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vs 공제
다들 요즘 정부가.. 세금이.. 많이들 고민하고 계신걸로 압니다.
기부 관련 글인데 뭔 세금 얘기로 시작하냐면,
기부와 세금의 연관성 때문일까요?
아시다시피 기부금 세액 공제는 근로자의 소득 요건의 제한에 따라 해당 과세 기간에 지급한 대상 금액의 15%(1천만 원 초과분 30%, 정치자금의 경우 3천만 원 초과분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해당 과세 기간의 종합소득산출세액에서 공제하죠. 다들 아시죠?
전 몰랐어요 :) 이번에 막내들이 알려주더라구요...
저는 현재 중기업에 소속된 근로자이자, 동시에 소기업 대표입니다. 직원 숫자가 네명밖에 안돼요.
근로자로 다니는 회사에서는 직원들간 협의를 통해 월 몇만원 정도를 급여 지급시에 공제해서 반쯤 의무적으로 보육원 등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처리도 편하고 소득공제시에도 도움이 돼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저래 경제가 흔들리니 신입분들부터 슬슬 실수령액을 깎아먹는 기부금 공제를 꺼려하기 시작하더군요.
반면에 제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서는 기부 문화를 장려하고만 있어요. 힘들때 더 나누는게 마음 따듯하다면서 같이 어디에 얼마, 또 어떤 곳에 안쓰는 물품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던 막내 듀오가 참 감사하더랍니다. (그래도 다음엔 업무시간에 그러지 말아줘ㅠ)
두 회사의 차이는 급여 구간입니다.
중기업 평균 신입 연봉은 세전 4800, 제가 대표로 있는 곳은 이제 2년차지만 5명이 n빵, 작년 기준 3800정도씩 가져가요. 세전은 1000만원 정도 차이납니다. 그런데... 네, 맞아요. 다니는 회사 소득은 24%, 운영하는 회사는 15% 떼갑니다. 더 벌어도 생활수준(유지비요.. 계층 가르려는게 아니고 서울 강남과 경기도의 월 필수지출 비용은 확연히 차이납니다ㅠ)을 유지하는 선에서 보면 막내들 기준에서는 역전현상이 일어나서 기부금 의무찬조에 대한 불만이 나올법했습니다.
오늘 우연히 밖에서 마주친 한 친구 이야기를 듣자하니(미안해 휴일인데 직장상사 만나게 해서 ㅠㅠ) 서울 상경해서 회사 다니면서 집도 절도 가구도 가전제품도 없으니 월 50~70만원 옵션달린 오피스텔 월세로 내고, 관리비에 매일 식사비에 일부는 투자 및 적금에 나가다보니, 넷*릭스 혼자 보기도 부담스러워 몇명씩 모아 계정을 공유한다 하네요. 그 와중에 월마다 기부금이라니, 본인이 기부받고 싶다고 ㅎㅎ
날이 갈수록 오르는 세금, 보험료, 공과금, 교통비, 임차비용, 세금 등등. 저도 버거운데 갓 독립한 20대 초반 친구들은 어떠할까요.. 많이 번다고 고향친구들이 부러워한다는데, 사실 취업 후 첫 10년은 제 20대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길일 것 같아 문득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도 기부하는 삶을 꿈꿨지만 이번에 청약통장을 만들면서 유니세프 자동이체를 해지신청했다며 민망해하던 얼굴을 마주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구요..
일부 선진국처럼 주변에 기부하는 게 삶의 일부가 되려면 중과세와 누진세보다는 많이 버는 만큼 많이 나누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하루였습니다. 많이 가진 부자들에게 짜내서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조금 가진 사람도 조금 모자란 사람에게 손을 내밀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지도자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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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_
사실 그거보다 전 진짜 맘에 안드는게...
정치자금으로 쓰는 것도 기부로 잡고 공제해준다고...
지금 같아서는 대한민국에서 젤 세금 많이 낭비하는 분야가 정치같은데, 이 작은 나라에 국회의원 300명, 국회 연 예산 1조3천억이 가당키나 한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