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서 자질이 없는 걸까요...
첫 직장 입사한 지 1년 9개월이 돼서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요즘 부쩍 "이제 2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 이런 것도 못하면 어떡하냐"는 말을 많이 듣는 게 속상하기도 하고 많이 고민돼서 적어봅니다. 제가 너무 무책임하게 남탓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억울하기도 해서.. 따끔하게 충고해주시면 새겨듣겠습니다.
입사한 지는 좀 됐지만 사실 저는 발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팀장부터 편집국장까지 대대적으로 인사개편 팀개편이 이뤄진 작년 11월부터, 그러니까 7개월가량 된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는... (전)팀장이 정말 쓰레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가 갈리네요.
부끄럽지만 주구장창 보도자료만 썼습니다. 점심시간도 없이, 출근길에 사온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타자를 쳤습니다. 그렇게 해도 퇴근은 늘 늦었구요.
전팀장은 자기 몫의 보도자료까지 모두 제게 넘기고 유튜브를 보더군요. 당시는 팀장은 팀장으로서 더 중요한 업무가 있어 내게 넘기시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자기는 약속이 있어 나가니 종일 자기 몫의 보도자료를 대신 부탁한다면서도, 제가 늦게까지 토론회를 취재 중일 때도 어떻게든 보도자료까지 제가 쓰게 하더라고요. 아 출입처는 같은 곳을 맡고 제가 2진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발제를 하고 싶어서 발제를 내면
>>이번주는 보도자료가 많이 나와서 발제를 못 쓸거다
라며 킬.
정말 괜찮은 발제를 내면
어? 이거 진짜 괜찮은데 >>하면서 자기가 쏠랑 쓰고.
땅바닥에서 노트북 두들기며 워딩 친 건 저인데
워딩 자료 보내라며 그것도 자기 이름으로 기사 나가더라고요. 물론 바이라인에 제 이름은 없습니다.
아무튼....
전팀장은 일주일에 많아야 단신기사 한 두개만 쓰면서도 일이 많다고 하소연하고 다니다 새 편집국장에게 완전히 찍히고 거의 좌천된 상태입니다.
쓰다보니 울컥해서 엄청 욕해버렸네요.. 이게 저의 1년 2개월입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신입답지 않게 잘 쓴다, 열정이 넘친다며 여기저기서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스스로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가 경력이 아닌 생초짜 신입이 들어온 지 10년도 더 된 곳이라 시선이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팀이 개편되고 발제위주로 가게 된건 정말 좋지만
"2년인데 아직도 그러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단순히 연차에 비해 잘 못 배워서가 아니라
제가 게을러서, 혹은 정말 자질이 부족해서는 아닌지 심적으로 너무 힘이 듭니다.
이전보다 지금이 더 좋은 건 맞습니다.
팀 개편 전에는 여기에서 더 다녀도 배울 것도 없고 회의감을 느껴 퇴사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최소한 내가 못나고 지적을 많이 받는다는 건 그만큼 배울 게 많은 거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2년'이란 시간과 비교하는 말을 들을 때면,
물론 제가 연차에 비해 부족하단 걸 스스로도 알지만
'그게 과연 나만의 탓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자존감도 너무 깎이네요.
최근에 새 편집국장과 장장 2시간.. 1대 1 면담을 했는데
"어떤 때는 깜짝 놀랄 만큼 잘 쓰는데, 어떤 때는 깜짝 놀랄 만큼 엉망으로 쓴다. (잘 쓴걸 보면) 기자로서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럴 때(못썼을 때)는 기자로서 자질이 없나하는 생각이 든다" 고 하시더군요... (자질이 없나인지 부족한가인지 정확한 워딩은 헷갈립니다)
빨리 취직해야겠단 초조함에 첫 직장을 잘못골랐나 후회되다가도,
현 국장은 어쨌든 저를 키우고 지도해주고 싶어 하시니까 이렇게 된 거 잘 배워야 한단 건 알지만
요즘 너무 힘드네요. 그냥 회사 사람들도 싫어지고, 2년여간 단 한번도 발제나 기사 피드백 조언 해준적 없는 선배들도 괜히 원망스럽고...
쓰고보니 넋두리 뿐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가)
대학원 다니며 연구직과 기자 중 고민하다가,
사회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요.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것보다는 기자로서 활동하는 게 더 행복할 거란 생각에 오랜 진로를 변경했습니다. 요즘은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가야하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