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최근들어 피상적으로 그려지는 소설들보다는 인생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인문소설들에 손이 더 많이 간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채사장이 쓴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라는 책을 최근에 접했다. 채사장은 복잡하고 난해한 세상의 여러가지 현상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명쾌하게 갈라 이해하기 쉽게 번역해주는 일종의 통역가이다. 나보다 나이도 어린사람이 어찌 그렇게 많은 지식을 갖고 그것들을 이해하기 쉽게 통편집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내보일 수 있는지..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으로도 유명한 채사장은 지식만 알기쉽게 전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가 그 문장력 또한 훌륭하다고 느끼게 한 계기가 이 책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이다.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내내 아려오고 어느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까지 흘렀다. 사실 처음에 급히 읽을 때는 뭐 별로 느낌도 없고 이상한 소년병 이야기가 나오고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근데 아쉬움이 나마 한번 두번 세번 읽을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얻어지는 것도 매우 달랐다. 다음은 내가 메모해 놓고 가끔가다 읽었던 가장 인상깊은 구절이다.
이제 지혜로운 입이 열린다. 늙고 초라한 노년의 내가 현재의 젊은 나에게 답한다. 지금 너에게 중요한 것, 그것은 지금의 나에겐 중요하지 않다. 지금의 너는 눈앞의 것들에 마음 쓰고 있다. 네 앞에 서 있는 자들과의 경쟁과, 너의 젊음으로 교환한 화폐와, 타인의 시선과, 체면과 평판, 하지만 그런 것들은 병상에 누워 남은 시간을 가늠하는 나에게는 조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내가 못내 아쉬운 것은,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슬픔과 후회 속에서 안타까워하는 것은, 지금의 네가 하찮다고 느끼는 것들이다. 하찮은 이들. 가족, 친구, 나를 사랑해주던 이들 나는 그때 그들을 돌보지 않았다. 왜 그때는 세상이 그렇게도 거대해 보였는지. 세상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동안, 나는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지 못했고, 그의 맑은 눈동자를 마주하지 못했다. 행운처럼 주어진 맑은 계절에 함께 걷지 못했고, 흐려지는 날이면 함께 울지 못했다. 나는 이제야 이렇게 생각한다.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잠시나마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다른 것이 아니라 아름답던 그의 얼굴을 보고, 그의 손을 잡고, 서로의 어깨에 기댈것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나도모르게 눈물이 났고, 혹시 흐르는 눈물을 누군가 보지 않았을까 나도 모르게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있다. 오랜만에 읽은 가슴에 와닿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