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과 적성 찾기...
30대 초반에 3번째 회사입니다. 2곳은 대기업, 1곳은 업계에서는 그래도 이름만 대면 아는 잘 알려진 곳입니다.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객관적으로만 봤을 때는 이직이 잦았으나 완전히 실패한 커리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브하고 안일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대기업 조직생활이나, 최소 지금까지 해왔던 투자나 전략, 기획 등의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할 줄 아는게 많지 않고 전문성도 없습니다. 대학교는 탑이라고 여겨지는 곳을 졸업했지만 무난한 문과 전공이었고, 하고 싶은게 뭔지 몰라서 다들 가는 대기업에서 가장 멋있고 중요해보이는 직무로 운좋게 입사했습니다.
몇 년 간 노력을 해봤습니다. 팀을 바꿔보고, 회사를 바꿔보고, 직무에 조금씩 변화를 줬습니다. 쉬어도 보고, 공부도 해보고,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비슷한 환경으로 돌아와서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만 하고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제가 좀 한심하네요 이제는.
정답이 있는 줄 알고 살아왔었는데 정답이란 건 없고, 제 적성에 맞는 일이 뭔지 조금 더 폭넓고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은 제 잘못이겠죠? 너무 정형화된 좋은 고등학교 - 좋은 대학교 - 모두 아는 대기업의 길이 당연하고 맞다고 생각하고, 사실상 할 줄 아는게 없는 빈 껍데기의 길을 걸어온 저 스스로가 답답하고, 그래도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하겠으면서도 자괴감을 느낍니다.
전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느낀 적도 많고요. 물론 그런 일들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걸 알고, 절대 제가 지금 하는 일보다 쉽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전혀 다른 직업과 커리어를 배제한 채 살아온 것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지금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가 두렵고 너무 리스크가 크다고 느껴집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는 저 자신이 답답합니다. 대기업에서의 회사 생활이 적성에 맞고, 본인 일에 만족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많지 않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제가 배부른 소리 하고 있는 것일수도 있다는 것도요. 하지만 졸업하고 입사한 이후로부터 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이런 고민과 질문과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과 실망감에 선후배님들의 고견을 혹시라도 가능하면 구하고자 긴 글 일기 적듯 써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