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디자이너의 넋두리
안녕하세요 :)
항상 글만 읽어보다가 요즘 너무 힘이들고 딱히 말할곳도 없어서 처음으로 글을 적어봅니다.
첫 회사에서 웹디자이너로 3년 6개월,
두번째 회사인 현재 회사에서 콘텐츠 디자이너로 1년 8개월째 근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사원 수 대략 50인, 서비스중인 앱은 누적 회원 수 150만명 정도인 스타트업입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규모의 서비스이지만, 현재 회사 내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저 한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혼자서 회사의 모든 디자인 리소스를 충당하다보니 명확한 디자인 기획을 할 시간도 부족하고 AB테스트나 어떤 검증도 거치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디자인을 마감하는 상황이 항상 이어집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 대표의 정말 세밀한 마이크로 매니징이 매 디자인마다 숨 쉴 틈 없이 들어오는데요, 제가 가장 답답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사수가 없으니 선배 디자이너분께 디자인 컨펌을 받지 못하고 소속팀(마케팅팀)을 거쳐 대표에게 바로 디자인 컨펌이 올라가는데요. 대표는 모든 디자인을 본인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수정하려 합니다. 본인이 요즘 눈이 안좋기때문에 글씨 크기를 1.5배~2배 키우라는 요구라던지, 기획부터 착실히 쌓은 디자인을 본인이 최근에 눈여겨봤던 다른 디자인을 모방하는 방향으로 롤백시킨다던지.. 근거없는 수정들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의미없는 수정만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에 조예가 없는 대표의 요청으로 수정된 디자인은 의미있거나 미적으로 더 아름다워진 사례가 단언컨데 단 1회도 없었습니다. 매번 마케팅팀내에서도 수정된 디자인을 보며 답답해하고, 당연히 광고나 SNS상에서의 반응 등의 성과도 좋지 못합니다.
앞으로의 커리어 패스를 볼 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5년차 시기인데.. 보고 배울 사수도 없고, 1~2년차 주니어와 팀을 이뤄 리더쉽을 기를만한 기회도 없습니다. 혼자서 고군분투하여 뭐라도 성과를 만들어보고싶지만, 항상 대표가 프로젝트의 중간이나 마무리때 본인이 하고 싶은 방향성을 강제로 주입합니다.
3회에 걸친 일대일 미팅을 통해서 위 내용을 잘 돌려서 전부 말했음에도.. 바뀐것은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대표의 폭탄발언들만 하나 둘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디자이너 뽑아봤자 시킬 일도 없다.”, “그렇게 고민해서 만들어도 유저들은 보는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른다.” 등...)
멤버들과의 관계도 좋고, 이 서비스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선하고 재밌게 만들어나가고 싶은것들이 정말 많은데, 대표가 디자인에 관여하고싶어하는 욕심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없어보이고 디자이너 충원도 올해 예정에 없습니다.
이직했을 당시에 가지고 있던 자신감은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이대로 계속 여기 있다가는 물경력 디자이너가 될 것 같은 두려움도 점점 커지네요.
다들 회사생활 안녕하신가요?
저는 오늘이 특히나 너무 힘든 날이어서 넋두리를 써봤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분들의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풀리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