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은 정말 비싼 것일까?
제목과 같은 의문을 던져봅니다.
대학의 등록금이 10년 이상 동결되면서 재정은 등록금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라게 되었습니다.
사립학교는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에 전적으로 기댈 수 밖에 없고 국립대는 상당한 예산이 국고로부터 지원되므로 국공립, 사립 구분없이 대학의 자율성이 많이 떨어지게 됩니다.
현직에서 교육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는 지표는 “전임교원 확보율”인데 정부에서는 이 지표를 높이라고 압박을 하지만 재정 독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명확한 대책없이 고정비를 늘리는 것은 대학 운영 주체에게는 상당한 모험이 됩니다.
학교가 기업도 아닌데 수익 사업에 목을 맬 수는 없고, 기부금 모금도 상위 일부 대학에서만 활발하고, 재단은 전입금을 늘릴 생각이 없는 것 같고.. 그러는 와중에 등록금은 10년 넘게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물가 상승률 만큼도 못올려왔습니다.
자, 그럼 10년이 넘게 지난 이 시점에서 그 당시 비싸다고 원성을 들었던 등록금이 여전히 비싼가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공대 소속이라 학생들의 한 학기 등록금이 대략 450만원 정도됩니다. 아주 정확한 계산은 아니겠지만 20학점을 듣는다고 하면 3학점 3시수 과목에 대해서 매달 약 20만원 정도 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딩 학원을 다닌다고 하면 시간당 1~1.5만원 정도 하는 것 같은데 동일한 시간으로 최저로 잡으면 매달 12만원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대학생은 수업만 듣는 게 아니라 학교 내의 다양한 시설(도서관, 열람실, 컴퓨터실, 세미나실, 스터디룸, 이메일 등) 과 프로그램(취업상담, 심리상담, 각종 교육 등)들을 무료 또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교내 식당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학교가 수익을 목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게 아니기 때문이구요.
학원을 다니면 좋은 일부 학원은 학원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겠습니다만 그런 곳들은 학원비에 다 비용이 포함되어서 시간당 1만원이 나오기 어렵겠죠. 그리고 학원 다닌다고 학위가 나오지는 않을거구요. 그리고 학원의 강의 내용의 전문성이 대학 강의만큼 있는 과목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학원에선 들을 수 없는 과목들도 많구요.
그래서 대학에서 한 과목을 듣고 학교의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해 매월 내는 비용이 20만원이라고 하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대학 강의보다 전문성이 덜 필요한 애들 학원비도 과목당 그 정도 나오고 성인 영어회화도 그 정도는 되는데 말이죠.
하지만 등록금 인상을 이야기하면 대학은 죄인이 됩니다. 금기가 되어버렸어요. 이 글도 대학 바깥의 사람들이 보면 뭇매를 맞을 겁니다. 등록금 인상은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나요?
80명씩하는 대형강의 하면서 시험 채점때마다 더 자세하게 첨삭하고 지도해주고 싶은데 시간 상 절대 그럴 수가 없습니다. 교수 업무 중에 강의 비중이 넉넉하게 잡아도 50% 넘기기 어렵고 특히 승진/재임용을 해야하는 교수들은 50%씩 시간을 썼다가는 짐싸게 생겼구요.
두세과목 강의하면 학생들로부터 이런저런 문의 이메일이 쏟아지는데 제대로 답변해주기도 어렵습니다. 학생들은 교수들이 얼마나 바쁜지 모르고는 이메일 보냈는데 왜 답이 없는지 불만이고.. 이렇게 강의의 질, 학생 지도의 질이 떨어지는 거잖아요. 강의가 40명, 30명 정도만 되어도 한 명 한 명 잘 살펴줄 수 있을텐데요.
아무튼,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주체들은 등록금 동결로 인한 교육의 질 하락에 대해서도 감내해야하는데 싸고 좋은 것 찾다보니 교원들만 죽어나는 것 같네요. 여기 계신 교수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