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팀장, 4번째, 우울한 이유
제 얘기 들어보실래요. 잠이 안와서 쓰게 된 긴 얘기예요. 두서 없을테지만…. 그러니까요. 저는 총 네개의 회사를 다니며 팀장이었어요. 근데 엄밀히 팀장 역할은 해본 적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관리나 조직관리보다 광고 효율, 마케팅 효과 등 실무를 벗어난 적이 없으니까요.
팀원일 때는 3년씩 다녔어요. 6년 경력으로 이직한 회사에서 팀내 고연차라 어쩌다보니 팀장으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고요.
✅ 1라운드
자사몰 런칭 부터 홈쇼핑 업무까지. 업무가 너무 많아서 지인을 데려왔고, 총 4명팀에서 초보 팀장 근무
실무를 놓지 못했어요. 그러니 각자 피드백 주고 제 업무 시작은 늘 퇴근이후고, 정시 퇴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아닌데 싶고, 팀장은 어떻게 일하는 건가 싶었지만. 그 때는 성과도 나고 예산도 있어서 재밌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비트코인 폭등 도미노로 사업부가 축소 되면서 하루 아침에 잘렸거든요. 그게 10개월 근무했습니다.
✅ 2라운드
제가 아쉬운 상황이라 오퍼 온 회사로 이직했어요. 오프라인 위주 외식업체고 자사몰을 막 만든 곳이었어요. 이제 마케팅을 하자. 이렇게 되어 제가 채용된 거였죠. 좋아하는 상품이었어요. 팀장이긴 했으나 같은 직무가 없어서 실무자였습니다. 초기 ROAS 300%로 성과 미쳤는데, 이건 진짜 제 능력보다는 운빨이었다고 생각해요. 근데 대표가 광고하면 10배는 나야 계속하지 않겠냐면서 쪼으니까 저는 타부서에 타이트한 일정으로 업무 요청하고, 야근없는 회사에서 야근하게되고.. 안되어 있으면 저도 쪼게 되면서 제작부서와 다툼이 있었어요. 수습 하루 전날 종료 통보 하더라고요. 회사 조직문화와 맞지 않는다면서.
수습종료는 처음이라 진짜 자존감 떨어졌었어요. 대표가 대행사 계약도 했대요. 오프라인에 집중하며, 새로 채용하지 않았고 그 자사몰은 없어졌어요.
✅ 3라운드
그 후에 식품 커머스로 이직했는데, 마케팅 4명 중 한 분만 남아 있었고 2주 뒤 퇴사였어요. 팀 빌딩부터 해야하는 곳이었고, 면접을 열심히 봤는데 운이 너무 좋게 각 파트 능력자들로 3명을 채울 수 있었어요.
엑셀신이자 메이저 대행사 출신, 대기업 계열 브랜드 마케터, 기획전 담당할 엠디까지. 제 내트워크로는 이정도 능력 있으신 분들 못데려왔을 것 같거든요. 팀원 너무 예뻤고, 그 친구들도 회사 너무 좋다고 하고. 연 예산 10억은 되니까 신나게 성과낼 일만 남았는데. 그 와중에 회사가 투자를 받아서 임원2분이 오셨어요. 한 분은 한 회사 30년 근무고 한 분 이력은 공개하지 않았어요.
그 중 비공개된 20년 이상의 임원 한 분이 마케팅으로 온다길래 설렘반 걱정반 이었는데, 처음부터 마케팅팀(특히 저)을 마음에 안들어했어요. 업무롤을 이따위로 구분하는 경우가 어디냐고 하셔서 저야 뭐가 잘못된건지 모르니 수정하겠디고 물어봐도 그걸 자기가 왜 알려줘야하냐고 되묻고요. 소리치고 쪽주고. 마케팅팀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자르네 마네. 제가 이의 제기하니까 자기는 임원으로 조직 권한 받고 왔고 너한테 설명할 이유 없다고 했어요. 팀장 새로 뽑겠다고 자리 팀원자리로 옮기라고 하고. 그 사이에 제가 채용한 능력자 대행사 친구는 스트레스 받아서 못다니겠다고 한달만에 나가고. 더 황당한건 임원이 새로 뽑았다고 새로운 팀장 출근 공지 났는데, 입사 안함. 한 명은 타부서로 옮기라고하고, 한 명에게는 앞으로 넌 엠디다 하고. 기존 엠디는 영업팀으로 보내고 그렇게 4명이었던 마케팅팀이 저혼자가 됨.
개발부장님이 진짜 너무 좋은 분이셔서 다 잘될 거 같았거든요. 이탈 제대로 안보이는거 다 오류 잡고, 샵도 자동피드 안되는거 자동으로 바꾸고… 이제 된다 싶은 딱 그 시점에 그 사단이 나니까. 이제 팀원은 저 혼자고. 저한테 실무부터 보고까지 혼자하라고 하고 업무마다 쪽 주는데… 버틸 재간이 없더라고요. 출근하기 싫고 진짜 사고났으면 좋겠고. 버텨야하는 건 알았지만.. 그래서 못하겠다고 하고 퇴사했어요.
두달 후 였나 근황을 들었는데 그 임원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 그리고 기존 마케팅팀으로 왔다가 보직 변경된 분들도 다 나갔다고. 그 사이에도 몇분 들어왔다가 금방퇴사하고 그랬나봐요. 그때 팀 방패가 되어주지 못했으니 마음에 걸렸는데… 퇴사 후 연락해봤지만, 제탓이니 참 미안함 맘.
✅ 4라운드
그렇게 퇴사를 하고, 더 작은 규모인 곳으로 왔어요. 팀 3명인데 동시에 그만둬서 팀빌딩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개별이유…라고 할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좋은 팀원을 만났던 기억이 있으니까. 눈 감고 싶었나봐요. 6개월 간 야근 안한 날 손에 꼽아요. 3명이 아무리 주니어 연차라고 해도 일을 했을텐데. 문서가 없었어요. 작년까지 5명이다가 갑자기 스무명이 된 곳이니까. 그룹웨어는 물론이고 기안 승인 결재도 따로 없었고. 대표가 마케팅팀 제대로 일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저는 경력자니까 그 중에 필요한 일만 해달래요. 경력직은 아무 정보 없이 한 눈에 파악하는 재주가 있나요. 뭘 왜했는지 알아야 판단을 하죠. 광고야 계정보면 되지만. 업무 정리가 안되니 눈에 보이는 거 처리하느라 계속 허덕되는 매일;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것. 이거 하나 보고 왔거든요. 하고 싶은게 뭔지 물어보면 매출을 잘내면 인재가 올거고… 그렇게 확장해서 글로벌 일등을 하는 거래요. 어디서도 회사 정보를 볼 수 없으니 지원자 자체가 없고, 기껏 들어온 5년차는 일못이라 힘들고.
저는 면접 볼 때 회사 사이트 들어가보고 광고 매체 뭐쓰는지 어트리뷰션 툴은 중복없이 세팅되어 있는지 대행쓰는지 짐작해보고 질문을 하는데요, 현회사는 세팅이 좀 이상해서 그걸 수정하면 될 줄 알았어요. 와서보니 기획자 없이 만든 사이트라 사용성 부분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더라고요. 임대몰 호스팅을 썼으면 연동이나 결제이슈는 안생길텐데.
저는 다녔던 기업의 제품, 서비스 다 좋아했어요. 그만둬도 필요하면 이용할 정도는 되는데 여기는… 절대 이용안할 것 같아서. 나가야한다는 건 알겠는데 쉽지 않네요. 옮기면 옮길수록 점점 안좋은 회사로 가게 되니까. 다 이유가 있었지만 그게 반복되는 걸 보면 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들어요. 이제 경력이 조각나서 아직에 너무 불리하고, 여길 나간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있는게 아니라 요즘 너무 잠이 안와요.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우울해요.회사보는 눈이 없는 건지. 저는 일복도 많은 사람인데, 고생만 하고 성과도 하나도 안나니까 정말 행복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