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안되겠다.
공장의 시스템 관리 업무를 하는 발주사의 PM 입니다. 시스템 관리외에도 다른 업무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공장이고, 그런 제조업의 특성상 24시간 On Call 대응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주말/휴일에는 돌아가면서 전화대기를 합니다.
유지보수 개발자는 모두 협력사 직원이고 개발팀장이 있지만 협력사에 PM은 따로 없어서 각 담당자들이 업무적으로 저에게 다이렉트로 공유(보고)를 하고 제가 부탁(지시)를 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협력사가 다른 더 큰 회사랑 합병(인수) 하면서 그 회사에서 현재의 운영방식이 하도급법상 문제가 되어 PM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요구를 했고, 유지보수 계약 비용을 올려주면서 PM이 한분 새로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프로세스상으로는 개발자들과 저 사이에 PM이 생겼는데, 여전히 제가 담당자 하나하나에게 업무를 부탁(지시)하고, 공유(보고)를 받습니다.
장애가 발생했는데 원격으로 조치가 안되면 담당 개발자와 저는 출근해서 대응하는데, PM은 아는지 모르는지 보이지가 않습니다. (단톡방에 내용 공유가 되니까 보긴 했을 겁니다.)
처음에는 아직 잘 모르니까.. 끼기도 그렇고 와도 도움이 안되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20년 넘는 경력의 특급개발자가 1년이 넘어가도록 처음과 똑같으면 곤란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에 새벽 2시에 장애가 나서 생산라인이 멈추고 공장에서 담당자에게 연락하고 담당자는 저한테 전화해서 저랑 담당자는 부랴부랴 출근했는데, PM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새벽 2시이고 담당자도 따로 연락 안했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누가 새벽 2시에 단톡방을 보겠습니까.
얼마전에는 퇴근 5분전에 PM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라인이 멈춘 것은 아닌데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담당자가 확인중이다라고.. 그래서 저는 바로 전산실에 가봤는데 그 라인 담당자 빼고 다 퇴근시간이라고 퇴근해서 아무도 없고 혼자서 낑낑대고 있더군요. PM도 물론 퇴근했고요. 그래서 담당자랑 저랑 또 머리 굴리면서 조치 했습니다. 이때는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PM이 장애가 난거 알면서 그냥 퇴근을 하네? 대체 이 양반이 하는게 뭐지? 내가 직접 담당들이랑 소통하는게 불법이라고 해서 PM 1명 늘리면서 계약비용도 올려줬는데 '불법상태'는 그대로 1년 넘게 유지되고 있고 이 사람은 뭐하는거야..
오늘은 일요일인데 팀장에게서 톡이 왔습니다. 시스템 장애는 아닌데 라인에 문제가 생겼으니 시스템쪽에서도 확인을 해달라고요. 제가 마침 점심을 먹으러 가족이랑 나와있는 중이라 단톡방에 대기자는 무엇무엇을 확인을 해달라고 올렸는데, PM도, 개발팀장도, 라인 담당도, 이번주말 대기자도 아무도 응답을 안하더군요. 보통은 제가 여기서 따로 전화를 하는데, 이번에는 과연 어떻게 될까 놔둬봤습니다. (시간이 급한게 아니었기 때문에요.) 단톡방 내용은 다 읽었는지 숫자는 다 없어졌는데 아무도 반응이 없습니다. 제가 가족이랑 점심 먹고 집에 와서 원격으로 확인하고 팀장에게 보고를 한뒤 그 내용을 단톡방에도 공유했는데 좀 전에 보니 PM이 하트를 찍어놨더라고요.
아.. 안되겠다. 이 사람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구나. 내가 자기 일을 하는걸 당연하게 여기는구나. 우리는 왜 불법이라는 말에 찜찜해서 인원을 늘리고 돈을 더 주고 있는거지, 당장 지들도 바뀔 생각이 없는데.
내일 협력사 상무 들어오라고 해서 인원빼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회사 어렵다고 다른 협력사들 인건비까지 줄이는데, 내가 왜 내 상사도 아니고 동료도 아닌 다른 회사 사람 일을 해주고 돈은 지급하고 있어야 하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