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빼고 다 하는 직원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지금 지방으로 출장와서 모텔방에서 뒹굴다가 갑자기 커뮤니티 글들을 읽다가 한번 용기내어 글을 적어봅니다.
2017년 행정직 신입사원으로 스타트업은 아니지만 체계가 많이 없는 주먹구구식 it 업체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운영하던 해외직구 쇼핑몰을 관리하다가, 어느순간 정부지원사업 관리에 지원서 접수, 인사 총무, 회계법인에게 자료 전달, 각종 물건 구입 및 개발 소통, 고객사 상담, 개발 요구사항 조율, 고객사 미팅 99% 참여, 앱 화면 기획, 학습용 데이터 구축 관리, 지금은 대학교 교육에서 서비스 소개 수준이지만 짧게나마 강의도 했네요.
각종 인사 업무, 직원 근태 관리, 신입사원 교육, 법인 등기 신청.... 등등등 진짜 개발 빼고 항상 전부 다한다고 말하고 다닙니다.
사실 개발도 2달 정도 했었어요. 컴공과를 그래도 좋은 학점으로 졸업했지만 개발은 영 하기가 싫기도 해서 막 잘하고 그러진 않았어요.
윗 분들이 퇴사하면서 제가 자연스럽게 업무를 떠맡게 되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안 하는 게 있다면 마케팅, 대면 영업 정도겠네요. 홈페이지 홍보나 회사 소개 자료도 조금씩 만들긴 하지만요.
최근 2~3년 동안은 회사가 힘들어서 닥치는 대로 개발 용역을 받다보니 관리할 고객사들도 많고, 혼자서 감당이 너무 안돼서 번아웃 비슷하게 의욕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보다 대표님이 더 밤낮없이 일하시고 힘든 걸 뻔히 알아서 사실 투정도 못 부려봤고요.
이런 업무를 하면서 사실 빠지면 안되는 박힌 돌이 된 것 같아 이직의 생각을 하면서도 뚜렷한 준비는 안 하고 있습니다. 급여는 연차에 비해, 중소에 비해 많이 받는 편이긴 한데 그 동기부여의 힘도 많이 약해진 듯한 느낌을 요즘에 많이 받습니다.
요즘 직장인답지 않게, 제 성격도 있겠지만 안정적인 걸 좋아해서 맡은 일이나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합니다.
회사 사정이 항상 어렵고 불안한데 떠나고 싶기도, 예전에 대표님이 말씀하신 떠나면 안된다는 말이 족쇄처럼 저를 붙잡는 느낌도 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떤 생각이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냥 한번도 꺼내보지 않은 생각을 여기에라도 풀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네요.
너무 글이 길어졌는데, 그냥 공감해주시는 분이라도 있다면 좋겠고, 어떤 말이라도 의견을 들어보고 싶네요.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추가------
제가 5년차에도 글을 썼었군요... 완전 잊고 살았는데, 지금이 8년차인데 나아진 게 있나 싶어서 속이 좀 쓰리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