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느껴요~"가 CF카피였다고? (feat. C음료&성장의 역설)
혹시 여러분은 "난 느껴요"라는 카피를 보신 적이 있나요? 이 카피는 다름아닌 1988년~1990년 C음료 광고 캠페인의 카피로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와 신드롬을 일으켰던 광고에서 사용되었습니다. 이 카피는 단순히 글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상당히 매력적인 CM송, 지금들어도 전혀 후지지 않은 CM송의 가사 일부분으로 사용되었고 해당 광고는 광고 컨셉의 신선함, 당시로서는 아주 시대를 앞서간 모델들의 비주얼이나 스타일,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출, 경쾌하고 중독성 있는 CM송, 광고 자체의 완성도 등으로 광고로서도 성공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에 비해 영상컨텐츠라는 것이 드물었던 시대에 굉장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컨텐츠였습니다.
잠시 보실까요?
※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R3HVHsKvXbM
특히 신인모델이었던 심혜진 배우는 이 광고캠페인의 히로인이었는데 당시에 전형적으로 이목구비가 오목조목하게 예쁜 미녀 배우나 스타들과는 다르게 시원스러운 미소에 늘씬한 맵시로 도시적인 세련미를 어필하는 모습으로 센세이셔널한 인기와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물론 광고 자체의 퀄리티가 당대로서는 워낙 독보적이긴 했지만 심혜진 배우의 매력과 자연스러운 연기가 광고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이 광고 캠페인의 특별한 점은 동일한 CM송을 가지고 각기 다른 테마로 수많은 모델들이 등장하는 여러 편의 광고를 제작하여 연속적으로 전파를 탔다는 것인데요. 물론 동일한 CM송으로 연작의 CF를 내는 것은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CM송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여러가지 다양한 테마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편 한편 뽑아내는 것은 정말 기가 막히다 싶을 정도의 퍼포먼스였습니다.
그런데 이 광고캠페인에는 한 가지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은 유튜브 등이 발달해서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야기인데요.
사실 이 광고캠페인은 일본의 C음료 광고 캠페인의 컨셉과 설정, CM송 등을 그대로 차용, 그리고 어느 정도의 로컬라이제이션을 더하여 전개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CM송은 그냥 번안곡이라고 보면 되고, 많은 편이 일본 광고의 설정이나 분위기를 상당히 유사하게 따라서 제작되었고 일부의 컷은 국내 고유의 것도 있지만, 완전히 동일한 장면, 기본적인 분위기나 연출 등이 상당히 유사한 장면 들이 다수였습니다. 물론 88올림픽 특별편 같은 예외도 있지만 그건 그야말로 예외적인 경우입니다.(CM송도 조금 더 다른 느낌으로 편곡)
잠시 한번 보실까요?
※ 유튜브 링크 : https://youtu.be/rpEnmWcSYWU
혹시 일본 광고를 표절한거냐? 라는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아닙니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당시 일본 굴지의 광고회사 D사에서 제작한 일본 C음료 광고캠페인이 너무나 훌륭해서 그때도 무려 글로벌 기업이었던 C음료 본사에서 동북아 C음료 광고는 일본 것을 가지고 로컬라이제이션해서 전개하라..라고 지시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국내 광고에이전시 O사에서 제작한 것이 바로 한국의 C음료 캠페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광고캠페인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분명히 1980년대 중후반의 광고인데 광고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생활의 모습, 소위 생활수준이나 여가, 문화생활 등이 요즘과 다를 바 없고 어떤 면에서는 좀 더 앞서있기까지 합니다. 단순히 양적인 지표에서가 아니라 삶을 즐기는 여유나 태도 같은 측면에서는 지금도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위화감마저 느끼게 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듯이 광고가 반드시 당대 사람들의 생활이나 경제 수준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는 구매력이 높은 사람들의 모습을 반영하는 경향도 있고 실제보다는 다소 과장되게 현실을 묘사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일부 최고급 명품 광고나 고가 제품 광고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 당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모습, 적어도 지향하거나 동경하는 삶의 모습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광고를 볼 때 이런 의문점이 듭니다. 당시(1980년대 후반) 대비 우리의 삶은 얼마나 질적으로 향상되었나? 과연 GDP가 성장한만큼, 경제가 성장한만큼 우리의 삶은 질적으로 좋아졌나? 우리의 살림살이는 정말 나아졌나?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들게 합니다.
물론 상술한 일본의 C음료 광고는 일본 버블 경제의 정점,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일본 도쿄의 땅을 전부 팔면 미국의 땅을 모두 살 수 있다고 하는, BMW가 긴자 코롤라 소리를 듣고, 일본 고등학생들이 뉴욕이나 호주로 수학여행을 가던 시절에 나온 광고이고, 한국의 것은 거기에는 조금도 미치지 못했지만 상당한 호황과 경제성장의 시대(물론 사회경제적인 문제가 많았지만)에 나온 것임을 감안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일본의 버블이 꺼진 후 "잃어버린 30년"까지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도 양적인 면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아닐 겁니다. 즉, 양의 문제가 아닌 질의 문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양과 숫자 위주의 성장과 발전의 결과를 가지고 경제적 성취를 자축하는 이면에, 과연 우리의 삶의 실제로 질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더 풍요로워지고 여유로워졌는지, 여유롭다는 것이 단순히 편하고 널널한 삶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삶과 가치, 인간성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보고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높아지는 생산성의 이면에, 높아진 생산성으로 더 여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좀 더 바빠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깨톡으로 다른 대륙에 있는 친구에게도 금새 소식을 전할 수 있지만, 반대로 예전처럼 어쩌면 어떤 사정으로 내가 부친 편지가 전달되지 못했을지 모른다고 막연한 기대를 하기보단, 내가 보낸 깨톡에 답장이 없는 그 사람을 더욱 조바심 내며 기다리게 되지는 않았을까? 우리의 고민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성장과 성취의 산물들이 삶을 좀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해 주는 방향으로 활용되기를 마음으로 기대해 봅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BGM : "난 느껴요" CM & 일본판 CM "I FEEL COKE"☆
https://youtu.be/R3HVHsKvXbM
https://youtu.be/rpEnmWcSYW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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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pp.rmbr.in/BEXKjeT83n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