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진료기록관리
오늘 스타트업 관련 기사들을 뒤지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닥터테일이라는 회사가 반려동물의 진료기록을 관리하는 앱을 출시했고, 이 스타트업이 최근 블루포인트파트너스라는 엑셀러레이터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였다. 회사는 우리나라에 있지만 타겟시장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미국인 것이 특이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이 반려동물시장이 더 클 것 같기도 하고 미국이 워낙 의료비나 약값도 비싸니 설득력 있는 타겟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닥터테일의 서비스 내용은 반려동물 의료기록을 닥터테일 서버에 저장해서 동물의 보호자가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의료기록 자체가 의미가 있기 보다는 나중에 동물이 아프거나 해서 다시 진료를 받아야 할 때 미리 저장된 의료기록을 수의사에게 공유함으로써 동물의 상태를 빠르게 진단하고, 진단결과에 따라 간단한 처치나 처방을 내리거나 동물병원으로 내원이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하고, 내원하여 진료를 하는 경우에도 기록을 참고해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앱이 가치를 제공한다. 이렇게 해서 응급처치를 통해 동물을 살릴 수도 있고 병원내원에 따른 시간낭비나 진료비도 줄일 수 있고 내원시에 진료효과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차계부고, 다음 든 생각은 원격의료. 마지막은 반려동물 진료기록도 개인정보인가 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자동차 없는 집이 많을까 반려동물 없는 집이 많을까? 반려동물 관련해서 닥터테일이 제공하는 서비스 같은 것을 자동차에 제공하는 서비스도 이미 있을지 모르겠다. 현대차라고 현대차 정비소만 다니는 것이 아니고 정비소에 가지 않을 정도의 고장이나 이상상황도 생기는데 이런 점검이력, 정비이력을 잘 정리해 두었다가 나중에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아는 정비사에게 보내서 보게 하면 비용절감이 상당할 것 같다.
그런데 차계부의 맹점은 귀차니즘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도 운전 오래 하면서 차를 바꿀 때마다 차계부도 만들고 자동차 관리앱도 깔면서 ‘제때제때 오일 갈고 오래 타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자동차정비를 받으면 ‘엔진오일 갈았다’, ‘브레이크 패드 갈았다’ 등등 정비내역을 처음 몇 번 앱에 등록할 뿐 어느 시점부터 정비내역서는 글로브박스에만 쌓일 뿐이다. 또 자동차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보통의 차주는 차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해도 정비사만큼 기술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그러니 자동차의 이상증상이나 정비내역을 차주가 기재한다고 해도 정확도가 낮거나 누락이 있을 수 있다. 자동차 정비내역이나 진단내역을 정비사가 직접 등록하지 않고 차주가 등록하게 되면 번역오류가 생겨서 나중에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정비사에게 보여주어도 큰 의미가 없다. 만약 어떤 정비소든 정비할 때마다 정비내역을 자동으로 내 자동차관리앱에 업로드 시켜주고 그 앱을 통해서 다른 정비소와 정비이력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면 관리가 훨씬 잘 될 것 같다. 신문기사상으로는 닥터테일은 반려동물 보호자가 요청하면 동물병원이 직접 진료기록을 닥터테일 메일로 보낸다고 하니 귀차니즘을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다(사물인터넷기술을 이용해서 동물에 부착된 센서로부터 동물의 상태가 자동으로 닥터테일 서버에 전송되는 것도 되면 좋겠지만 오늘은 논외).
다음은 원격진료. 최근 코로나 19 펜데믹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원격상담이 허용되고 있지만 예외고,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의료인(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및 간호사)은 다른 의료인을 상대로 하는 경우(제34조)를 제외하고는 환자를 상대로는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 내에서만 의료업을 행할 수 있고 이를 벗어난 원격의료는 금지된다. 그런데 수의사법을 찾아보니 수의사법 제17조에는 원격의료금지조항이 없다(의료법 제17조, 수의사법 제12조에는 직접 환자 또는 동물을 진료한 의료인, 수의사가 아니면 진단서나 처방전을 발급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원격진료와는 다른 문제다. 대리처방도 그렇고!). 그런데 신문기사를 찾아보니 최근 마사회에서 말에 대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는 기사가 있다. 그렇다면 동물의 경우에도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원격진료가 일반화되지는 않았다는 의미인데 왜 그랬을까. 수의업계에서도 의료업계에서처럼 원격진료 허용여부 관련해서 의사측과 환자측(원격의료 관련 장비나 앱 등 사업을 하는 쪽 포함) 사이의 논쟁이 있었나?
마지막으로 개인정보.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기록은 그 동물의 의료기록이기도 하지만 주인의 개인정보도 포함될 수 있다. 예컨대 ‘홍길동이 2021.12. 26.에 00병원에서 반려견 멍멍이에게 백내장 수술을 시켰다’는 내용은 보호자의 개인정보가 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정보주체인 개인의 이름, 동선 등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동물병원이 진료를 접수할 때, 진료기록을 메일로 보낼 때, 다음에 그 반려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가 그 진료기록을 받아서 열람할 때 개인정보의 취득, 사용과 제3자 제공에 관해서 법위반이 발생하지 않게 세심하게 챙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닥터테일의 경우는 미국시장에서 취득한 개인정보이면 GDPR상 역외제공도 신경써야 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사용자들의 귀차니즘을 자극할 수 있겠다. 이런 내용을 앱 자체에 반영해서 반려동물 보호자나 동물병원이나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면 좋을 것 같다(사람에게 주민번호가 있고 자동차에 차대번호가 있는 것처럼 반려동물마다 염기서열로 ‘고유화’ 시켜두고 반려동물 진료기록에서 보호자에 관한 정보는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도 가능할텐데 조금 지나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