부장 이상에서 임원으로 가면서 갑자기 돈이 남아돌게 되는 상황이 되더라도 삶의 패턴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갑자기 임원이 되서 돈이 많이 들어오게 되더라도, 갑자기 비싼 음식이 입에 맞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여전히 봄에 나오는 냉이 무침이 좋고, 진한 된장 풀은 배추국이 좋다는 것이다. 스치듯이 생각해 보면 재벌이 되려면 30-40대에 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취미도 럭셔리하게 바꿀 수도 있고 말이다. 50대 이상에서 재벌이 된다면 자식들은 좋을 수 있겠다. 우리 자식들도 그러려나? 그렇다고 하면 재벌이 못 될 것도 없다(???). ^^ 40대때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 하는 건, 학생때 죽어라고 공부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게 가장 후회가 된다. 언젠가 이런 이야길 아내에게 하니, 그럼 지금 죽어라 공부하면 되지 않겠냐고 했다. 아내의 그 답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런 답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 일이 후회가 된다면, 지금 그걸 하면 되는데 말이다. 물론 만약 학생 당시에 내가 공부를 죽어라 했다고 하면, 삶의 모습이 달라졌을 것이다. 어느 한 분야에선 성공을 했을 것이고 말이다. 나이든 지금에서야 보면, 때론 학생 때 죽어라 공부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순간 들기도 한다.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 하지만 말이다. 만약 지금 내가 죽어라고 무엇인가를 공부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내가 지금 꾸고 있는 꿈을 많이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여전히 새롭게 꾸고 있는 꿈도 공부가 필요하니 말이다. 나는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에게도 그네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그렇게나 많은 이야길 하진 않는다.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건 하나다. 자신들이 정말 어려울 때 그 어려운 상황을 부모에게 이야기 할 수 있으면 된다. 그게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다다. 2022년을 보내면서 지나온 삶 - 공적으로 한 회사에서의 회사생활이 다인 삶이었다. - 을 보면, 그런대로 잘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 전보다 웃음이 많아 진 걸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이제 새로운 꿈을 꾸면서도, 그 꿈이 지나온 삶의 연장선상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젠 젊은 날의 좌충우돌이 아니라, 긴 기간의 경험과 성장, 숙성된 생각이나 계획, 변하지 않은 열정 등으로 보다 성숙된 꿈이 되어 갈 것이다.
Ja Ryong Koo | POSCO-MEXICO
2022.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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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가 슬럼프에서 찾은 것
10대를 막 지나 이제 겨우 20대초중반 어쩜 이런 생각과 깊이를 가질 수 있을까요 ^^ 누구나 고통과 슬픔을 지나면 더 단단해지는거 같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내느냐가 중요하겠죠 ● 슬럼프의 밑바닥에서 건져올린 것은 “나쁜 샷, 나쁜 일에 대한 달라진 관점”이었다 ● 실패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그를 다시 오늘의 위치로 밀어올렸다.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는 것, 실수도 하겠지만 그만큼 기회도 많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고 했다. ● 완벽한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실수와 실패에서 빨리 빠져나온다 ● 샷이 생각대로 갔으면 좋은 일이고, 다른 데로 갔다면 다음 샷을 잘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 “남이 보기를 하든 버디를 하든 나는 내 전략을 지키면서 내 몫의 버디 만들기를 원할 뿐”이라고 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732369?sid=110
김종원 | 타임앤코
202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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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너는 매달 월급 꼬박꼬박 들어오잖아.' (월급단상)
* 입사 후 단 한 번도, 단 하루도 월급이 연체된 적이 없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 선후배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고, 집안이 그런 경우도 있다. 우리 역시 조부모님과 부모님께서도 회사생활을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니셨다. 이후 자식들은 세밀하게 보자면 회사생활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조직에 속한 회사원이 직업이 되었다. 나는 살면서 우리 올망졸망 (나이가 다들 20이 넘었음에도 나는 이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한 아이들을 키워가고, 회사생활도 오래 하고 있고, 그러면서 인생의 많은 부분들을 알아가고 있을 즈음이 되니, 게다가 멕시코라는 한 국가에서 회사생활의 상당 부분을 지내다 보니, 우리나라의 직장관과 많이 다른 생각도 하게 되는데, 회사생활의 장점만을 100개 정도 엮어보라 하면 그렇게 엮을 수도 있고, 단점을 100개 정도 엮으라 하면 그 또한 엮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과 만나면, 회사생활은 단 한마디면 그 모든 어려움이 녹아든다. '그래도 너는 매달 월급 꼬박꼬박 들어오잖아.' 이게 회사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비치는 회사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돈의 액수 크기는 상관없다. 친구들을 만나도 회사 급여나 사업하면서 버는 돈 이야기는 잘 안 한다. 그럼에도 가끔 월급 받으면서 회사생활하는 몇몇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래도 너는 매달 월급 꼬박꼬박 들어오잖아.' 이 말을 다시 보면 '그러니 마음 편하지 않냐?'라는 의미가 섞여진다. 언젠가는 우리 회사엘 다니다가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변호사 사무실을 낸 회사 선배와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 선배는 당시 우리보다 많이 벌었다. 지금의 변호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워낙 희귀한(?) 사람들이었으니.. 그 선배는 우리와의 자리에서 본인이 처한 처지(?)를 이야기했다. '그래도 너희가 좋은 거야. 회사 그만두지 마라. 나와서 보니까 말이 변호사지 일은 많고, 직원들 월급날은 왜 그렇게 빠르게 돌아오는지 장난 아냐.' 등등등 언젠가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회사 밖은 지옥이야.'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겪어보질 않았으니 내가 알리가 없다. 게다가 왜 그렇게 회사 밖 성공스토리들이 많은지, 지옥은 커녕... 그래도 나는 회사 인간이 되었고 그게 나의 대부분의 인생이 되었다. 그게 좋았다. 당시 나는 회사 그만 둘 생각이 전혀 없긴 했다. 나름 재미도 있었다. 깨져도 재미있었고, 일들이 해결돼 가는 과정에도 재미를 느꼈었다. 지금도 그렇고. 나는 회사생활이 나의 천직이라 생각했다. 언뜻 배부른 소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입사 후 단 한 번도, 단 하루도 월급이 연체된 적이 없었다. 그렇다. 그게 회사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돈의 크기에는 상관없다. 아닌가? 하지만, 고정적으로 수입이 들어온다는 말은 내가 나의 삶을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월급에 맞춘 소비생활 내지는 저축 같은 거. 뭔가 정해져 있다는 말은 미래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계획도 가능하다. 이게 회사생활의 장점일 수 있다.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사라진 인생이 한편으로 보면 얼마나 행복한 인생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나라는 그런 것 말이다. * 한 달 동안의 쓴 맛, 단 맛, 즐거움, 재미, 애환 등등이 모두 어우러져서 월급으로 계산되어 나오는 것이다. 꼭 누군가가 보면 내가 마치 회사생활을 편하게만 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쎄.. 돌이켜 보면 편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편했다고 하면 나는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편한 기간이 지속되다 보면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 지는데, 그럴 때의 판단은 다소 어긋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렇게 보면 편했다고 정의되기는 어렵다. 나는 나의 회사생활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즐겼다.'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재미있었다. 문제가 발생하고 해결하고, 상사에게 깨지고, 깨진 날 상사가 깼다고 소주 사주고, 병 주고 약 주고, 야근하고 회식하고.. 동료들과 술 한잔 하면서 상사 욕(?)도 좀 하고, 회사의 발전도 이야기하고, 연애사도 이야기하고, 그러다 군대 이야기로 빠지게 되면 그날 자리가 끝이 없이 이어진다. 맨날 깨지고 맨날 회식하면 회사생활 힘들어서 못했을 것이지만 서도, 그런 기억들이 문득문득 남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회사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나에게 내가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해준 우리 가족들. 이런 것들이 아우러져 나의 회사생활에 의미가 더해지고, 재미가 더해지고, 그렇게 성장하고 살아왔다. 그러니 사람들이 말하는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단지 금액만을 이야기한다고 하면 조금 아프다. 한 달 동안의 쓴 맛, 단 맛, 즐거움, 재미, 애환 등등이 모두 어우러져서 월급으로 계산되어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보면 딱 은행에 꽂힌 금액만 보이지만, 실은 그것만은 아니다. 내가 작은 월급 사장이란 생각이 들면, 나의 업무에서 나는 사장이고, 당연히 내 책상, 내 PC는 나의 사업을 하는 장소라 보면, 임대료도 내야 한다. 상사를 갑질(?)하는 고객사로 보면, 내 장사하면서 깨지고 하는 그것도 월급에 포함되어 있다. 그게 내가 더 받아야 하거나, 깎아야 하는 등등이 다 포함되어서 내 은행에 꽂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오랜 기간 겪어온 회사생활을 미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나름 즐겨온 회사생활에서 가장 큰 장점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라면 이 장점을 매일 '쥐꼬리'라 할 것 없이 스스로가 어느 정도는 적응을 하거나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쥐꼬리'라 하더라도, 그 '쥐꼬리'가 매달 들어오는 것이 확실하고, 그것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없다고 하면,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그래도 하나는 확실한 걸 잡고 있다는 게 아니겠는가 싶다. ** 위 글의 내용은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개인 의견입니다. 모든 상황들이 그렇듯이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습니다. ^^ **
Ja Ryong Koo | POSCO-MEXICO
2022.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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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지나는 당신에게 보내는 메시지
‘성장의 흐름이 끊겼다. 막막하고, 힘들고,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뇌가 멈췄다. 자기효능감을 느껴본지 너무 오래됐다.’ 커리어 성장의 과정에서 누구나 터널을 지나게 됩니다. 갑자기 주위가 어둡습니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명령에 따라 뭔가 일 비슷한 것을 하기는 하는데, 이걸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나만 이렇게 답답한 것인지, 삶이란 원래 이런 것인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성장의 흐름이 끊깁니다. 자기효능감을 느껴본지 오래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성과를 만들어낼 힘도 없습니다. 지금 막상 해야하는 일은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자존감은 너무 낮고, 하루가 정말 긴데 또 빨리 지나갑니다. 퇴근하면 힘을 다 써버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정말 믿게 됩니다. 당신이 터널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거예요. 경제나 업계의 상황일 수도 있고, 회사의 문제일 수도 있고, 리더가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터널 속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아요.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만큼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버텨라’라는 조언이 등장합니다. 어쨋든 버티면 터널을 지나갈 수 있고, 다시 빛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시야가 다시 넓어지고,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자존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저도 터널을 지났던 사람이고, 사실 꽤나 오랜 시간을 터널에서 보냈죠. 지금까지 써왔던 글 중 일부는 터널을 어떻게 슬기롭게 지나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커리어의 구렁텅이에서 헤어 나오는 방법](https://community.rememberapp.co.kr/post/95023)이 대표적입니다. 이 글에서 저는 극단적인 결정(예. 퇴사)은 뒤로 미루고, 일단 작은 승리를 쌓아가며 다시 자존감을 회복하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친절했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흥미로운 생각을 떠올렸거든요. 저는 기록을 좋아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다른 많은 분들처럼 학창시절에 손으로 쓰던 일기장 몇개는 가지고 있고, 에버노트에 오랜 시간동안 일기를 써왔으며, 이제는 노션으로 이주해 일상의 생각을 기록에 남깁니다. 철학과 추상적 사유를 좋아하는 편이라 일상을 기록하기보다는 떠오른 영감을 어떤 프레임워크나 틀, 개념으로 만들어 적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 내가 남겼던 기록들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나와 다른 사람을 위한 신호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강가를 사이에 두고 한쪽의 개츠비는 길을 헤쳐나가기 위한 그린라이트를 찾고, 다른쪽의 (다른 시점의) 개츠비는 어두운 밤을 뚫고 불빛을 쏘아보낸다고 생각해볼까요. 삶을 살아나가며 우리는 터널을 지날 때도 있고, 성장의 흐름을 만들어 제가 ‘까치발의 순간’이라고 부르는, 자신의 진리에 더 가까워지는 순간을 맞이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그 순간들에 내가 남긴 기록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남긴 기록들이 나중에 열어보니 미래의 나를 위해 써내려간 편지였다면 어떨까요? 전에 ‘첫 출근을 앞둔 당신에게’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저는 거의 모든 콘텐츠 기획을 ‘페인 포인트’에서 뽑아내려고 노력하는데요, 이 글도 제가 첫 출근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자료를 찾다가 영감을 떠올린 사례였습니다. 첫 출근을 앞두고 아무리 콘텐츠를 찾아봐도 마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무엇을 챙겨야 할지, 출근을 한달 한주 하루 앞두고 어떻게 시간을 써야할지 알려주는 글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쓰기로 결정했고, 재미있게도 첫 출근을 마친 바로 그날에 글을 완성했습니다. > 저에게 이 편지는 출근 전에 긴장을 조금 덜어놓을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획이면서, **'첫 출근날의 마음'**이라는 매우 귀한 1차 자료를 글로 담아 기록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죠. 이 회사를 최소 몇 년은 다닐 텐데, 앞으로 몇 년 동안 저는 '첫 출근'의 기분을 느낄 수 없겠죠. 그렇지만 지금 출근을 앞둔 저는 알아요.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면서 언덕과 산을 넘어 간신히 입사하게 된 당신이 긴장한 마음에 열심히 검색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불안함과 기대감이 교차하며 '아니 내가 경력이 얼만데 첫 출근이라고 떨리지?'라고 자문하거나 '힘 빼자. 힘 빼!'라고 귀엽게 자신을 안아주고 있을지도 모르죠. > > 저는 지금 당신을 잘 이해하고 있는 세상에 몇 안 되는 사람일 거예요. 지금부터 9시간 15분이 지나 회사에 발을 들이는 순간 당신에게 '처음을 경험해보니 말이야...' 하며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선배가 될 사람이기도 하죠. 그럼 앞으로 몇 시간, 며칠, 몇 주가 남았는지 모를 당신의 멋진 그날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얘기를 조금 해드릴게요. > 터널을 지나고 있는 당신에게, 또는 앞으로 또 다른 터널을 주행할 저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첫째,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마세요. 둘째, 운동을 멈추지 마세요. 체력만 있다면, 기회가 다가왔을 때 행동할 수 있어요. 셋째,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보세요. ‘변혁적 상상력’이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첫째,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마세요. 제 나름대로 여러가지 시도를 하며 보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것저것 작게 시도하고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시도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않죠. 그런데 이런 시작에 리스크가 커서 자존감을 걸게 될 경우, 상황이 어려워집니다. 직무를 바꾸려고 고민했었고, 여러가지 수업이나 프로그램도 들어봤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주위 가까운 사람들의 차가운 반응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는 거였어요. 메시지는 ‘걱정된다. 그거 잘 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제 직관으로는 ‘어차피 그거 안돼. 넌 그거 못해’로 들렸거든요. 터널 속을 지나는 사람은 작은 불씨에도 크게 반응합니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을 되찾고 싶어합니다. 사실 무엇을 시도하든, 그 시도가 결과적으로 원하는만큼의 임팩트를 만들어내지 못하든 상관 없습니다. 다시 걷기 시작하는 아기와도 비슷한 상황이거든요. 그냥 흡족한 미소로 박수쳐주면 곧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게 됩니다. 문제는, 비즈니스 목적을 가진 회사에서 터널을 지나게되는 경우입니다. 불씨는 얘기해보고 싶은 동료, 어떤 콘텐츠, 어떤 새로운 프로젝트,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어떤 방법, 또는 정말 극단적으로 퇴사의 형태로 나타날텐데, 그 상황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거대한 구조와 흐름 아래에서 터널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을 혼자 힘으로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죠. 어떤 불씨를 따라가야 할지, 퇴사나 ‘조용한 퇴직’의 마음 속 결정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제가 해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상황마다, 사람마다 정말 다르기 때문이죠. 그러나 터널을 지나며 정말 위험한 것은 빛이 사라져셔 자신이 모습도 볼 수 없다는 거에요. 내가 무엇을 왜 하는지 희미해지고, 효능감을 느낄 수 없기에 자존감도 떨어집니다. 자신의 판단을 믿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도 있어요. 그래서 정말 힘을 다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어서는 안됩니다. 차라리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려서라도 터널 밖으로 나와서, 나중에 ‘아 이건 내가 좀 너무했구나’라고 배우는 것이 낫습니다. 일단 터널 밖으로 나와야 하니까요. 자신의 직관과 생각을 믿어주세요. (자신의 작관에 따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놔보세요. 둘째, 운동을 멈추지 마세요. 체력만 있다면, 기회가 다가왔을 때 행동할 수 있어요. 터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기준치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체력이 고갈됩니다. 번아웃을 반복하는 분이 있다면 아직 터널에서 나갈 수 있는 불씨를 찾지 못하셨을 가능성이 높아요. 최근 몇달 매일 운동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몸과 연결되어 있고, 일상 속에서 ‘나다움’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향상된다고요. 체중, 다이어트, 뷰티가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이고, 모두가 몸을 가지고 있잖아요. 내 몸으로 나의 아이디어, 직관, 감각, 생각을 해내야 할텐데, 몸과 마음이 더 잘 연결되있을 수록, 내 생각대로 몸을 통제할 수 있을수록, 터널에서도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어요. 운동에 대한 담론이 체중, 다이어트, 뷰티, 매력과 결부되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매일 운동하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는 이 중 그 무엇도 아니에요. 인간은 평원을 활보하며 동물을 사냥해 생존을 유지하던 존재이고, 건강한 몸 속에서만 ‘나다운 경험’이 유지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하고, 자세가 중요하고, 몇분은 해야 체중이 줄고, 이런 이야기들도 터널에 있는 사람에게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운동은 몸을 움직이는 일이에요. 산책을 나갈수도 있고, 집에서 홈트를 할 수도 있고, 정말 다양하게 일상에 내 몸으로 나다운 경험을 해볼 수 있어요. 가장 나다운 운동을 일상에 들여오는 것, 그 외에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기로 해요. 하루 5분, 10분동안 간단한 운동으로 시작해도 좋아요. 저처럼요. 셋째,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보세요. ‘변혁적 상상력’이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 자신에 대한 강력한 신뢰와 기초체력을 갖췄다면,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거에요. 외부의 불꽃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계기들이 생길거에요. 동료와의 대화, 어떤 콘텐츠, 어떤 만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아니면 퇴사할 결심이 될 수도 있겠죠.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에서 내 마음이 들려주는 바로 그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내면은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해결할 수 있거든요. 부족한 것은 상상력일 뿐. ‘변혁적 상상력’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엉뚱하게 문제를 정의했거나, 같은 방식으로 문제라는 바위에 계속 계란을 깨왔기 때문이죠. 방법론이 변화하지 않았다면, 유사한 방식으로 조금씩 찔러보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 문제는, 터널 속에서는 자신이 비슷한 전략을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할 수 있다는 거에요. 내면의 소리를 듣다보면, 직관이 알려줍니다. 아 이건 이래서 안되는 것이고, 이건 그냥 안되는 방법이고, 이걸 해보면 되겠다. 그럼 그걸 해보면 됩니다. 린하고 효과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거에요. ‘해결책’은 생각해냈는데, 어떻게 소통해야할지 막막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소통방식도 문제해결이에요. 기존의 소통방식으로는 설득할 수 없었다면,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면 됩니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소통해볼까? 밖의 사례나 콘텐츠의 예시를 들어 신뢰도를 높여보면 어떨까? 소통의 대상을 바꿔볼까? 제 경우에, 어떤 돌파구를 떠올렸던 순간은 거의 예외 없이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고요의 시간’이었습니다. 외부의 레퍼런스와 사례를 열심히 찾아보거나 회의를 거듭해 논의를 이어가는 중간에도 내면의 목소리가 확정적으로 들리지는 않았어요. ‘이거야’ ‘이렇게 해야돼’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라는 식의, 온도가 높고 불빛이 선명한 실마리는 내면의 고요함 속에서 찾았죠. 샤워를 하고 있을 때, 산책하다가, 아끼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책장을 넘기다가, 또는 자기 전에 글을 쓰는 중에 말이죠! 이 글은 할 수 없이 또 다른 터널을 지나게 될 미래의 자신에게 제가 미리 써둔 편지가 아닌가 합니다. 몇개월, 몇년이 지나고 이 글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당신에게는, 제 글이 하나의 불빛이 되었으면 합니다. 실마리를 여기서 발견하지는 못하실 수도 있어요. 오히려, 당신이 이전에 남긴 기록과 글에서 뭔가를 발굴해낼 수 있을지 몰라요. 당신도, 미래의 자신을 위해 준비를 해놓으셨을테니까요. 성장하는 사람들, 성장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 잠시 터널을 지나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콘텐츠, 영감, 자료, 파트너, 서비스, 프로덕트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느껴요. 다 비슷한 문제를 겪는 것 같거든요. 제 앞에도 아직 터널이 많이 남았지만, 이미 지나온 터널의 경험이 길고 답답했기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밤이 짧았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재현 | 프리랜서 활동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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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무기 : 일잘러가 되는 쩜오의 스킬
일의 성과를 만드는 단계별 접근법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욕망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일의 성과'에 대하여. 일을 완성해 성과를 만드는 유용한 방법에 대한 글을 담아봅니다. ㅡ 일의 기본적인 과정은 아래와 같다. 일의 시작 0 일의 초안 0.1 일의 채움 0.5 일의 확정 1.0 각 단계의 의미와 꼭 알아야 할 포인트에 대하여. 0 일의 시작은 <일의 정의하는 것> 일의 배경과 목적을 이해하고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한다. 정의가 되지 않은 일은 솔루션을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 0.1 일의 초안은 <기획자가 그리는 첫 그림> 일의 방향성과 일정, 예산 등 일의 계획에 대해 첫 그림을 담는다. 액션이 있으면 필요한 것은 리액션. 일의 티키타카를 맞춰가며 함께 일을 채운다. 0.5 일의 채움은 <함께 초안에서 채워가는 과정> 이해관계자와 빠른 공유, 협의와 논의를 통해 일을 채워간다. 공유는 늦는 것보다는 빠른 게 좋다. 1.0 일의 확정은 <숟가락을 얹고 싶은 프로젝트로 키우는 것>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이해하고 시너지를 만들며 일을 완성한다. 다양한 숟가락이 많아질수록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핵심은 0부터 1까지 그 안에서 쩜일, 쩜오의 각 단계를 잘 만들어가는 것. 그래야 일을 확정하는 단계까지 잘 나아갈 수 있다. 이 단계만 잘 만들어놓아도 일의 실행이 원활하게 나아가고, 이를 성과로 만들어 비즈니스에 기여하고 일하는 자신의 성장까지 이어지게 된다. 일의 성과를 만드는 것은 일을 잘 만들어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 원문에서 확인하세요. https://brunch.co.kr/@jinonet/134
윤진호 | 초인마케팅랩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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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위한 단 하나의 지침: 설계를 설계하세요!
-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집중해야 할 단 하나의 자원, 무엇일까요? ‘인간은 기술을 만들고, 기술은 인간을 만든다’ 어제 책모임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애플 워치를 사고 나서 운동을 꾸준히 하게되었다는 얘기였죠. 심리를 해킹해 행동을 유도하는 기술의 발전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주장이 떠올랐고, 네트워크 이론에서 얘기하는, 인간과 비인간간의 ‘동맹’ 네트워크를 생각했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생각을 정리해볼까합니다. 기술은 인간을 만든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기술을 넓게 정의해서 인간이 자신이 몸이 아닌 사물을 통제하고 관계맺는 것이라고 본다면, 모든 기술은 인간을 만들어왔습니다. 의식주 전부 기술이죠.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인간의 정체성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패션이라는 분야가 생겼고,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인간의 몸과 마음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영양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고 요즘에는 바이오해킹(biohacking)이라는 분야도 생겨났습니다. 어떤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느냐 역시 인간의 마음과 습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무실의 역사’를 살펴보면 아마 상당히 재미있는 함의를 뽑아낼 수 있겠죠. 퍼스널 디바이스와 개인화 기술은 인간 개인의 밀접한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은 것 같습니다.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 공간, 관계라고 합니다. 다르게 시간을 쓰고, 다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다른 사람을 만남으로써 삶을 극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술은 인간이 다르게 시간을 보내고, 다른 공간을 설계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기술은 인간 행동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구성한다. 어떻게? 개인 일상의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주말 아침,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미술관이나 전시에 다녀올수도 있고, 찻집을 예약할 수도 있습니다. 모임에 나갈수도 있고, 조용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수도 있죠. 중산층의 여가는,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이러한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 문제에 빠져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오히려 인간은 자신을 행복이나 성장에 이르게 하는 최적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이론으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마트 매대에 놓인 샐러드 드레싱의 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드레싱의 종류가 5~10개라면, 적당히 골라보고 다음번에 더 좋은 것을 고르는 식으로 ‘최적, 최선의 선택’을 위해 린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만약 샐러드 드레싱이 200종류라면?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항상 먹는 것만 먹게 될 수 있죠. 중산층 여가시간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도 비슷한 것 같아요. 다양한 기술이 가능성을 열어줬지만, 뭐가 너무 많습니다. 오늘 서울이나 경기도에 열린 전시나 공연이 몇개일까요? 나가서 할 수 있는 운동의 종류는요? 모임을 나가려고 모임 앱을켜면 또 선택지가 너무 많습니다. 에잇, 귀찮으니 넷플릭스나 볼까? 피드에 뜨는 드라마가 너무 많아요. 인간은 자신이 가진 의지총량에 비해 선택총량이 지나치게 많고,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없어 과부하가 걸릴 때(bounded rationality) 의지와 에너지가 적게 드는 행동, 습관적인 행동으로 회귀하는 것 같습니다. 중산층의 재력으로도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은 이 일요일 오후, 인스타나 페이스북 피드에 코를 박고 있거나 이불 속에 쏙 들어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은 이렇게 설명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곧 멋진 카페로 옮길거에요! 절대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좋은 기술은 인간 행동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선택의 민주화’, 정보, 가능성, 행동을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더 좋은 기술’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행동의 가능성을 좁혀줍니다. 정말 다 할 수 있는 것 아는데, 근데 오늘 1만보만 걸어보지 않을래? 정말 좋은 정보 참 많은데, 근데 오늘 이 좋은 아티클 5개만 읽지 않을래? 할 거 정말 많은데, 근데 오늘 5000자 글 하나만 써보지 않을래? 제가 떠올릴 수 있는 백익무해한 인간 행동은 독서, 글쓰기, 운동입니다. ‘더 좋은 기술’은 인간이 무한한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자신을 성장시키는 행동보다 자신의 단기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행동을 선택하지 않도록, 백익무해한 행동을 유도하는 기술이 아닌가 싶어요. 디지털 프로덕트에 ‘훅(hooked)’되더라도, 하루 종일 보스 잡는 행동과, 하루 종일 글쓰는 행동은 그 피드백과 복리가 다르게 작용하니까요. 똑똑한 인간은 인간을 ‘가능성의 길’을 뚫어주는 기술을 고르고, 실험하고, 개선한다. 어떻게? 똑똑한 인간은 항상 기술이 인간을 만들지만, 그 기술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기술을 역설계하는데 그치지 않고, 설계를 설계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계획을 세우는 일’은 인간이 불확실한 세계에 대응해 기술을 활용하는 똑똑한 활동 중 하나입니다. 일요일 오후에 닥쳐서 뭘 할지 생각하면 비효율적이므로, 미리 시간이 날 때 비인간 기술(문자, 플래너, 디바이스, 인터넷 등)을 활용에 미래의 자신의 행동이 유도될 수 있도록 기획합니다. 플래너에 미리 적어놓는 일이나, 알람을 세팅해놓는 일, 미리 티켓을 사두는 일은 근본적으로는 모두 같은 행동입니다. 기술을 통해 미래 자신의 행동을 설계하는, ‘설계를 설계하는’ 일이죠.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과정에 재능, 능력, 노력, 자본 등, 기존의 성공 패러다임에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자원은 거의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중산층 정도의 재력이면, 보급형 기술로 자신의 미래 행동을 설계하며 원하는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수 있죠. 해킹할 수 있는 영역은 너무나 많습니다. - 시간 포트폴리오 - 소비 포트폴리오 - 미디어(콘텐츠) 포트폴리오 - 음식 포트폴리오 - 운동 포트폴리오 - 관계 포트폴리오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설계를 설계’함으로써 실험하고, 학습해서, 개선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걸리는 시간이 다를 뿐, 삶의 핵심 영역은 모두 복리라는 법칙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스페셜리스트의 성장만을 다루는 10,000시간 법칙과 같은 ‘정적인 이론’이 놓치고 있는 핵심이 바로 이것인 것 같습니다. 성장은 동적인 것이고, 계획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네럴리스트로 살아도 무방하다는 점. ‘주의권력’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봤습니다. 뭘까요? 정보총량이 인간의 인지력과 기억력을 상회하는 시대에 희소해지는 것은 ‘주의’이며, 반대로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은 ‘주의력’입니다. 그런데 주의력은 단순히 인간의 시간, 공간, 관계의 사용방식을 변화시켜 삶을 개선하는 것 외에도,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주의를 통제하는 능력은 삶의 방향과 성장의 속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으며,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다른 인간의 ‘좋은 삶’을 위한 제품, 콘텐츠, 커뮤니티를 기획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본인은 자신이 이미 잘하는 일을 타인에게 제안해야 역량있는 사람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를 아래와 같이 정의해보겠습니다. [주의권력1] 자신의 주의를 통제하고, 집중해서, 행동에 옮기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 [주의권력2] 타인의 주의를 통제하고, 집중해서, 행동에 옮기게 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 주의권력은 기계적이거나 기술적인 것이 아닌 형태로, 오히려 문화예술적인 형태로 활용되고 제안되어 합니다. ‘라이프스타일 제안’의 형태로요. 미래 자신의 행동을 해킹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혁합니다. 타인에게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정보는 많고 주의는 희소하고, 주의력은 더더욱 희소한 지금 시대에, ‘함께하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이는 큰 인정과 보상을 받을 수 있겠죠. 매일 고전을 1시간 읽고, 30분 글쓰고, 매주 2시간씩 토론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기술과 커뮤니티의 도움을 받아서요. 매일 운동하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알고 계신 얘기겠죠. 읽고, 쓰고, 토론하는 사람이 늘어나서, 중산층의 시간 활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어떨까요? 엘리트 교육을 받지 않아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백익무해한 것들이라면요? 주의권력은 인간의 삶을 선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파괴적인 상상력을 부여합니다. 정리요약 - 기술의 설계를 해킹하라. - 미래 자신의 행동을 설계하라. - 정체성 변혁을 위해 자신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라.
이재현 | 프리랜서 활동
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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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의 Squad 팀 모델은 실패였다
우린 늘 남의 방법론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내부 이야기보단 외부 이야기에 더 귀가 열리는데요~ 늘 조심해야하고 각자 자기 조직에 맞는 방법이 있는거 같습니다. ● 유명했던 스포티파이의 "Scaling Agile" 백서는 그들의 희망이었을 뿐 완전히 구현되지 않음. 백서는 현실과 달랐지만, 채용에 유용했으므로 그냥 뒀고, 글쓴이는 퇴사 후 이걸 바로잡기 위해 기록. 그 모델의 잘못된 점과 스포티파이의 실수에서 배울 점, 다른 추천 모델을 상세히 적은 글 ● 예전부터 외부 사람들에게 이거 따라 하지 말라고 얘기한 적이 있음. "우리가 백서를 작성했던 시점에도 우리는 그거 안 하고 있었음. 부분적인 야망이고 추정 이었을 뿐.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힘들게 따라 한 것" ● 팀 간 협업에 대한 공통 프로세스를 정의하지 않았음. 각 팀이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참여하니까 전체 조직의 생산성이 떨어짐. "스포티파이 모델"은 회사가 훨씬 작았을 때 정리된 것. 후속으로 정리된 것이 나와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음. ● 자율성은 얼라인이 필요함. 회사의 우선순위는 경영진에 의해 정해져야 함. 자율성은 팀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님. ● 자율성은 책임을 요구함. 각 팀은 추가되는 부분을 '완료'해야 하는 책임이 있음 ● 스포티파이가 Missions, Tribe, Squads, Chapter Lead와 같은 새로운 단어들을 소개했는데, 이건 "뭔가 특별한 단어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을 만들었다는 환상"을 심어준 것. https://news.hada.io/topic?id=2191&fbclid=IwAR1LC1i_tg-uULu-x622KzCw3VU5sOZInrJctLTolzlnmZ5d4ayBIijoMxA 다녔던 직원들의 증언 나 6년 있었는데 100% 정확합니다. https://twitter.com/solomonjames/status/1258930064441425920 나 2019년에 그만뒀는데 그만둔 큰 이유가 이 글에 있는 문제들 때문이었음 https://twitter.com/ayyyylo/status/1253658456621539328
김종원 | 타임앤코
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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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 같은거 하지마세요….
⏰ 일의 변화와 삶의 변화, 갈수록 부족해지는 할당시간 사회와 산업구조가 변하는 속도는 점점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템포를 맞추다보니 하는 일은 더 다양해지고 많아졌습니다. 빨라진 속도의 긍정적인 효과로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만.. 생활 루틴 중 하나인 글쓰기에 소홀해질정도로 개인의 습관은 무너졌습니다. 회사생활 1년차때는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의 7할 이상을 일에 소비해도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혼 1년차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결정입니다. 나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닌 서로를 챙겨야하고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시간은 반으로 줄어듭니다. 가족행사도 2배가 되고, 서로를 챙겨야하는 시간도 2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아직 아이는 없지만 육아 1년차에 접어들면 결혼보다 더 큰 삶의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회사 1년차, 결혼 1년차보다 시간은 더 부족해지겠죠. 회사와 개인의 삶이 변화할수록 더욱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생산성입니다.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내에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을까? ❌ 시간이 부족하다고 미라클 모닝 하지마세요.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미라클 모닝입니다. 시간이 부족해? 그럼 자는 시간을 아껴! 라는 상남자와 같은 논리로 새벽 5시에 일어납니다. 미라클모닝 열풍이 불 때, 늦게 일어나면 게으른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 분위기가 싫어 저도 한달간 해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는 것은 헛소리입니다. 잠이 부족한 새는 눈이 흐리멍텅해져서 쉬운 먹잇감도 놓치기 마련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영국 출신 신경계 과학자이자 수면전문가 매튜워커에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라는 책을 읽으면 그 답이 있습니다. 400page가 넘지만 일상에 가장 가까운 수면이라는 주제이기 때문에 상당히 잘 읽히니 추천드립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수면의 핵심은 잠은 정해진 시기에 자야 하며, 최소 7시간 - 8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입니다. (그렇다고 10시간 이상 자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습니다.) 스스로를 실험하길 좋아하는 분은 저같이 한달은 미라클모닝, 한달은 8시간씩 수면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미라클 모닝을 한 한달보다 8시간 수면을 취한 한달이 내 생산성이 3배 이상은 올라갔다고 느낍니다. - 커피를 먹을 때 느껴지는 각성효과가 하루종일 지속 됩니다. - 퇴근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에서 벗어납니다. - 번아웃이 오는 빈도가 줄어듭니다. 빌게이츠, 제프베조스는 하루 8시간 숙면합니다. 스티브잡스는 하루 3-4시간 숙면하였습니다. 빌게이츠도 자는데 얼마나 더 성공하겠다고 덜 자야할까요? 덜 잔다고 성공하기보단 덜 살게 됩니다.
최병훈 | 삼성전자(주)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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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바라본 '오너의 시선'
요즘 핫한 드라마가 있다. 송중기 주연의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이다. 웹소설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1980~2000년대 초 대한민국 재벌과 기업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순양=삼성, 대현=현대, 아진=기아 등) 참으로 놀라운 것은 작가가 진짜 '재벌집 아들인가?'라는 생각이었다. 아마도 故 이병철 회장의 자서전,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 등을 참고해서 글을 쓴 것이 틀림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바라본 것은 바로 '오너의 시각'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 오너와 경영진의 관계, 직장인이 커리어로서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방법, CEO로서의 행동 등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1. 오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창업주, 기업의 주인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것은 '누구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착각하는게 있다. 바로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에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필요충분 조건에서 '충분조건'에 해당하는 것이다.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란 소리다. 오너 입장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일을 잘하는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간단하다. 내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나에게 헌신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재는 돈으로 언제든지 영입이 가능하다.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러나 내 돈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혈연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될 수 없다. 가족,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도 '없는 돈이다'라고 생각하라지 않는가? 오너가 기업을 경영하고, 투자하며 굴리는 돈을 온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오너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친구와 술자리를 갖다 이런 말이 오고갔다.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한테 투자하는줄 알아? 사업성? 이런 것보다 중요한게 내 돈가지고 허튼 짓 할 사람이냐, 아니냐야." 처음에는 투자자로서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기업의 오너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 회사의 주인이자, 돈의 주인. 전문 경영인과 실무자와는 차원이 다른 시각으로 회사와 사람을 바라볼 것이다. 그렇다면 오너는 자신과 함께 일할 사람으로 누구를 택할까? 그 사람에게 투자를 해도 충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가 삼국지에서 조조와 유비를 비교했을 때, 대다수가 바람직한 리더의 유형으로 유비로 꼽는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유비의 처음과 끝에는 도원결의를 맺었던 관우, 장비가 있었다. 목숨을 버리고 서로를 향해 맹목적인 신뢰를 구축했던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이 진정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2. 관우와 장비의 신뢰만이 신뢰가 아니다. '2차 신뢰'도 필요하다. 관우와 장비 같은 충직한 사람들 만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충직하다고는 하나, 이들이 모든 분야에서 우월할 수 없으며, 수익을 창출하는 입장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비가 지략의 제갈량, 문무겸비의 조자룡, 노련함의 황충을 신하로 둔 이유이기도 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위한 적절한 인재등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신뢰'를 주기란 더욱 쉽지 않다. 처음부터 함께 하며 신뢰를 쌓아왔던 관우, 장비와는 다르다. 이는 창업주나 오너에게 이것은 굉장한 딜레마로 작용한다. 처음부터 나를 믿고 함께 해오며, 기업의 성장을 지켜봐왔던 관우, 장비는 어느 순간 '단단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갈량, 조자룡, 황충과 같은 사람은 신뢰를 만들기 여간 쉽지 않다. 서로가 다른 생각, 가치관, 전문성 등이 있으며 이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오너를 떠나 다른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언제든지 모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들에게서 관우, 장비와 같은 맹신을 바라는 것은 어렵다. 다만, 존경심을 통한 신뢰를 만들 수는 있다. 유비가 제갈량에게 삼고초려를 통해 얻어낸 것은 '유비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꼿꼿한 허리를 숙이고 유능한 인재를 올바른데 쓰겠다는 유비의 리더십에 대한 존경심이 천하의 제갈량을 움직인 것이다. 자신의 아들과 아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어간 조자룡의 눈 앞에서 갓난 아기인 유선을 내팽개치고 조자룡을 챙긴 유비의 모습에 조자룡은 또 다른 존경심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존경심은 유비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지원과 동기부여는 그들을 배신하지 않고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하로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중소, 중견으로 성장하면서 관우, 장비와 같은 사람은 많지만 제갈량, 조자룡과 같은 사람은 쉽게 구할 수 없다. 그러나 기업의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영토는 확장하는데, 관우, 장비가 모든 성을 관리할 수 없지 않은가? 보다 효율적으로 성을 관리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제갈량, 관우, 장비를 다른 곳에 활용하기 위해 대체할 수 있는 조자룡 등이 있어야 한다.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오너는 '존경'을 무기로 신뢰를 다질 수 있어야 한다. 3. 원하는 말만 하면 간신이고, 때론 생각이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충신이다.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과 주인공인 진도준이 나눈 이야기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제가 시키는대로만 하면 자칫 잘못될 수 있는데, 그런 사람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라는 주인공의 말에, 진양철 회장이 이런 말을 했다. "맹목적인 행동, 그건 간신이다. 주인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개가 짖는다. 진짜 충신은 그런 모습에서 볼 수 있다. 그게 헌신이다. 그걸 잘 구별하는게 우리의 일이다." (자세한 문구는 기억 나지 않아, 제 기억대로 작성했습니다.) 다소 불쾌한 비유지만, 오너나 리더에게 있어 이보다 명확한 비유일 수 없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충신이지 간신이 아니다. 만약 관우, 장비가 유비의 말에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했다면 유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적절한 때, 적절한 조언을 했기에 유비 삼형제가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너나 리더가 이런 점들을 잘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말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자신의 밑천을 드러낸다는 것은 역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오너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진정한 속내를 알고 싶어한다. 진짜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이 조언을 통해 내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 말이다. '진정한 속내=신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너는 끊임없이 시험하려 들 것이다. 주변의 평판을 묻고,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질문한다. 때론 과하게 질타하고, 부드럽게 달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관우, 장비가 '적절한 때', '적절한 조언'을 했던 것처럼 '적절한 때', '적절한 조언'을 요구할 것이다. 이를 버티면 오너의 곁에서 책임과 권한을 얻게 된다. 오너의 신뢰는 단순히 맹목적으로 업무 지시를 따른다고 생겨나지 않는다. 반대로 구성원의 신뢰도 단순히 기업의 성장, 비전, 가능성만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오너는 자신이 100% 믿어도 되는 사람인지,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갔을 때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보고 그 사람에 대한 신뢰를 판단한다. 반대로 구성원은 저 사람을 믿고 함께 가도 되는 것인지, 내 인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보고 판단한다. 오너 입장에서 믿음직한 충신을 얻고 싶다면, 그들의 말을 경청하라. 때론 다른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면 된다. 반대로 구성원의 입장에서 오너의 신뢰를 얻고 싶다면, 오너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적합한 조언을 던져라. 맹목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말이 아닌, 진정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임을 인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4. 오너는 사장이, 직원이 아니다. 듣고 선택하는 자다. 많은 직장인들이 오너의 의사결정에 손사레를 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직장인으로서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오너는 사장(전문경영인)도, 직원도 아니다.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이런 비유를 한다. "영주는 성을 쌓고, 영토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신하들은 성 안에 소작농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한다. 소작농들은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여기서 오너는 영주, 신하는 사장/경영진, 소작농은 직원들을 말한다. 과연 현대판 기업이라고 다를까? 오너와 직원의 시선은 완벽히 다르다. 오너는 영주처럼 어떻게 하면 성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영토를 확장할까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직원은 소작농처럼 어떤 농기구를 써야 효율적으로 작물을 재배할 수 있을까? 내일은 옆집 토마스와 함께 일하면 좋을까? 등에 집중한다. 이를 기업으로 비유한다면 오너는 어느 벤처사에 투자해볼까? 어떤 기업 회장을 만나야 일이 좀 더 수월하게 풀릴까? 어떤 사람을 사장으로 앉혀야 돈이 더 잘벌릴까? 등을 고민한다. 직원은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찾고, 누구와 협업할 지, 이를 통해 매출을 어떻게 극대화 시킬 것인지를 고민한다. 사장/경영진과 오너도 다르다. 사장은 영주의 영토확장을 위한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내부 구성원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기업으로 따지자면 돈 벌 궁리를 하며, 어떻게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어떻게 시킬지 고민하는 일을 한다. 오너는 기업의 영토확장, 성을 견고하게 만드는 데 있어 사장이 신뢰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사업을 맡길지 고민하는 역할을 한다. 기업의 영토확장은 단순히 매출 상승 뿐이 아니다. M&A, 사업/계열 분리, 타 회사 주식 매입을 통한 지분확보 등이 있다. 사장은 이것들을 검토하고, 오너는 듣고 선택한다. 듣고보면 오너는 선택만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선택'은 곧 '실행'이다. 그 선택에 딸린 인생이 몇명일까? 최근 푸르밀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선택 하나에 직원과 가족들의 생계가 달려있다. 오너의 선택은 엄청난 책임감을 동반한다. 오너가 직원들을 먹여살리지 못한다면, 앞서 말한 신뢰도. 그 모든 것도 다 깨지게 되고 만다. 그런데도 과연 직원은 그들의 선택을 가볍게 여길 수 있을까? 듣고 선택하는 데에는 엄청난 통찰력과 무수한 생각이 요구된다. 그렇기에 오너는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전략을 세우고, 일을 하는 것은 사장과 직원이 하는 것이다. 5. 요즘 세대의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딜레마 위의 글이 다소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요즘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하고자 한 바는 분명하다. "오너와 직원의 시선은 다르다"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원 입장에서 오너의 시선을 강요할 필요도, 오너 입장에서 직원의 시선을 한 차원 높게 만드는 것을 강요할 필요도 없다. 요즘 세대의 직장인들은 평생직장이 없다고 말한다.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흥행하고, 자신감이 넘쳐나는 세대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회사에서 자기 권리를 주장하며 일하기도 한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라. 우리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우리는 회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책임과 권한을 얻고 싶다면, 회사의 주인에게 믿을 수 있는 신뢰를 받고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없는데 어떻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을까? 회사에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은 오너, 한 명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기 결정권을 갖기 위해서는 2가지 선택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내가 오너가 되거나, 아니면 오너 밑에서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는 월급쟁이가 되거나이다. 전자는 퇴사 및 자기사업을 해야하고, 후자는 충실한 월급쟁이로 오너에게 신뢰받는 팔로워십이 무엇인지 강구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일만 잘한다'고해서 신뢰 받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이다. 이쯤에서 직장인이라면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우리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보이는가? 올라가려면 상위 리더에게 어떤 신뢰를 주어야 하는가? 그 다음 행동은 무엇일까? 아니면 나가서 내 것을 할 준비를 할 것인가? 이쯤에서 오너라면 본인과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영주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신하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신뢰를 줄 만한 신하가 있는가, 그들은 간신인가 충신인가. 만약 없다면 어떻게 관우, 장비와 같은 사람을 만들 것인지. 제갈량과 조자룡과 같은 사람에게는 어떤 '존경심'을 주어 신뢰를 만들지. 고민해보아야 할 일이다.
정태양 | 닥터나우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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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강철 멘탈을 장착하는 방법
- 와, 저 사람은 어떻게 이 난리에도 멀쩡한 정신으로 저렇게 핵심을 파악하고 필요한 일을 다 해낼수가 있지? - ‘그 누구도 나를 화나게 하거나, 자괴감이 들게 하거나, 나의 성장을 방해할 수 없다’ 인간의 성장 단계는 주요 감정이 무엇이냐에 따라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울(무기력):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다 싫고 그냥 퇴사하고 싶은데 그냥 힘이 없다. 분노: 아 왜 이 사람들은 일을 이런 식으로 하지? 아니 왜 소통을 이렇게 하지? 이번에는 왜 또 아무런 기획이 없지? 오만: 아 내가 하면 진짜 훨씬 잘 할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일을 한다고? 용기: 그래도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있을거야. 한번 해보자. 평화: 이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 나는 빠르게 원인을 파악해 해결한다. 사랑: 이 모든 중생을 내가 구원할 수 있어. 가장 공감되시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성장 단계가 낮거나, 성장이 멈췄거나, 아니면 다시 뒤로 돌아가서 힘든 심리적 상태이신 분들도 계실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우울 분노 오만을 모두 경험했고, 지금은 용기 단계에 와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조금씩 엿볼 수 있는 경지가 바로 ‘강철 멘탈(unfuckwithability)’인데요, 사실 저도 실제로 강철 멘탈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손에 꼽을 정도인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평화 이상의 성장 단계에 있는 사람은 강철 멘탈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번역어의 의미를 포함해서,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강철 멘탈을 만나다(unfuckwithability) -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높은 수준의 판단력, 소통력, 집중력, 실행력 등을 유지합니다. 이런 사람은 팀이 위기의 상황에 봉착해서 무너지기 직전일 때,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죠. - 화를 내지 않습니다. 그 무엇도 이 사람이 화를 내게 만들 수 없어요. 가끔 감정적으로 격앙되거나 흥분하더라도 통제력이 높아 금방 객관적인 관점을 다시 탑재합니다. - 시야가 넓고, 변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한 채로 객관적으로 사태를 바라볼 수 있고, 직관이 발달해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빠르게 파악합니다. 원인 파악이 빠르니 실행 선택지도 빠르게 뽑아낼 수 있습니다. - 위 특징들 때문에 이 사람은 믿을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영역에선 그냥 나보다 나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마이크로매니징으로 팀을 끌고가도 힘들지언정 믿을 수는 있습니다. - 영어 표현인 ‘unfuckwithability’는 ‘아무도 나를 화나게 할 수 없다(Nobody can f*** with me)’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니체의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라는 말이 생각나죠? 강철 멘탈에 다다르는 방법론 쇼핑리스트 아직 이 수준에 가지는 못했는데요, 제가 지금까지 활용해온 명상법, 언어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론을 리스트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볼까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갑자기 강철 멘탈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지를 시야에 두고 매일 매일 성장하는 거니까요. 나는 충분하다(I am enough) 성장 초기 단계에서 겪는 문제가, 바로 마음의 폭풍을 잠재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퇴근하고 나서도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나 들었던 부정적인 평가 등으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경험, 해보셨나요? 주말에도 머리 한켠에는 ‘아 그거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아니 그 사람은 왜 그런 말을 하지?’ ‘아 퇴사하고 싶다’ 등의 생각으로 가득차, 몸과 마음이 쉴 겨를이 없는 경험은요? 많은 분들이 겪고 계신 문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도 있긴 한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자존감을 얻는 방식의 소통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어쨋든 문제 상황에 생긴 지점에 바로 성장의 씨앗이 있기 때문에 ‘외부의 원인은 틀렸고 내가 옳아’라는 접근법은 문제의 구조를 바꿔놓지 못하죠. 차라리 몸을 움직이는게 좋습니다. 머리를 쫙 식힐 수 있는 평소 취미를 동원하는게 좋죠. 저는 사우나를 좋아하고, 매일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머리 식히는데 좋죠.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요.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내부에 있거든요. 그건 자괴감, 방어적인 태도, 성장의 병목현상, 좋지 않은 소통 방식, 지나치게 수동적이거나 낮은 자세 등을 일으키는, ‘낮은 자존감’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어요. 명상을 통해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넌 부족해’ ‘넌 아직 안돼’ ‘넌 그걸 왜 그렇게 못해’라는 메시지를 수없이 받았고, 여기에 반응해서 살아온 부분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이 메시지를 내재화한 사람이 있고, 이 메시지를 이겨내기 위해 독하게 완벽주의로 살아온 사람도 있지만, ‘부족의 메시지’에서 자유롭게 살아온 분은 거의 없으실 거에요. ‘나는 충분하다(I am enough)’는 과거의 내 행동, 성취, 소통 방식 등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방어기제가 아닙니다. 먼저 ‘나의 자아’와 ‘내 방식, 전략, 행동, 성취, 소통 방식’을 분리하는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부족했던 것은 나의 전략, 전술, 실행이지, ‘내 자아’가 아닙니다. 나는 언제든지 성장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책에서는 ‘나는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거울에 적어놓고 매일 아침마다 자신에게 읽어주라고 하더군요. 고백할게요. 저도 해봤어요. 효과를 얻은 것 같기는 합니다. 거울에 적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루틴에 ‘내 자아’를 북돋아줄 수 있는 방법론을 도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걸 방어기제로 쓰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나만의 주문을 만드세요 강철 멘탈까지 성장하는 길에는 ‘용기’가 있습니다. 문제 상황에서 우울해하거나, 분노하거나, 나만 잘났다고 협업과 소통을 거부하는 일을 모두 넘어설 수 있는 감정이 바로 용기죠. 저도 일하다 분노로 마음이 가득차 퇴근 후에도 감정을 놓을 수 없었던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활용했던 방법론을 공유합니다. 이전에도 유사한 내용에 대해 쓴 적이 있어요. ‘나는 용기다.’ 제가 선택한 주문이었습니다. 감정으로 머리가 가득차있거나, 반대로 멍하니 아무생각도 들지 않고 무기력할 때는 사실 억지로 일을 해봐야 큰 변화가 없습니다. 갈아 넣으면서 일을 해도 몸이 상하죠. 마음의 상태를 바꿔야 합니다. ‘나는 용기다.’ 나는 이 문제 상황에서 나의 방법론, 전략, 실행, 소통 방식 등에서 개선할 점을 빠르게 찾아내 기여할 점을 찾아 팀에게 제안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많은 경우에 문제 상황을 고착시키는 것은 바로 심리적 장벽. 지금 말하고 있지 못한 무언가, 넘지 못하고 있는 오만함,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없게 만드는 낮은 자존감 모두 ‘용기’로 돌파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 저는 ‘나만의 주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나는 뜨거운 바람이다’ 같은 거죠. 일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만들고 싶은 임팩트를 시적, 주술적, 마법적으로 핵심 주문에 담는 겁니다. 언어에는 강력한 힘이 있어요. 나의 정체성을 빠르게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마음을 채웠던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 한켠에 숨어있는 그 빛, 그 불꽃을 찾아 기름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이 주문이죠. 자신만의 주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감사, 또는 변혁적 상상력 감사하는 습관이 좋다는 건 다들 알고 계시고, 이미 감사 일기나 명상을 하고 계신 분도 계실겁니다.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감사가 단순히 나의 현재를 긍정하는, 수동적인 감정 방법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 삶에서 감사할 것을 찾아내 긍정해내는 습관이야말로 나의 ‘지금 여기’를 혁명적으로 바꿔내는 변혁적인 습관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특정 직무로 회사에 처음 들어간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라는 것이 교과서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서, 해당 업계, 직무, 대표님의 성격, 역사 등에 의해 아주 특수한 문화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 직무가 처음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이해도가 없어서 ‘소프트웨어’ 자체를 탑재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요. 레거시 기업에 첫 개발자로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오프라인 회사에 첫 디지털 직군은 어떤가요? 이 경우 문제 상황을 문제로만, 퇴사의 이유거리로만 생각할 수 있겠죠. 사실 감사는 선택이고, 가치를 선택하는(value-taking) 일입니다. 이 상황을 하나의 기회로 보고 이 지점에 내가 다다르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첫 직군으로 들어갔다면, 시스템을 만들어 전체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으며, 빠르게 성장할 경우 팀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도 노려볼 수 있으며,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낸 사람’의 반열에 낄 수 있죠. 감사를 해야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선택하는 거죠. 감사라는 감정을 선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점이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사태의 흐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상황에서 원인을 파악하는 매의 눈을 장착하게 되고, 아주 작게라도 실행할 수 있는 길이 보이기 시작하죠. 근데 가슴이 벅찹니다. 이걸 내가 할 기회를 얻었거든요. ‘실제로 해봤기 때문에 눈이 반짝이는 사람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들’의 반열에 내가 들수 있게 되었거든요. 바로 이 이유입니다. 제가 감사를 수동적인 감정을 느끼는 행위가 아니라 가히 혁명적인 마음 습관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다. 맥락화와 객관화 이쯤 되면 모든 문제 상황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 중에 거의 항상 과거의 나의 모습들도 포함되며, 이 모든 것은 실행을 통해 조금씩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내가 문제의 일부가 아니고 나는 완벽하다면, 사실 내가 만들 수 있는 임팩트가 없어지잖아요? 내 성장을 내가 막는겁니다.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사고 습관, 원인을 ‘잘못’으로 보지 않고 감정을 통제하는 감정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제에는 굉장히 많은 원인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며 중첩되있을 수 있어요. 어려운 문제일수록 그렇죠. 모두 다 해결할 수도 없고, 해결할 필요도 없습니다. 객관화를 잘 해주면 그 중 통제 가능한 것들이 보이게 됩니다. 실행은 거기에 집중해야 하죠. 사실 저는 이 경지는 아니기 때문에 예시로 자세히 설명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단계에선 사태를 ‘잘못’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의 패러다임으로 보려고 하는 정도입니다. 어떤 사람을 문제로 정의하고 들어가면 해결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저 사람의 소통 방식 때문에 회의가 길어지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지나치게 말이 많다고하면, 거기에는 또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죠. 불안하거나, 공동의 목표가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거나 등 가설을 세워볼 수 있겠죠. 그 사람과 마음 편하게 대화를 나눠볼 수도 있습니다. 다짜고자 ‘말이 왜 이렇게 길어요. 간결하게 소통해주시죠?’라고 말하면 아마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겠죠. 사태를 ‘원인과 결과’의 연속으로 살펴보고 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가능한 원인’을 포착하는 사고 연습, 엄청난 경쟁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습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무엇도 나를 화나게 하거나 내 성장을 멈출 수 없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 아닙니다. 과거의 내 방법론들이 부족했을 뿐, 나는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고 실행해 성장하고 있죠. 머리 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찬 상황에서, 나는 나만의 주문을 만들어 내 마음 속의 불씨를 점화합니다. 내 정체성을 해킹합니다. 위기와 문제 상황에서 기회를 봅니다. 내가 만들 수 있는 임팩트,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은, 사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아야 더 크거든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에서, 정말 마음 편하게 한다면,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요? ‘잘못’이 아니라 ‘원인’을 파악합니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실행해 임팩트를 만드는 방법을 찾아요.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나를 화나게 하거나 절망하게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개선을 포기하면, 사실상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멈추지 않습니다. 기초체력을 유지하고, 내 정체성을 가져가고,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다시 문제로 돌아갑니다. 저는 강철 멘탈에 다다른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엿봤던 어떤 경지에 대해, 사용해왔거나 플러팅해왔던 방법론을 이어붙여 이야기해봤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첫번째 방법론이자, 성장의 도입부인 ‘나는 부족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다시 강조하고 싶어요. 저에게도 매우 중요한 메시지였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틀렸고, 당신이 잘못됐고, 당신이 부족하고, 당신은 쓰레기다’고 말해왔을 것이고,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당신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것은 당신의 방법론, 전략, 소통 방식 등일 뿐이고, 그것은 이미 과거의 것이죠. 현재의 당신은 피드백을 받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아 이렇게 소통하면 효과적이지 않으니 저렇게 해볼까? 아 말로만 하면 전달이 잘 안되니 문서화를 해볼까? 아 화를 내면 해결되는게 없으니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볼까? 아 저 사람은 계속 성장하는 것 같고 강철 멘탈에 가까운 것 같은데 가서 대화를 요청해볼까? 개선할 점 한가지를 찾아낼 수 있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용기’니까요! 저는 ‘뜨거운 바람’이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재현 | 프리랜서 활동
202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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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실수는 신입사원의 특권이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세요?)
[신입사원의 업무 실수는 조직의 책임이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이 업무를 하다가 실수해서 프로젝트 진행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하면 깨지는 건 선배사원이다. ‘이 사람아, 쟤가 뭘 알아. 이제 막 들어왔는데 뭘 알아. 당신이 봐줬어야지.’ 이 정도면 부드럽게 깨지는 거다. 옆에 서 있는 신입사원은 몸 둘 바를 모를 것이다. '실수는 내가 했는데, 선배 사원이 깨지고 있다.' 만약 신입사원이 이런 마음이라면, 그 신입사원은 싹수가 보인다고 해야 한다. 착하면서 일도 잘할 것이다. 언젠가 월의 마지막 주 즈음에 한 팀장이 나의 사무실에 들어왔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이 실수를 해서 숫자를 잘 못 기입해서 월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판매목표 달성에 집착하다시피 한 우리 마케팅 부서에서 목표 미 달성이 있을 수는 없었다. 우선은 실수의 정확한 파악을 위해서 매니저에게 신입사원과 같이 들어오라 일러두고, 당 월의 목표와 실적에 대한 숫자를 다시 확인하였다. 이후 매니저와 신입사원이 들어왔고, 신입사원은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좋은 리더(???)이다. 자화자찬이다. ^^ 각설하고 나는 신입사원에게 말하였다. '업무 실수는 신입사원만의 특권이니, 그렇게 기운 빠질 거 없다. 신입사원의 업무 실수는 조직의 책임이다.'라는 말을 먼저 해주고, 실수의 내용과 이를 만회할 방안을 협의하였다. 당월에 우리는 판매 목표를 달성하였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야.' 뭘 그러면서 배운다는 건가?]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가장 많은 실수는 전화받는 것이다. 통상 회의를 하거나 타 부서 미팅 참석 등으로 선배사원들은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신입사원이 전화를 받게 되는데, 보통의 경우라면 과장 선임이나 부장급의 전화는 '난데, 팀장 어디 갔어? 오면 0000 하라 해.'라는 전화 내용이 많다. 이 경우 신입사원은 그 '난데'의 '나'가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0000'는 더더욱 모른다. 그렇다 보니 전달이 늦어지거나 잘 못된 내용이 전달되고, 이후 줄줄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아마도 선배 사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야.' 뭘 그러면서 배운다는 건가? 그런 거 까지 배워야 하는가? '나 000 부장인데, 신입사원인가 보네. 할 만해? 너희 팀장은 어디 갔나? 오면 내가 메일 하나 보냈으니 확인해 달라 전해주고. 수고해.' 정도라면 어디가 덧나는가? 깨지면서 부딪치면서 배우고 익히는 시대는 지금의 직장인들이 좀 깨버리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잘 가르쳐 주고, 도닥거려 주고, 의견 내게 해 주고 등등 좋은 것으로 대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창의력도 나온다. 그래야 실수도 최소화된다. 그래야 선배사원도 편해진다. 나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태도이다. 예의이다. 사람에 대한 예의가 갖춰진 사람이 업무를 못할 리가 없다. 당당함이란 것이 건방에서 나오진 않지 않은가? 신입사원은 실수할 수 있다. 갓 나온 아기가 세월이 지나서 걷기를 시작하게 되면 얼마간은 넘어져야 걷는다. 업무 측면에서만 보면 신입사원은 몇 번은 넘어질 수 있다. 그러니 실수했다고 주눅 들 필요는 없다. 물론 죄송하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 위 글의 내용은 개인적 경험에 의거한 개인 의견입니다. 모든 상황들이 그렇듯이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습니다. ^^ **
Ja Ryong Koo | POSCO-MEXICO
202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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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욕심많은 주니어를 위한 ‘자기탐색적 글쓰기’
‘글쓰기를 일로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오늘 참석한 모임에서 어떤 분께서 좋은 질문을 하나 해주셨어요. 먼저, 저는 지금 회사에선 콘텐츠를 직접 작성하기보다는 매니징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출간작가이거나 유명한 작가인 것도 아니고요. 만약 제 말에 신뢰나 무게가 있다면 그건 ‘글쓰기로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경험한 사람’이라는 점일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뜻이냐고요?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욕심많은 주니어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분이 성장하시는데 제가 지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성장 파트너로서 ‘한 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죠. 이미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든 분도 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실거에요. 페인 포인트를 정리해보겠습니다. -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렵기만 하다. - 막막하다. 누구에게 글을 써야 할까. - 어떤 내용으로 써야 할까. 누구나 이 단계에서 시작합니다. 기억을 하지 못할 뿐. 몇가지 핵심 요소로 쪼개서 이야기를 해보죠. - 주제: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 - 오디언스: 내가 말을 걸고 싶은 바로 그 사람 - 스타일과 분량: 일단 쓰고, 모아두고, 다른 걸 읽고, 다시 보세요 - 공유하기: 어디에든 올려보세요 - 경험 설계: 물 흐르듯이 글을 써나갈 수 있는 비밀 - 나가며: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핵심 문제를 하나 다뤄보면 좋을 것 같아요. 글쓰기란 무엇인가요? 물리적으로 말한다면 (저의 경우에) 맥북이나 키크론 키보드에 타자를 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조금 바꿔 말한다면, 인간이 느끼고 생각한 무언가를 ‘문자’라는 형태로, 비인간인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소프트웨어에 얹어 구현하는 일을 말합니다. 이 무언가를 ‘문자’가 아닌 ‘언어’라는 형태로 구현하면 말이 됩니다. ‘문자’나 ‘언어’가 아닌 다른 미디어로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연극, 행위예술, 춤, 그림, 고성방가 등 미디어는 다양할 수 있죠. ‘글’이라는 미디어가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글을 잘쓴다는 사람들이 마치 이 기술이 어렵고 대단한 것인냥 포장해왔고,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이 옳은냥 배우는 사람들에게 불친절했으며, 무엇보다 공교육에 대학교육까지 포함해 평범한 사람의 ‘교육 여정’에 ‘좋은 글쓰기 파트너’가 없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글을 잘 쓸 필요는 없어요. 말을 잘 할 필요도 없죠. 일하는 사람은 ‘내 목소리’를 내서 내가 원하는 비즈니스 목적을 달성하고 내가 원하는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만 하면 됩니다. 기술적인 측면은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죠. 목적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니까요. 글쓰기의 목표는 글을 더 잘 쓰는 것이 아닙니다. 글쓰기의 목표는 성장입니다. ‘나는 글을 잘 못 쓰는것 같아’, ‘글쓰기는 왜 이렇게 어렵지’ 같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세상의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그냥 일단 하면서 자신의 재미를 찾아나가면 됩니다. 언제나처럼, 자기 자랑을 위해 ‘개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의 얘기는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주제: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말과 똑같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숙고해야 하는 TPO가 분명히 있을거에요. 그렇지만 대다수의 경우, 인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린하게) 하며 피드백을 받습니다. 글쓰기는 하얀 노션 페이지를 띄워둔 맥북에 자신이 먼저 말을 걸어야 하는 일이니 약간 더 난이도가 높을 수 있어요. 글을 더 잘쓰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우리는 탐색하는 글쓰기를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찾습니다. 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요. 처음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하고 시작한 글쓰기는 두 종류였습니다. ‘정리의 글쓰기’와 ‘분노의 글쓰기.’ 에디터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에디터가 하는 일은 무엇이고, 만들어내는 가치는 무엇이며, 어떤 노력을 해나가야 하는지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브런치에 올려둔 글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분노의 글쓰기’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일하며 맞이하는 감정을 정리하려고 시작했어요. 저에게는 당연한 문제해결 방식을 제안해 팀원들을 설득하지 못했을 때, ‘분노’의 마음을 담아 더 열심히 공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자가 왜 ‘선물’과 ‘보상’의 차이를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죠. 저는 생각을 정리해 기록하는 일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정리한 내용을 프레임워크나 문제해결형 방법론으로 발전시켜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알아채셨나요? 저는 ‘탐색적 글쓰기’를 통해 제 욕망과 글쓰기 스타일을 찾아낸겁니다.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나가면서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겠죠. 당시 제 주요 감정은 ‘분노’였습니다. 어떤 이론가는 인간의 감정 성장단계가 무기력증(우울증)-분노-오만-용기-평화-사랑의 순서로 이어진다고 말하죠. 지금은 거의 분노의 감정이 남아있지 않고, 용기와 평화 사이입니다. ‘탐색적 글쓰기’는 내 성장 단계를 파악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감정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주니어 분들 중에서도 우울증, 번아웃이나 알수 없는 분노를 겪고 계신 분들 많으실 거에요. 분노를 해소하는데 글쓰기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막 욕하면서 글써보세요. 확 풀릴거에요.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하세요. ‘글을 잘 써야된다’는 강박이나 ‘나는 글을 잘 못쓰는 사람’이라는 편견 따위는 잊어버리고 신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에요. 글쓰기는 말하기와 같습니다. 글의 구조가 어쩌고 글을 잘 쓰려면 이거나 저걸 먼저 해야한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믿지 마세요. ‘당신의 글쓰기’가 당신에게는 가장 옳은 방법이니까요! 오디언스: 내가 말을 걸고 싶은 바로 그 사람 그래도 막막합니다. 이야기를 도대체 누구한테 해야 하는거야? 저는 원래 군대 시절 엑셀에 일기를 쓰다가 에버노트에 이것저것 많이 썼었고, 이제는 노션으로 완전히 이주했는데요, 오랜 시간 ‘오디언스’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누구에게 말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글감이 있어도 막막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제 생각이지만, 글쓰기는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것 같아요. 내가 나에게 말하거나, 유체이탈식으로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글쓰기는 쓰기도 어렵고 읽기도 싫어요. 일기형식으로만 글을 쓰다보니 생각이 돌고 돌고 지나치게 사색적으로 자신 안에 침잠하게 되더라고요. 하루 종일 자신을 성찰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자신의 문제로 생각할 필요도 없죠. 글의 오디언스는 명확한 타자로 정합시다. 그럼 누구로요? 소셜네트워크에 올릴 것을 상정하고 글쓰기 시작하면 아주 편해요. 내 글에 자주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들이 이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됩니다. 때로는 어떤 구체적인 한명을, 때로는 특정 페르소나층을, 때로는 훨씬 넓은 어떤 독자층을 상정하고 쓰면 되요. 계속 쓰다보면 나에게 맞는 사람들에게 내가 이야기하는 방식을 찾아낼 수 있게 될 거에요. 어떤 교수님이 저에게 말씀하셨던 것처럼요. ‘너의 목소리를 찾아라(Find your own voice).’ ‘해요체’가 아닌 ‘니다체’로 쓸 경우에는 조금 더 뾰족하게 오디언스를 잡는 것이 좋을 거에요. 진지한 오디언스라면 톤앤매너도 달라질 수 있고, 갑자기 글의 난이도가 올라가죠. 처음에는 ‘편지형’ 글쓰기가 편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스타일과 분량: 일단 쓰고, 모아두고, 다른 걸 읽고, 다시 보세요 스타일이나 분량을 먼저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일단 쓰기 시작하면 됩니다. 때에 따라 ‘아포리즘’ 식 글쓰기가 땡길 때가 있습니다. 아니면 단편소설처럼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싶을 때도 있어요. 최근에 저는 주로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거나 방법론을 정리하는 방식의 글쓰기를 선호하긴 합니다. ‘문제해결형’ 글쓰기랄까요. 누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지 정했다면, 써내려가다보면 각이 나올거에요. 마치 춤을 추듯이 일단 시작하면 나의 스타일이 나옵니다. 글쓰기를 통해 내가 체험하거나 구현하고 싶은 감각과 감정이 살아날 수도 있어요. 전에 글쓰기를 통해 ‘귀여움’을 탐구한 적이 있는데 엄청 재밌더라고요. 공유하기: 어디에든 올려보세요 오랜 시간동안 에버노트에 갈겨둔 글들이 많은데요, 충동적으로 글을 쓰는 제 스타일 때문에 잘 정리되어 있지도 않고 나중에 자주 읽지도 않게 되더라고요. ‘탐색적 글쓰기’는 쓴다는 일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글이 어느 정도 완성된 형태로 기록에 남아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아카이브나 피드로 구현하는 것도 좋더라고요. 이것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하면 됩니다. 전 자신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기 때문에 노션에 잘 정리하고 있지는 않아요. 대신 쓴 내용은 톤앤매너에 맞게 플랫폼을 골라서 올립니다. 브런치, 리멤버, 링크드인, 페이스북, 커리어리, 퍼블리 중 이 글이 적절한 오디언스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곳에 공유하죠. 그러니 어디든 올려보세요. 탐색적 글쓰기의 목적은 글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 아니에요. 좋은 글은 자신의 이야기를 찾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수년간 연마한 사람이 아니라요. 자신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는, 좋아요나 댓글 수에 연연하지 않고 그냥 계속 공유하고 나의 이야기에 반응하는 사람과 춤을 추며 흐름을 만들어가면 됩니다. 글쓰기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어요.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형 글쓰기가 유행인 것 같더라고요. 지금 가장 끌리는 것을 일단 시도해봅니다. 한두번 썼는데 뭔가 느낌이 안온다면요? 내가 게을러서 그런게 아니에요. 더 잘 맞는 곳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글쓰기의 목적은 글을 더 잘쓰는 것도,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도, 좋아요를 모으는 것도 아니니까요. 글쓰기의 목적은 나를 탐구해 성장하는 것! 경험 설계: 물 흐르듯이 글을 써나갈 수 있는 비밀 글쓰는 습관은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글쓰기를 시작하는 문제해결 방법과는 조금 다릅니다. 일단 시작했다면, 이제는 나의 ‘몸의 지식’을 얻어가며 경험을 설계할 때가 온 것이죠. ‘몸의 지식’이란 이런겁니다. 저는 요즘엔 주로 밤에 운동을 마친 상태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맥북을 열고 우주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씁니다. 낮에 생각해뒀다가 구글 캘린더에 저장해둔 글감(보통 글 제목을 뽑아서 캘린더에 저장해둬요)을 하나 골라서 글을 ‘다운로드’ 받기 시작합니다. 이어지고 있는 대화가 있기 때문에 그냥 말하듯이 글을 써내려가면 됩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지도 어느 정도 감이 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왜 무엇을 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고, 계속 탐구해나가고 있거든요. ‘몸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글을 물 흐르듯이 써낼 수 있어요. 논설문이나 비판적 글쓰기, 자료를 모아서 쓰는 방식의 글은 이렇게 쓰기 어려울 수 있는데요, 제 경험으로 뛰어난 교수님들은 학술적인 글도 이렇게 쓰십니다. 이미 공부를 해뒀기 때문에 아침마다 30분 글쓰기 습관으로 글을 찍어낸다고 하시더라고요. 당신은 어떤 상태에서 가장 마음이 편하고 이야기가 샘솟나요? 경험을 떠올려보며 자신만의 ‘몸의 지식’을 찾아가보세요. 나가며: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탐색적 글쓰기’를 통해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찾아냈어요. ‘지속가능한 학습’, ‘일하는 사람의 성장’이라는 제 미션은 글쓰기에서 나왔죠. 어디서 자료를 찾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고 베낀 것이 아니에요. 결국 답은 내면에 있고, 내 안의 이야기를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는 글쓰기입니다. 이 글에서 제 사례를 많이 활용했는데요, 사실 제 방법론들은 중요하지 않아요. 전 욕심많은 주니어, 성장을 갈구하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거든요. 당신이 글쓰기를 통해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페인 포인트를 해소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태도와 감정을 해킹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탐색하고, 미래를 써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그렇게 해나가고 있는 것처럼요. 멋진 사람들은 멋진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요. 자신이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왜 그걸 하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요. 뭔가에 취한 듯한, 매력적이고 섹시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이야기는 어디서 튀어나오거나, 유튜브 영상에서 베낀게 아니에요. 스티브 잡스랑 비슷한 안경을 쓰고 복장을 하고 발표 스타일을 베낀다고 어디서 이야기가 떨어지는게 아닙니다. 당신이 ‘탐색적 글쓰기’를 통해 이야기를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록: 질문 목록 좋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유용한 도구는 좋은 질문이겠죠. 이 글이 누군가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던 것처럼요. 이 질문을 활용해 글쓰기를 시작해보세요. 댓글로 달아주셔도 좋아요. 저는 궁금합니다. - 당신은 누구를 어떻게 돕는 사람인가요? - 1000억이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 만약 우주가 당신 편이고 목표하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 당신을 놓아주지 않는 어떤 문제, 꼭 해결하고 싶은 페인포인트가 있나요? - 최근에 경험했던 ‘가장 나다운 경험’들에 대해 들려주세요. 당신의 ‘나다움’은 변화하고 있나요? - 성장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최근에 경험한 성장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크게 성장한 미래의 모습은 어떤가요? 그렇게 성장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재현 | 프리랜서 활동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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