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마지막, 이제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요
안녕하세요. 여기에 이런 글을 올리는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답답하고 공허한 심정에 몇 줄 적습니다.
인생의 선배님들, 혹은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고 싶어요.
저는 이제 입사 1년이 조금 안 된 신입입니다. 회사일로 고민하는건 아니고 지금 다니는 회사를 만족하며 감사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사수도 좋은 분이시고 동료분들도 나이스한 분들만 계셔요. 윗 분들도 그 연배의 다른 직장 생활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열려있는 분들이시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백퍼센트 저와 맞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건 그 분들에게 있어서 저 역시 그러실테니 이 역시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앞으로 제 삶에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냥 현실에 안주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아프셨고 어머니가 집을 나갔는데 운 좋게 할아버지께서 경제적 서포트를 해주셔서 크게 궁핍하지 않게 학교 잘 마쳤습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비교적 역량에 비해 좋은 회사 취직해서 제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으며 직장 생활 감사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건강이 안 좋으셔서 오래 사시지는 못할 것 같고 몇 년 정도 더 사실지는 모르겠으나 병원비 감당이 어려울 정도는 아닙니다. 회사 복지가 잘 되어 있어서요. 아버지께서 30년 전에 구입하신 집값도 엄청 올라서 걱정도 크게 없구요...
그런데 문제는 이제 아무 것도 하기가 싫다는 점이에요. 연애도, 결혼도, 취미도 다 귀찮습니다. 직장생활 꼬박꼬박 성실히 해나가지만 엄청난 성과를 내고싶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냥 제 맡은 일 정도를 실수 없이 해내면 족합니다. 현재의 안정된 삶까지 도착하는 과정이 부족한 저에겐 너무 버거웠어서 이제 겨우 얻은 이 안정은 어떤 것에도 내어주고 싶지 않습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제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든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그대로 유지시키고 싶어요.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수준의 행복에 도달했는데, 지금 이 수준만 유지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데, 아직도 제 나이는 30도 되지 않았고 세상은 젊은 청년에게 기대하는게 많은 듯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더 노력할 기운이 없어요. 지쳐버린 듯 합니다.
목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지금 제 상황이 제 목표였던 것 같아요.
소개팅도 들어오고 또래 이성 만나보라는 주변의 조언도 많이 듣지만 그것도 크게 내키지 않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지켜도 비위는 맞추기 싫고, 결혼 같은 제도를 생각하면 배우자의 부모, 집안까지 신경 써야한다고 생각하니 생각만해도 성가십니다...
이런 성격의 사람도 있고, 괜찮은 걸까요? 혹시 저만 그런걸까요? 여러분들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