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로 퇴사통보
안녕하세요.
100명 정도 규모의 홍보대행사 홍보팀으로 어제가 첫 출근이었습니다.
디자인 직종으로 일하다가 마케팅 쪽으로 직종을 바꾸고 싶어 PR홍보대행사 위주로 지원하다가 이번에 합격하게 되어, 오늘이 두 번째 출근이었는데요.
면접 당시엔 스타마케팅(협찬 관련)을 주로 하는 곳이고, 3년차부터는 본인 브랜드를 맡아 일하게 되며, 신입은 서포터로 일을 한다고 들었고, 장기 근속자가 많다고도 안내받았어요.
근데 막상 출근해보니 장기 근속자라는 게 진짜 20년 이상된 고인물 분들이고, 나머지는 거의 다 6개월~1년 3개월 정도 근무한 사원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더라고요.
한 팀에 6명이면 4명이 고인물, 2명이 신입인데, 그 2명이 서서 하는 업무를 다 담당하는 구조예요. 그리고 여초라서 그런 건지 같은 팀이어도 개인플레이 성향이 강해서, 첫날에도 저에게 업무 안내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제가 이것저것 물어봐서 신입 사원분들이 가르쳐주고 있는 상황이에요. 제 직속 상사가 누구인지도 모르겠고요.
사실 4개 팀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사원분들이 각 팀에 1명씩 퇴사해서, 그 자리에 저희를 뽑은 거였더라고요.
문제는, 하는 일이 ‘스타마케팅’이라는 이름 아래 하루 종일 서서 물품 반납·입고 관리만 하는 거예요.
매니저들한테 협찬품 빌려주고 돌려받아서 정리하고, 이걸 8시간 내내 반복하는데 —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싶으면서 너무 우울하고 막막했어요.
저는 여기서 3년 경력 쌓으면서 외국어 공부도 병행해 글로벌 마케팅 쪽으로 이직하는 걸 목표로 들어온 건데, 과연 이 일을 3년 동안 하면서 내가 성장이라는 걸 할 수 있을까 싶더라고요.
이전에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회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 디벨롭도 하면서 힘들긴 해도 ‘그래도 성장 중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일이 덜 힘들고 야근도 덜한데 오히려 더 막막한 느낌이에요.
오늘 점심에 사원분들이랑 밥 먹으면서 이야기해보니, 저희 전에 다섯 분이 일주일만에 퇴사하셨고, 그중 세 분은 잠수로 퇴사하셨다고… 그러면서 ‘잠수만 타지 마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마케팅’이라는 이름의 3년 경력과 미래를 위해 참고 버텨야 하나 했는데, 오늘 가족과 얘기해보니 그 정도로 안 맞는 곳이면 빨리 나오는 게 낫다고, 아무리 일로 자아실현하지 말라 해도 자신에게 맞는 일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추가로 지금 퇴사 예정이신 분이 나가시게 되면, 면접 때 말씀해주셨던 내용과는 다르게 신입인 제가 6개 브랜드를 혼자 담당하게 되는 상황이에요.
원래 2명이라도 같이 하면 좀 나을 텐데, 그 2명 중 한 분이 이번 주에 퇴사의사를 말씀드리려고 이사님이랑 상담까지 잡아두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저 혼자 혹은 또 다른 신입분이 새로 들어온다고 해도 그분과 둘이서 그 많은 브랜드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미 처음부터 업무에 대한 안내나 교육도 없던 곳이라 너무 막막하고, 과연 이게 내가 목표로 하는 경력이나 성장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하루빨리 새로운 분을 뽑을 수 있도록 내일 퇴사의사를 말씀드리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근데 또 문제는 — 오늘 퇴사 예정자분들 말씀 들어보니, 이 회사는 퇴사의사를 밝혀도 퇴사일을 언제로 잡아줄지 기약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그분들도 3개월 전에 말했는데 회사에서 계속 미루다가 이번 달 말에 퇴사일이 잡힌 거고요.
이걸 들으니 괜히 예의 지킨다고 얼굴 보고 퇴사의사 전했다가 거절당하거나, 이후 분위기 험악해질까 봐 걱정이에요. 그래서 첫출근 3일차에 문자로 퇴사의사를 전달해도 괜찮을지 여쭤보고 싶어요.
사실 누구한테 말씀드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팀 내부 이사님인지, 아니면 합격 문자 보내주셨던 인사 담당자님인지…
인생선배님들께 조언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