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보면 열을 안다.
골프에 대한 인기가 연일 상승 중이다. 골프 회원권의 가격 상승이나 늘어나는 스크린골프장의 수를 봐도 그렇고, 골프 관련 프로그램에 유명 연예인이 나오는 걸 봐도 그렇다.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골프인이 늘어나는 트렌드는 굉장히 반길 일이나,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저 사람이랑은 다신 골프 같이 안 칠래.'
'골프를 대체 누구한테 배운 거야?'
<골프 꼭 쳐야 돼?> 편에서도 얘기했듯이, 골프라는 운동은 태생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운동이다. 공도 작을뿐더러 그 공을 맞혀야 하는 클럽도 드라이버를 제외하면 너무 작아서 방향이나 거리를 맞추기는커녕 클럽 헤드 가운데에 맞추기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똑바로 서서 치는 것도 아니고 옆으로 서서 치다 보니 어색하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초집중'해야 되는 운동이다.
이렇게 집중을 요할 수밖에 없는 운동이다 보니, 매너는 필수다. 그도 그럴 것이 매너 없는 행동 하나 때문에 한 번 신경이 쓰이면, 그 마음 상태가 다음 샷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쳐도 잘 맞기 힘든데, 신경까지 곤두 서면 잘 쳐질 리가 만무하다. 내로남불인 골퍼를 만나면 정말 그날은 쫑쳤다 생각하는 편이 낫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는데, 골프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력은 비록 안 좋아도, 매너가 좋으면 동반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운동이 골프다. 비매너 플레이로 이겨봤자란 소리다. 과열경쟁이 골프에도 스며든 것 같아 안타깝지만, 적어도 골프는 결과만 중시하는 운동은 아니다. 스코어보단 과정이고, 과정의 핵심은 매너다.
술은 어른한테 배우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젠 골프도 그에 포함됐으면 한다. 술이나 골프나 잘못 배우면 민폐 끼치기 딱 좋다. 동반자의 OB에 대놓고 낄낄 거리는 부류, 백스윙 올라갔을 때 헛기침을 하는 부류, 퍼팅하는데 일부러 소리 내서 얘기하는 부류 등 민폐 캐릭터들은 차고 넘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잘 칠 자신은 없으니 동반자들만 못 치게 만들면 그만인 건지. 하긴. 매너 없는 사람 중에 잘 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력 없는 건 이해해도 매너 없는 플레이는 이해는커녕 다음 라운딩을 매너 좋게 거절당하기 딱 좋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골프를 보면 열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