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에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30대 초반에 은퇴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제가 앓는 병이 약으로 더이상 회복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앓는 병은 "조현병"입니다.
이 글을 읽고계신 분들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실 겁니다.
"조현병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현병때문에 회사에서 사고를 쳤나?"
"약만 먹으면 괜찮아지는 병인데 왜이렇게 호들갑을 떠나?"
등등..
제가 8년남짓 사회생활을 하며,
그리고 생각치도 못한 은퇴에 대해..
평생 못꺼냈던 힘듦과 현실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단순히, 이제 정말 얼마남았을지도 모르는 제 '정상(正常)'적인 미래와
그 이후에 다가올 공포감 등을 늦게나마 여러분들께 호소하는 글입니다.
또한, 저와 같이 평생 고통을 숨기며 사회생활을 헤쳐나가는 다른 환우분들에 대한 경외입니다.
1)
먼저 조현병 환자인 제가 생각하는 조현병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기 싫은 공포영화를 평생 봐야하는 병'
적어도 저는 망상화 현실이 어느정도 구분이 되는 환자였습니다.
계속되는 망상을 현실 정보와 분리해오며 나름의 방법론을 터득했고
남들 눈에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였겠지요.
하지만 망상을 평생 떨쳐낼 수는 없었습니다.
공포영화를 보며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시는 분들이 공포영화가 진실이라 믿어서는 아닐겁니다.
비록 가상의, 헛된 이야기라도 누구에게는 두려움과 공포를 주기 충분했다는 뜻입니다.
평생 저를 따라다니던 공포스러운 속삭임은 '당시'의 저에게 충분한 공포였습니다.
그 끝에 제가 배웠던 것은, 나의 공포심을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방법이었습니다.
2)
"온전한 나를 평가하는건 내 자신이다"
"하지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평가는 온전히 '타인'이 내린다"
제가 조현병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체득한 제 지론입니다.
비록 온전한 저는 공포와 두려움에 떨며 살지만,
적어도 '타인'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 대한 모든 평가를 온전히 '타인'의 기준으로 생각하며
적어도 사회 속의 제 자신을 유지해왔습니다.
3)
"왜 나는 열심히 살아야하는가?"
항상 제 스스로 되뇌이던 질문입니다.
평생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온전히 행복해질 수 없다는 정해진 미래에
내가 열심히 살아야하는 이유, 즉 삶의 원동력은 저에게 정말 간절했습니다.
그러한 원동력은, 적어도 제 주변의 서로다른 힘듦을 안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제가 도움을 드리고, 내 주변에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렇게 큰 바람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열심히 살고 나름의 크고작은 성공을 거치며
힘든 고민을 하는 동생들에게 밥 한끼라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선배들에게 작게나마 축복을 할 수 있는
그런 지극히 이타적인 삶이었습니다.
'조현병'을 가족에게 알리고, 철저히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저에게 필요했던 것은
거대한 희생이 아니라, 여느때처럼 제 안위를 궁금해하고, 작지만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였으니까요.
그런 작은 손짓들이 저에게는 정말 간절했으니까요.
4)
"평생 절벽끝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때때로 찾아오는 급성기에 일자리를 잃기도 하고, 주변사람을 잃기도 했습니다.
언제든 이 손을 놓으면 모든 것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저에게는 항상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모두가 같은 트랙을 달리지만, 달리기의 시작점은 개인환경에 따라 다릅니다"
사회에서 주어진 과제에 남들보다 더 많은 코스트가 들어도, 남들보다 뒤에서 시작해도,
그런 불공평한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그저 남들보다 더 열심히 달리자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달려온 제 궤적이, 다른 크고작은 실패에 머무르는 주변사람들에게
"너도 할 수 있어. 내가 죽어라 달려봐서 길이 열려있다는걸 직접 봤으니까."
라는 작은 메시지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제 고군분투는 이르지만 슬슬 종막을 향해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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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분들께는 불편한 내용일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커뮤니티의 모두가 보는 자리이기에, 제가 열심히 살아왔음을 남기고 싶으나
연재를 희망하지 않는 분들도 분명히 계시다 생각하기에,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