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해도 머리아픈 제 첫직장 썰(1).txt
주말인데 코로나라 할 일도 없고,
갑자기 신입시절 생각이 나서 써봅니다.
썰이지만 기업문화에 대해서도 시사점이 많은 것 같아 게시판 성격에도 맞는 것 같고(맞겠죠?)
---
어중간한 대학의 애매한 경영학과를 나온 저. 그런 저도 드디어 졸업반이 됐습니다. 취업을 하고자 채용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기 시작했죠.
비루한 스펙밖에 없었습니다. 토익 900점 겨우 턱걸이, 컴활, (알바같은) 인턴 2개월, 대외활동 하나...
그제서야 진지하게 취업을 고민하게 됐고 선배들이 간 길을 보니 거의 영업직으로 빠지더군요
영업사원은 좋은 직업이지만 저하고는 너무 안맞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도 잘 못하고..
대체 나는 무슨 일을 하며 돈을 벌어 먹어야 할까 생각하며 매일 채용 공고를 뒤졌습니다
그러다 어떤 스타트업이 눈에 들어왔어요
온라인 광고를 많이 해서 이름은 낯익은 곳이었죠.
JD를 보는데 왠걸, 자격 요건이 진짜 쉬워 보이는 겁니다. 마케팅 쪽이었는데 대충 '컨텐츠 많이 보는, 감각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같은 느낌이었어요.
나름 페북 초창기부터 이것 저것 페이지 만들고 팔로워 모으고 이런데는 나름대로 재주가 있었어서(지금은 아니지만 그때는 이런게 능력이 될거라 생각 못했던...) 지원했는데, 채용이 정말 일사천리로 진행되더군요. 개판인 서류를 냈는데도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어요.
첫 면접 기억 나시나요? 엄청 떨리잖아요. 저는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전날 잠이 안 오더군요. 다음날 정장도 엄청 차려입고 그 회사로 갔습니다
면접을 보러 갔는데... ㅎㅎㅎ 한 15분 봤나? 팀장님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인상이 굉장히 좋았어요. 덩치가 무척 크신데 활짝 웃어주셔서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습니다. 그분과 대화하는데 제 미천한 경험이 마음에 든건지 인상이 마음에 든건지 '우린 이미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스타트업이란 곳의 면접은 이렇게 프리하구나 싶기도 했고. 뭔 말만하면 빵빵 터지시고 한마디만 하면 고개를 끄덕끄덕끄덕... 우리 팀에 들어와만 준다면 뭐든 주겠다.. 거의 이 정도의 애티튜드.. 왜 그러셨는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2차 면접도 1차 면접 끝나고 30분 뒤에 봤는데 비슷했고요.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돼서 어안이 벙벙했죠. 다들 취업이 어렵다고 난린데 사실은 아닌가? 아니면 나에게 나도 모르던 매력이나 재능이 있는 건가... 연봉이나 처우도 나쁘지 않은 곳이었거든요.
어쨌거나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잘해보려고 나름 노력했습니다. 남들보다 일찍 나와서 하루를 시작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 늦게까지 남아 업무를 파악하려 하고.. 생각보다 적응도 빨리 되는 듯 했습니다. 스타트업답게 자유로운 분위기, 열정적이고 친절한 사람들...
하지만 그게 아주아주아주 겉면의 모습이란 걸 그때는 몰랐죠. 입사한지 딱 3주 되던날, 저를 면접봤던 인상좋은 팀장님이 갑자기 커피 한잔 하자고 하시더군요. 커피를 시키고 앉자마자 팀장님이 꺼내신 말. "저 짤렸어요." 얼마나 막막했는지 모릅니다. 그 팀은 팀장님과 저 두 명으로 구성돼 있었거든요. 저 혼자 남은거죠.. 첫직장 입사 3주만에..
반응이 괜찮으면 좀 더 써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