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처럼 점점 팀장도 기피직종이 되려나요
이번에 몇 년 넘게 데리고 있던
팀원이 퇴사 선언을 했는데
당최 사고방식을 이해도 못하겠고
화를 참기가 힘들어서 넋두리나 써봅니다
사람 칠 것 같아요.
스압이라 장문 싫어하시는 분들은
뒤로 가기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ㅡㅡㅡ 나름 요즘 MZ세대 좋아하는
워라밸 등등 맞춰주려고 최선을 다해서
케어했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동안 자기 혼자 일 다했고
업무량이 많아서 퇴사를 한다길래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 팀처럼
널널한 팀이 주변에 어딨냐
내가 야근을 시키냐 출장을 보내냐
파견을 보내냐 옆팀들 맨날 10시까지
야근하고 파견나가고 하는거 못봤냐
9-6 근무하고 마감 압박도 없는데
무슨 업무량이 많냐 했어요.
그러니까 널널이란 말에 발끈해서
자기는 커피 안마시고 담배 안핀답니다.
거기가 야근하는 건 그쪽 사정이고
회사는 9-6 근무하기로 계약한 곳이니
자긴 널널하게 일한 적 없다는군요..
그래 알았다고,
근데 혼자 일 다했다는 건 무슨 얘기냐.
프로젝트 마감 전날에
너희들 약속 있다고 술 먹고 11시에
회사에 짐 가지러 돌아왔을 때
나 혼자 밥도 못먹고 계속 일하고 있었고
너희들 집 가라고 바로 택시태워 보냈는데
그런 거 하나도 기억 안나냐?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건 팀장이 할 일이고
회사에서 그러라고 직책이랑 연봉주는 거라고
자기 전담 일을 같이 해준 게 아니니까
자기는 혼자 일 한 거랍니다.
이제 저도 발끈해서
팀에서 다같이 하던 일의 마감이
팀장 개인 일이냐? 알겠다.
그럼 대표님이 사업제안서 쓰라고 해서
모든 부서/팀이 팀원들 n빵 해서
제안서 쓰게 시켰는데 그 때 너희들
그런 일 안시키려고 우리 팀만
나 혼자 밤새서 작업 했는데
그것도 내 일이냐? 물었습니다.
팀장님은 하는 일이 없어서
제안 작업 하게 된 거 아니냐고 되묻더군요.
저도 언성이 높아져서
내가 하는 일이 없다니? 했더니
그 시기에 팀 주간보고에 제가 하는 업무가
안적혀있었답니다.
그래서 구글 캘린더 열고 일정 꽉 찬거랑
그 때 작업한 신규사업 검토 업무 결과물
문서 수백장 보여주고 얘기했습니다.
내가 모든 일을 주간보고에 쓰지 않는다고
보고를 올리면 팀에서 해야하는 업무가
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쓰는 거다.
너희들 하는 일이 위에 어떻게 보고가 되는지
보고 배우라고 공유를 했더니
그걸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냐, 했습니다.
곧 죽어도 사과 한마디 안하더군요.
누가 혼자 업무 하랬냐고
자기네랑 같이 하지 그랬냐고 하네요.
문서 열어서 보여주면서 한 줄 가리키고
이거 무슨 뜻인지는 이해가 되냐,
아니 단어 들어본적은 있냐,
엄연히 부장/팀장 레벨에서 할 일이 있고
대리급에서 하는 일이 있는 건데
마감이 정해져 있는 이 일에
널 투입시키면 나도 일이 오히려 더 지체되고
너도 네 전문성 있는 일 맡아 하는게 좋지 않냐
하니까
팀장님은 처음부터 잘했냐고 그러네요.
이런 얘기 4시간쯤 핑퐁 치다가
주먹 나갈 거 같아서
그만하자고 하고 퇴사 알겠다고 가라고 했습니다.
이 친구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닌데
오늘은 특히 더 심했네요.
근데 표정을 보면 악의가 있는게 아니고
자기가 틀린 말 한거 없다는 얼굴이에요.
요즘 세상이 미쳐돌아가서
교직도 기피한다는데
언젠가 팀장도 기피 직종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니면 제가 그냥 나이먹어서
꼰대가 된 걸까요?
이 친구 평소에는 호감상이거든요.
한참 적고 보니 좀 감정이 누그러지네요.
다시 들어가 일해야겠습니다.
모든 팀장 부서장님들 화이팅하세요.
+++ 추기 +++
많은 분들께서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제가 모든 것을 적지 못하여
그 동안의 업무공유나 팀원을 어떻게 대했는지
여쭤보시는 분들이 몇 계셔서 추기드려요.
ㅠㅠ 그 동안 제 업무 중에서
인사/재무 외의 부분은
팀원들과 항상 공유했고
저 그 친구한테 일 못한다거나
우리 팀 널널하다는 얘기
한 번도 한 적 없습니다.
반대로 항상 일 열심히 한다
당신이 전문가다 했죠.
참고로 저 PM 겸하고 있지만
제가 그 친구보다 동종경력만
10년 가까이 더 많습니다..
그래도 그 친구 업무에 대해
저랑 방향성이 달라도 의견을 제시했지
강요나 무시한 적도 없고
그 친구가 의견 듣고도 자기 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하면
그래 당신도 전문가이고 담당자이니까
그렇게 하자 이랬습니다.
속으로 비하해서 생각하지도 않았고
친한 동생들처럼 생각했고요..
근데 입사 직후부터 수시로
불만, 다른 직원과 비교를 하고 힘들다 하고
자기가 2~3달 일해서 새로운 걸 알게 되면
그 분야 수십년 일하신 선임, 임원분들까지도
업무를 폄하하거나 그 사람들 아무것도 모른다
이런 얘기를 버릇처럼해서 지적도 많이 했고
인사평가 기록에도 남겼어요.
본인이 일이 많은 것 같다고 해서
일을 빼주기도 했고
저희 팀 업무가 몇가지가 있는데
자기쪽 포지션이 일이 많은 것
같다고 전문분야 다른 팀원도
자기 일 같이 해야 공평하다(?) 해서
그렇게도 해보고 별짓을
다 해봤습니다.
근데 자기 혼자 일하는거 싫다고
모든 일을 팀이 같이해야 한다고
해서 거기에 맞춰주면
전문성 부족한 다른 팀원을
억지로 투입해서 인력낭비를 했는데도
감사함은 없고 오히려 그 직원
일 못한다 하는게 뭐냐
또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주간보고 사건도 제가 얘기안하고
혼자 일 한 것도 아니고
바로 옆 자리인데다가
팀 미팅 시간에 항상 공유하고
다른 팀원들 다 알고 있는데
그 친구는 자기 편한 대로만
보고 생각하고 기억하더라고요..
최대한 케어하려고 노력과 시도를 해봤고
이 친구들 업무 분장이나 성과급 문제로
윗 분들과도 많이 싸워봤고
팀원들 면담도 자주 하고 가능한 반영합니다.
뭐 힘든거 없냐, 어떤 일 하고 싶냐 등등..
사비로 팀원들 점심때
커피나 비싼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저 친구도 사내 모임이나 티타임 생기면
팀장님도 오시라고 그러거나
제가 안간다 그러면 음료도 사오고
그 친구가 저희 집도 밥먹으러 와봤고
와이프도 알고, 저도 그 친구 결혼할 사람 알고
참 허울없이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속으로는 저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게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팀원 나가는 문제로 윗선에 보고가 갔기에
사정을 아시는 임원분이 술 한잔 사주신대서
1:1로 얘기를 좀 더 털어놓았더니
옆 팀에 최근 나갔던 착한 친구도
그래서 나간거라고 그냥 요즘 시대가
그런 것 같다 쓴 웃음 지으시더군요...;;
언젠가 이직하게 되면 팀장은
다시는 안하려고 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