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디자이너 잡담
2006년에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온라인 광고대행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당시 근무환경이야 거의 주말 없이 일하고 철야도 밥먹듯 하던 시절, 하고 싶은 일 한다는 것에 위안 삼으며 경력을 쌓아나갔다.
일하다보니 한 곳에 오래 정착하게 되어 부서장까지 맡게 되고, 부서장을 몇 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디자인을 계속 한다면 몇년이나 더 할 수 있을까? 감각이나 체력이 버텨줄 수 있을까 등등.
최소한 50대까지는 회사에서 실무를 같이 할 수 있어야 하는 세대인데 라며 고민하던 중 코로나 시국이 왔고, 겸사겸사 개발쪽도 경험을 쌓아보고 싶은 욕심이 들어, 회사를 나와 AI 전문과정을 수료하고 AI 관련 직군에서 일을 하게 됐다.
상당히 독특한 케이스였다. 마흔 초중반의 디자인 경력을 가진 AI 개발자 라니.. 연봉은 경력을 못살리니 많이 낮아졌지만 개발 커리어 잘 쌓아나가면 금방 올리겠지..하고 생각하며 일했다.
다만.. 회사에서 개발 업무를 할 수 없었다. 연차가 있다보니 개발업무가 아닌 PL, PM 역할을 주로 하게 됐고, 이직도 어려웠다. 개발 신입으로 이직은 거의 불가능하고, 또 상상했던 개발자 환경도 아니다. 일하다 보니 알게 됐는데, AI 업종은 아직 제대로 된 수익화 모델을 마련한 회사가 적다 보니 대부분 정부 연구과제로 운영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고, 과제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들은 회사 사업의 방향성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작년에 ChatGPT가 런칭되며 생성 AI 붐이 시작되었고, 직접 AI 관련 직군에서 개발을 하는 것 보단, 잘 알고 있는 업무환경에 AI 를 적용할 방법을 찾는게 더 재미있어 보여 디자인업으로 복귀를 생각하게 됐다. 개발커리어 쌓는게 어려운데다 연봉도 디자인할 때보다 너무 낮게 받는 점도 작용했고..(사실 AI 모델러가 될정도의 실력은 안된다. 관련 경력자들은 석박사 출신들이 수두룩하기도 하고..)
근데 경기가 안좋긴 하나보다. AI 와 디자인을 같이 할 수 있는 회사에 아트로 입사가 결정됐었는데, 입사 일주일 전에 투자처 불발로 입사가 취소통보됐다;; 오히려 내가 담당 부서장에게 힘내시라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뭐 찾다 보면 재밌는 회사를 만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