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지인지 코가 맥힌지인지 신봉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음.
그 임원도 그 중 한사람이었음. 미국 엄청 비싼 무슨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 학위 받았다고 함.
젋었을 때 큰기업다니고, 점점 작은 회사로 옮기더니, 10번정도 이직 끝에 급기야 ㅈㅅ CFO로 온 것임.
들어오자 마자, 일하는 방법이랍시고 직원들 다 모아서 그 막힌지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구름을 잡아대고 있음. 목적론적 사고방식이라든가, 엘리베이터 질문이라든가, 모든 3가지 항목으로 하라는 거 그거 있잖아.
그런데 실무는 잼병이었음.
CFO인데 회계를 모름. 그 사람 머릿속에는 제조원가는 변동비, 판관비는 고정비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음. 감가상각비와 외주가공비에 대한 이야기를 설명하면, 왜 그렇게 처리하냐는 질문을 해대며 못알아먹음.
전직원에게 업무스케줄표를 작성하라고 하더니, 한사람씩 불러다가 그 일 하는데 왜 그만큼 시간이 드느냐, 더 줄이지 못하냐고 따지기 시작함.
업무스케줄표도 꼭 CFO가 만든 하드카피 양식이어야 하고, 4분의1로 접어서 왼쪽가슴에 넣고 다니라고 함. 전자 캘린더 인정안함.
자기가 CFO이니, 전부서에도 권한이 있다고 하더니, 다른 생산관리부서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함.
생산쪽 직원들이 직속상사 생산임원에게 꼬질렀고,
생산임원은 회장에게 꼬지름.
그리고 임원회의에서 회장이 CFO에게 호통치며, 도대체 뭘 시켰길래 직원들의 말이 많냐며 지금 당장 회의실에서 나가서 시킨것 가져와보라고 소리지름.
CFO가 썩은 표정으로 회의장 밖에 나가서, 주섬주섬 업무일정표를 챙김.
정작 자기 일정표는 자기 가슴에 없었던 것.
밥먹을 때도 같이 먹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자기 밑에 팀장에게 밥먹으러 가자고 매일같이 조르기 시작함. 팀장은 그 때마다 "네, 이것만 잠깐 하구요" 하면서 딴청만 피움.
모두가 싫어하니, 급기야 전 직원을 모아부름.
그리고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래도 있다면서,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꺼냄.
그리고
6개월만에 업무배제됨.
다른 임원이 나중에 그 CFO 뒷조사를 했음. 그 사람 전직장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전화를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그 사람을 도대체 왜 뽑았냐?"였다고 함.
레퍼런스 체크를 전혀 안하고 뽑았던 것.
그 CFO 짤리고 옮긴 곳이
레퍼런스 전문 인사컨설팅업체 고문으로 갔다고 함.
그 회사도 레퍼런스 체크 안한 듯.
영어는 좀 하더라.
[3줄요약]
1. 컨출신은 CFO시키지 마라
2. 아니, 그냥 뽑지마.
3. 그냥 컨설팅 회사에 계속 다니세요.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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