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출난게 없는 제 커리어를 평가해주세요.
웹디자인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대학도 디자인쪽으로 전문대에 입학했으나 자퇴했구요.
쇼핑몰로 시작해서 자연스레 코드도 아주 살짝 건드려봤습니다(메이크샵, 카페24).
그러다 웹에이전시로 이직했고, 플래시 사용할 일이 많아서 액션스크립트를 배워서 잘 써먹었고, 플래시 시장이 무너질 무렵 자연스레 퍼블리셔 업무를 병행하게 됐습니다.
회사에서 바로 실전 투입되서 HTML, CSS, jQuery를 배우면서 사용했고, 어쩌다보니 어떤 프로젝트의 디자인까지 제가 하게 되서 저 혼자 3개월 동안 디자인 부터 개발(백엔드는 없는 사이트였음)까지 다해서 오픈하게 됐습니다.
굉장히 뿌듯했는데, 당시에 저는 백만원대 급여를 받고 있었는데 이게 3천만원을 받은 프로젝트라는 얘기를 듣고 현타가 쎄게 왔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될 선택을...
프리랜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사이트를 여러개 제작했고, 디자인 부터 혼자 다 했습니다.
PHP를 따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잘 모릅니다만, 기존에 있는 플러그인을 어찌어찌 커스터마이징 해서 써먹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빚만 지고 다시 직장인으로 전환했는데요. 이게 아마 2015년으로 기억합니다.
사기꾼 대표 만나서 1년 까먹고, 스타트업에 들어갔는데 2개월 만에 망했고, 현재 재직중인 웹에이전시에 들어왔습니다.
어찌 어찌 제가 실장이 되서 SVN 쓰던거 깃헙으로 전환하고, jQuery 쓰던거 바닐라로 바꾸고, 조직 문화랄게 없었는데(문서화도 안되어 있어서 인수인계 전혀 못받았죠) 조직 문화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나름의 CI/CD 환경도 구축해봤구요.
회사 프로젝트로 이커머스 사이트 구축하면서 Vue.js도 써봤고, 현재는 내부 프로젝트(제가 하자고 했어요)로 React도 사용중입니다.
나름대로 이것저것 많은 경험을 했고, 열심히 해왔습니다.
저는 제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에 이게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따금씩 불안감이 엄습하곤 합니다.
넓지만(사실 넓은지도 잘 모르겠어요 워낙 공부해야 될게 많은 분야라) 얕게 알고 있을 뿐, 뭐 하나 특출나게 잘 하는게 없는 것 같습니다.
일 시키면 잘 몰라도 어찌어찌 찾아보고 공부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글쎄요...
알고리즘 잘 모릅니다. 코딩 테스트 보면 아마 망할거에요.
기술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지식을 물어보면 어버버 할테고, Typescript 써본 적 없고, Redux니 Zustand니 하는 상태 관리도 써본 적 없고(딱히 상태관리가 필요한 일이 없었...), 테스트 코드 짜본적 없고, 리팩토링이니 클린 코드니 이런 것도 잘 모릅니다.
그 동안 거쳐갔던 회사에서 한번도 일을 못한다느니 하는 안좋은 소리는 들어본 적 없습니다. 오히려 일 잘한다, 고맙다 소리를 들었습니다. 지금 팀원들에게도(퇴사자 포함) 고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지금 상황, 지금 이 회사라는 울타리에서만 허용되는 잠깐의 안락함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면 과연 제가 경쟁이 될지 의문이 듭니다. 더 스펙 좋고, 젊고, 많이 공부하고, 급여가 낮은 분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메리트가 있을까요?
지금처럼 관리자로 이직을 한다고 해도 새로운 회사에는 제 기여도가 0인 상태로 시작하는 거고, 유명 개발자도 아니고, 특출난 기술이나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경쟁이 될까요?
별 다른 일이 없다면, 지금 회사에 쭉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도 알죠.
회사는 언제든지 상황에 따라 저에 대한 처후를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박수칠 때 먼저, 제 발로 떠나는 건 어떨까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떠나서 어디에 당도할 수 있을지가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네요.
그냥... 넋두리 남겨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