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의 좌충우돌하던 신입사원 시절의 썰(1)..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나의 좌충우돌 해외출장기 썰을 하나 풀어본다.
때는 입사2년차.. 조금은 회사 생활에 익숙해져서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도 알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나름의 자존심을 키워가던 시기..
당시는 해외출장도 큰 혜택으로 여기던 시절인데, 갑자기 팀장의 개인사정으로, 대신 일본 출장명령이 떨어졌다. 일본의 경쟁사 공장을 방문해서 그들이 적용하는 작업방식과 장비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파악해오라는, 거의 미션임파서벌(?)급의 오더를 받고는, 출장 1주일 전부터 부담이 커져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어라고는 "곤니찌와" 정도만 하는 수준인데다가 작업 현장에는 가까이 가서도 안되며, 사진도 안되고, 멀찍이서 그것도 차량을 타고 10~20분 잠깐 돌아 볼 수만 있다고 허락받았는데, 어떻게 그들의 생산시스템을 파악하고, 작업공정을 파악해 올수 있을까?..(이건 아마 날 시험하려고?? 하는 생각이....)
생전 처음의 해외여행에 들뜬 기분으로 도착한 일본은 나의 생각보다 훨씬 풍요로웠고(당시 일본경제는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음) 철저히 매뉴얼화 되어 돌아가는 제조업의 기술력과 품질은 놀라웠다.
.. 이리저리 해서 경쟁사 공장에 입성해서, 자동차로 공장을 돌고 있는데, 갑자기 멀찍이 소문으로만 듣던 생산장비가 공장안에 슬쩍 보이길래 급하게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하고, 대책없이 무작정 공장으로 들어갔다(신문에 난 조그만 사진으로만 보던 장비였다).. 공장에는 작업자 1명이 이를 작동시키고 있었는데 (당시 우리회사는 해당공정을 작업자 7 ~8명이 수작업으로 작업 중이었음)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가져다대고 사진을 찍었다.
아차, 그런데, 내가 사진찍는 것을 바라보던 작업자가 다가와서 뭐라고 말을 건네었다..
아마 "넌 누구냐?, 이 장비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이런 말이었을 것이다.
나는 당황해서 일어와 영어, 한국어를 섞어가며 땀을 뻘뻘 흘리며 이런저런 변명도 하고, 사과도 하면서 관련 책임자가 오기를 한시간 반 가량을 기다렸다.
일본어 통역관이 있었지만, 기술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재일교포 라서 제대로 의사전달이 되지 않았고, 한문장을 이야기하는 데도 몇번씩을 이야기를 반복해야 의미가 통했기 때문에, 우리는 마침내 바디랭기지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다. 20~30분이 지나, 커피를 나눠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의 먼 조상이 한국에서 왔고, 동생이 한국사람과 결혼해서 산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나는 본격적으로 작업 공정과 장비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기다리는 한시간 반 동안, 내가 궁금한 대부분에 대한 답을 작업자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난, 마침내 그곳을 나올 무렵에는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한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전화위복이란 이런거야... ㅋㅋㅋ"
이 이야기는 이후 회사의 전설이 되었다..
추가로 에피소드 하나 더..
저녁에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순간 지하철 문이 막 닫히기 시작했고, 온통 머리속에 낮에 있었던 사건만 가득차 있었던 나는, 평소와 같이 후다닥 뛰어가서 지하철에 올라 탔다.
그런데 아차..., 같이 동행하던 가이드는 타지 못했고, 나는 일본어를 거의 몰랐을 뿐만 아니라 호텔이름도 잘 기억 나지 않았다. 지하철은 무심하게 정류장을 떠났지만 난 그때까지도 나 혼자 지하철을 탔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당시에는 일본 지하철에는 영어 표기도 거의 없었고, 영어를 하는 일본인도 극소수 였다)
결국 나는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를 돌고 돌아서 경찰의 도음을 받아서, 약 6시간이 지난 새벽1시가 넘어서야 호텔에 도착했고, 저녁을 굶은채로 잠자리에 들었다...
세상엔 공짜가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