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난 여자친구, 결혼을 생각하면 자신이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서른을 바라보는 남자입니다.
여자친구와 6년째 연애 중인데, 요즘 들어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게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아직도 많이 좋아합니다.
그래서 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4년제 인서울 대학을 졸업했고, 여자친구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학력 차이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학력이 어떻든 자기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가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연애를 오래 하다 보니 학력이나 스펙보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에서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사람을 볼 때 성실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무조건 대기업에 다녀야 한다거나,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이 힘들어도 어느 정도는 견뎌보고, 당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회사가 힘들 수도 있고,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생각했던 것과 다른 업무를 맡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조건 참고 버티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는 여자친구가 회사를 다니는 과정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여자친구는 지금까지 회사를 여러 번 옮겼습니다.
이번이 네 번째 회사인데, 이전 회사들도 전부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습니다.
이번 회사도 이제 4개월 차인데 또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자친구는 새로운 회사에 이직하는 게 항상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입사하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고 싶어 합니다.
물론 회사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고, 정말 견디기 어려운 환경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오래 다니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네 번째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개별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의 일하는 방식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고, 좋은 회사를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경험이 쌓이면 인내심도 생기고 버티는 힘도 생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으니 앞으로는 조금씩 나아지겠지 싶었습니다.
제가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힘들 때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니 저도 점점 지치더라고요.
사실 여자친구가 힘들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공감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성격 자체가 그게 너무 안되고, 아닌 일에 대해서는 아무리 여자친구여도 할 말은 해야하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사랑하니깐 회사에서 있었던 일도 들어주고, 왜 힘든지 같이 고민하고,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도 쉽게 뭐라고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여자친구가 퇴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힘들겠다는 생각보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번에 그만두면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건지, 새로운 직장을 구하면 또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건 아닌지, 앞으로 경제적으로는 어떻게 살아갈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제가 공감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제 공감할 만큼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여전히 힘들고, 그 순간에는 해결책보다 위로가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 부분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단순히 위로만 해주고 넘어가기에는 이 문제가 너무 커졌다고 느낍니다.
또한 본인은 공감을 잘 안해줍니다.
연애만 할 때는 서로 좋아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은 결국 두 사람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쪽이 힘들 때 다른 한쪽이 도와줄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 도와주는 사람도 지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저는 이제 결혼을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됐고, 예전처럼 모든 걸 여유롭게 기다려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앞으로 집도 마련해야 하고, 생활비도 함께 고민해야 하고, 서로의 미래를 계획해야 할 텐데 지금처럼 직장 생활이 몇 개월 단위로 불안정하다면 저는 결혼 후에도 계속 같은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을 거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변할 수 있고, 저 역시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겁니다.
다만 저는 더 이상 막연하게 '언젠가는 달라지겠지'라는 기대만으로 기다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너무 계산적인 사람인가 싶기도 합니다.
6년이나 만났으면 서로의 장단점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결혼을 앞두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면 이제는 놓아주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힘든 건 여자친구가 싫어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전히 좋아하고, 함께했던 시간도 소중합니다. 좋은 추억도 많고,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이 사람과 실제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실성이라는 부분에서 계속 의문이 생기고, 결혼 후에도 제가 상대방의 몫까지 감당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저도 너무 제 기준에 맞춰 여자친구를 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마다 직장 생활을 견디는 방식이 다를 수 있고, 저에게는 별일 아닌 일이 여자친구에게는 정말 힘든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