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이야기 (+ 소소한 쇼핑 팁)
코로나 이후 정말 다양한 트렌드가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명품'이 아니었나 합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글로벌 명품 시장은 주춤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오히려 건국 이래 가장 많은 명품이 판매되었고, 2021년 기준으로 세계 7위의 명품 소비 대국이 되었으니까요. 대한민국은 지금, 그야말로 '명품의 시대'가 아닌가 합니다.
에르메스, 샤넬, 롤렉스같이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셀린, 보테가베네타같이 트렌디한 브랜드들, 크림과 무신사의 싸움으로 시장을 달군 피어 오브 갓처럼 스트릿에서 명품 수준으로 떠오른 핫한 브랜드들, 남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끈 스톤아일랜드와 톰브라운은 물론이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아미와 메종키츠네까지 정말 다양한 브랜드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지난 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온라인 명품 플랫폼들의 마케팅 경쟁이 이런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 시켜 주지 않았나 합니다.
국내에서 거래액이 가장 큰 온라인 명품 커머스 플랫폼 3대장 '머스트잇'과 '트렌비', '발란'은 셋이 합쳐 지난해 1조라는 어마어마한 거래액을 기록했습니다. 16조 원 규모의 국내 명품 시장에서 세 업체 만으로도 6% 이상을 차지하게 된 거죠. 게다가 올해는 각각 1조의 목표를 가지고 달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온라인 명품 커머스들까지 합치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꽤 커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발란 광고 모델 김혜수 배우님의 대사 "명품을 백화점에서 왜 사?"라는 말처럼 이제 온라인 명품 커머스은 백화점에 버금가는 큰 채널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세 곳 모두 지금까지 수 백억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제품을 구입해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셀러 업체와 고객을 연결하는 오픈마켓 성격의 플랫폼이다 보니 마케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고, 공중파 광고를 포함한 대규모 캠페인을 집행해 큰 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같은 업계에 있는 마케터로서 정말 대단하다 생각하고, 덕분에 자극도 많이 받고, 반성도 하고 그럽니다. (정말 부럽다는 말 입니다.)
이어서 100% 정품으로 차별성을 어필한 '캐치패션' 역시 배우 조인성 님을 모델로 한 대규모 캠페인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합니다. 필웨이, 리본즈, 구하다, 디코드, 한스타일 등 다른 명품 플랫폼들도 아마 눈코 뜰 새 없는 한 해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고요. 여기에 무신사도 '무신사 부티크'라는 이름으로 명품 커머스에 진출했고,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도 본격적으로 명품을 거래하며 명품 전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 해는 코로나가 마무리될 것 같다는 기대감 덕분에, 어쩌면 올해는 작년 보다 더 뜨거운 한 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치열한 명품 커머스 전쟁에서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승자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오케이몰'입니다.
거래액 상위 명품 커머스 업체 다섯 곳 중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캐치패션, 오케이몰), 오케이몰만 유일하게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명품 커머스 업계에는 투자금과 잉여자금을 수 백 억씩 소진하는 치열한 마케팅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 와중에도 오케이몰은 내내 흑자였습니다. 게다가 거래액 성장도 다른 업체들에 비해 밀리지 않습니다. 오케이몰이 홈페이지에서 공지한 지난해 거래액은 2,886억이고, 영업이익은 214억입니다. 1~3위에게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강력한 4등'입니다.
다른 곳들과의 차이점은 '구조'입니다. 다른 곳들은 다 거래를 중계하는 '플랫폼'이고, 오케이몰은 모든 제품을 사입해서 판매하는 '쇼핑몰'입니다. 그래서 남들이 거래액을 키워 플랫폼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싸움을 할 때, 홀로 싸게 사서 이익을 남겨 판매하는 진짜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케이몰은 머스트잇이나 트렌비, 발란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를 '1등 명품 이커머스'라고 이야기 합니다. 백 번 맞는 말이고,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부럽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다른 명품 커머스 플랫폼들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오케이몰은 이런 '플랫폼'들 보다 여기 입점한 '셀러' 업체들에 가까운 구조라, 직접 사서 직접 파니 같은 제품이라도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대비 가격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인들이 명품 구입에 대한 도움을 청하면, 저희 회사 보다 오케이몰에서 먼저 찾아보라고 할 때도 있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명확합니다. 판매하는 브랜드와 제품 종류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습니다. 보통 오픈마켓 형태의 커머스 플랫폼들은 100만 개 이상의 제품이 등록되어 있는데요. 오케이몰은 직접 사입하는 입장이다 보니, 그 정도로 제품을 구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품당 단가도 크다 보니, 안 팔리는 제품이 많아지면 현금 흐름과 재고 관리에 부작용도 클 거고요.
그래서 사고 싶은 제품이 오케이몰에 없으면, 그때 위에서 언급한 명품 커머스 플랫폼 이용을 추천합니다. 신규 가입자에게 주는 쿠폰들을 받아서 구매하면 꽤 합리적인 가격이 나오기도 하고, 카드사 할인까지 받으면 정말 괜찮은 가격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마침 행사까지 하고 있다면 한 번쯤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나 싶습니다. 요즘은 명품이 사치가 아니라 개성과 취향의 표현이기도 하니까요. :)
대신 이런 오픈마켓 방식의 명품 커머스 플랫폼에서는 가품을 조심해야 합니다. 플랫폼은 해당 업체가 직접 제품을 사서 보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입점한 셀러가 가품을 판매해도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 '가품이면 200~300% 보상'이라는 정책을 펼치는데, 이 제도는 '구매한 사람이 가품인지 알아내지 못하면 보상도 못 받는다'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플랫폼을 이용하실 때는 실제로 판매하는 업체의 정보를 보고 결정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어느 정도 업력도 있고, 후기도 많고, 해당 플랫폼에서 오래 장사해 온 곳이면 가품을 팔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더라고요. 가품을 팔다 걸리면 플랫폼에서 큰 페널티를 받고 비즈니스에도 전반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규모가 크거나 오래된 셀러 업체일수록 가품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살짝살짝 이야기했지만, 저도 지금 명품 플랫폼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머스트잇도 트렌비나 발란도, 캐치패션이나 오케이몰도 아닌 '리본즈'라는 회사입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명품 플랫폼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최근 급부상 중인 대형 플랫폼들에 비해 인지도나 거래액 규모는 상대적으로 약한 곳입니다. 오케이몰과 필웨이에 이어 7위 정도죠. 이렇게 치열한 시장에서 7위 회사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움직여야 할지 솔직히 정말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어떤 선택이 최선일지는 지나 봐야 알겠지만, 현재 리본즈는 명품 렌털 서비스와 중고 명품 시장으로 진출하며 다른 업체들과 조금 다른 방향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명품 커머스와 중고, 그리고 렌털 서비스를 통합으로 운영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고, 감사하게도 이 중 명품 렌털 서비스 '렌트잇'은 국내 명품 렌털 시장에서 1위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명품 커머스와 중고 명품도 함께 운영하다 보니 조금씩 시너지도 발생하고 있고요. 아직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시장을 개척해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에서 '렌트더런웨이'라는 업체가 입증했듯 분명 국내에서도 이 시장이 커질 거라 생각하며 묵묵히 도전하고 있습니다. 시장 규모 자체를 키워간다는 게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하다 보니 그만큼 재미도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가장 조심해야 하는 가품에 대한 리스크도 '아틀리에'라는 전문 감정팀을 운영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품들도 기술력이 자꾸 좋아지다 보니 감정사 분들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다행히 렌털 서비스와 중고 사업을 함께 하며 많은 수의 정품을 운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정사 분들의 역량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오케이몰, 캐치패션, 필웨이, 구하다, 한스타일, 위즈위즈, 골디, 디코드, 젠테, 무신사 부티크, 크림, 구구스, 고이비토, 캉카스백화점, 애트니, 엑스클로젯, 턴백, 여연, 클로젯셰어, 에이블랑, 시리즈에잇,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까지, 제가 하나 하나 이야기 하지 못했지만 명품 비즈니스 잘 하는 곳이 참 많습니다. 파페치, 마이테레사, 미스터포터, 렌트더런웨이,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처럼 멋진 해외 업체도 많고, 국내에서도 점차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요. 점점 성장하고, 치열해지는 시장인 만큼 재미있게 지켜보고, 그 속에서 명품도 한 번씩 즐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아직 시장이 작고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써 보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명품 렌탈 서비스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누구나 원하는 명품을 써볼 수 있게, 명품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하자'는 목표로 운영 중인 서비스라 부담없이 가볍게 구경해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
https://www.reebonz.co.kr/page/rentit-gu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