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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찾다
등대 안은 조용했다. 창밖 파도 소리와 그녀가 영상 편집 화면을 넘기는 소리만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남자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도 영상 올리네.” 그녀는 놀란 듯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가 금세 웃어버렸다. “깜짝이야.” “여기 있을 줄 알았어.” “어떻게?” “그냥.” 남자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오래 좋아한 사람은 이상할 만큼 자주 찾게 되는 장소들이 생기니까. 그녀는 다시 홀로그램 화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짧은 여행 영상이었다. 해안도로, 노을, 웃고 있는 아이 아바타. 그리고 잠깐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손. 남자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퀘스트 획득이라 오늘 안 올리면 안 돼.” “알아.” “생각보다 귀찮아 이거.” 남자는 피식 웃었다. “근데 엄청 열심히 하잖아.” “보상 받았으니까 해야지.”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보상을 받았으니까 해야 한다. 남자는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마치 관계도 언젠가부터 의무처럼 유지되어온 건 아닐까 싶어서. 잠시 후 그녀의 알림창이 울렸다. 아주 짧은 시스템음. 그녀 표정이 순간 굳었다. “왜?” 남자가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은 채 메시지창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남자는 봤다. 화면 한쪽에 떠 있던 붉은 문장. [접속 기록 동기화 완료] 그녀는 괜히 웃으며 말했다. “요즘 아르카디아 이상해.” “무슨 뜻이야?” “자꾸 접속 기록 추적한다고 하잖아.” 남자는 그녀를 바라봤다. “아직도 그거 신경 써?” 그녀는 대답 대신 창밖 바다를 봤다. 푸른 달빛이 파도 위로 흔들리고 있었다. “너는 안 무서워?” 한참 뒤 그녀가 물었다. “뭐가.” “다.” 그 말엔 설명이 없었지만 남자는 이상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들키는 것. 무너지는 것. 잃는 것. 그리고 계속 좋아하게 되는 것까지. 남자는 천천히 난간 쪽으로 걸어갔다. 등대 아래로 끝없는 바다가 보였다. 물론 진짜 바다는 아니었다.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파도였고, 설계된 달빛이었고, 가짜 바람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 세계 안에서의 감정만큼은 진짜 같았다. 그녀가 낮게 말했다. “나 요즘 일부러 접속 덜 해.”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아.” “화났어?” 남자는 한참 뒤 웃었다. “예전엔 화났지.” “지금은?” “요즘은… 그냥 좀 서글퍼.”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 또 그 말이었다. 짧고, 쉽고, 그래서 더 어려운 말. 남자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물었다. “근데 왜 꼭 사라질 것처럼 굴어?”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손끝으로 컵 가장자리만 만지작거렸다. 한참 뒤 그녀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여기 있으면…” “….” “현실이 자꾸 흐려져.” 등대 안 공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남자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처음엔 그냥 숨 쉬는 기분이었어.” “….” “근데 어느 순간부터 여기가 진짜 같아지고, 현실은 버티는 곳 같아지더라.” 그녀는 웃으려 했지만 잘 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게 무서워.” 남자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자신은 이 세계 안에서 점점 더 그녀를 현실처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는 이 세계 때문에 현실을 잃어갈까 봐 두려워졌다는 걸. 둘 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전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던 거였다. 그때였다. 띠링. 이번엔 남자의 알림창이 울렸다. [SYSTEM NOTICE] 사용자 보호 정책 업데이트 예정. 고위험 감정 연결 계정 모니터링 강화. 남자는 천천히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아르카디아 자체가 두 사람을 조금씩 로그아웃시키려는 것처럼.~
어찌생각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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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만 봤다. ONLINE. 단 세 글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장이 예전처럼 뛰진 않았다. 반가움보다 먼저 든 건 설명하기 어려운 조용한 긴장이었다. 마치 오래 잠들어 있던 도시의 불빛이 갑자기 다시 켜진 느낌. 맞은편 여자는 남자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왔네.” 남자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자주 이래요?” “누가?”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는 거.” 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사람은 원래 그래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말 떠난 사람은 조용히 삭제돼요.”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근데 계속 접속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못 떠나는 거야.”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친구창을 다시 열었다. 그녀의 상태 메시지는 비어 있었다. 예전 같으면 이미 귓속말을 보냈을 것이다. 어디 있었어? 괜찮아? 보고 싶었어. 하지만 이상하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그냥 화면 속 초록불만 바라봤다. 살아 있는 신호처럼. “안 가봐요?” 여자가 물었다. “어디를요?” “찾으러.” 남자는 웃었다. “아르카디아 엄청 넓어요.” “그래도 늘 가는 곳은 정해져 있잖아.” 그 말에 남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늘 비슷한 장소에 머물렀다. 새벽 시장 서버. 해안 전망 맵. 그리고 서버 17구역. 특히 비 오는 날엔 거의 항상 여기였다. 남자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가 웃으며 물었다. “이름 안 물어봐요?” 남자는 코트를 집어 들며 대답했다. “다시 볼 거 같아서요.” 여자는 한동안 웃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못 떠나는 사람들끼리는 결국 또 만나더라.” 카페 문이 열리자 축축한 공기가 밀려왔다. 플랫폼엔 희미한 안개가 깔려 있었고, 머리 위 전광판엔 다음 열차 정보가 떠 있었다. [00:40 / 해안지구 행]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그 행선지를 바라봤다. 해안지구.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서버 중 하나였다. “바다 소리 들으면 좀 덜 외롭거든.” 예전에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열차 안은 조용했다. 몇몇 유저들이 창가에 앉아 있었지만 대부분 말이 없었다. 아르카디아의 새벽 열차는 늘 그랬다. 다들 무언가를 잊기 위해 이동하거나, 누군가를 떠올리기 위해 떠도는 사람들 같았다. 남자는 창밖을 바라봤다. 네온 간판들이 비에 번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게 아니었다. 확인하러 가는 거였다. 아직도 그녀가 자신과 같은 세계 안에 남아 있는지. 해안지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푸른 인공 달빛, 잔잔한 파도 효과음, 멀리 떠 있는 유람선들의 불빛. 이 서버는 실제 커플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손을 잡고 걷는 아바타들이 곳곳에 보였다. 남자는 괜히 고개를 돌렸다. 예전엔 그녀와 이곳을 자주 걸었다. 둘은 늘 해변 끝 오래된 등대까지 갔고, 그녀는 꼭 거기서 바다를 한참 바라보곤 했다. “현실 바다는 냄새 나잖아.” 그녀가 웃으며 말하면, 남자는 늘 대답했다. “여긴 안 나?” “여긴 거짓말이니까.” 등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남자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철제 계단이 삐걱거리는 효과음이 울렸다. 그리고 마지막 문을 여는 순간,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등대 창가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흰 코트. 긴 밤색 머리. 그리고 아주 익숙한 뒷모습. 그녀였다. 그녀는 아직 남자를 보지 못한 듯했다. 창밖 바다를 바라본 채 작은 홀로그램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영상 편집 창. 오늘 올릴 릴스 같은 것이었다. 남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를 찾고 싶었던 건 맞는데, 막상 눈앞에 있으니 갑자기 모든 말이 사라졌다. 그때였다. 그녀가 화면을 내리며 아주 작게 한숨 쉬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피곤하다.” 그 짧은 목소리가 이상할 만큼 현실적이었다. 남자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늘 그녀를 ‘멀어지는 사람’으로만 생각했지, 그녀 역시 지쳐가고 있다는 건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고...
어찌생각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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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13분. 아르카디아의 비는 오늘도 규칙적으로 내리고 있었다. 서버 17구역 기차역 카페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새벽 시간대엔 늘 그랬다. 접속자 대부분은 현실의 잠을 포기한 사람들이었고, 그중에서도 이 구역까지 흘러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남자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익숙한 자리. 익숙한 빗소리. 익숙한 빈 의자. 그리고 익숙하게도, 그녀는 오늘도 접속하지 않았다. 남자는 습관처럼 친구 목록을 새로고침했다. OFFLINE. 한 시간 전에도, 십 분 전에도 보던 단어였다. 그는 괜히 웃었다. 예전엔 저 단어 하나만 봐도 마음이 철렁했는데, 요즘은 이상하게 덤덤해지는 순간들이 생겼다. 체념과 적응은 생각보다 가까운 감정이었다. 카페 스피커에선 오래된 피아노 곡이 흘러나왔다. 남자는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낯선 사람 하나를 발견했다. 여자였다. 검은 코트 차림의 아바타. 그녀는 카페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망설임 없이 맞은편 빈 의자에 앉았다. 바로… 그녀가 늘 앉던 자리였다. 남자는 순간 미간을 좁혔다. “여기 자리 있어요?” 여자가 먼저 물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 남자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누군가 그 자리에 앉는 게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곧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공용 자리니까요.” 여자는 작게 웃었다. “근데 표정은 아닌 거 같은데.” 남자는 아무 말 못 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밖엔 비가 내리고, 열차 안내 전광판엔 존재하지 않는 도시 이름들이 흘러갔다. 루멘. 에델. 세레니아. 모두 아르카디아 안에만 존재하는 가상 도시들이었다. 여자는 창밖을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누구 기다려요?” 남자는 무심한 척 대답했다. “그런 건 아니고요.”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 “다들?” “이 시간에 여기 오는 사람들.” 그녀는 메뉴판도 보지 않고 커피를 주문했다. 바닐라 라떼. 남자는 순간 손끝이 멈췄다. “…그 메뉴 좋아하세요?” 여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누가 맨날 마시던 거 봐서.” 남자는 천천히 그녀를 바라봤다. “혹시…” 여자는 웃었다. “아. 오해는 하지 말고. 당신 생각하는 그 사람은 아니에요.” 그녀는 컵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만지며 말을 이었다. “근데 자주 봤어요.”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누구를요?” “흰 코트 입은 여자.” 심장이 아주 천천히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아는 사람이에요?” 남자가 물었다. 여자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안다고 하긴 애매하고.” “그럼요?” “그 사람… 원래 여기 오래 있었거든.” 남자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여자는 창밖 비를 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혼자 오래 못 있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 “근데 어느 순간부터 자꾸 접속 끊기더라.”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켜쥐었다. 여자는 남자를 힐끗 바라봤다. “당신 때문이었구나.” “뭐가요?” “그 사람이 계속 돌아오던 이유.” 카페 안 공기가 이상하게 조용해졌다. 멀리서 기차 지나가는 효과음만 희미하게 울렸다. 여자는 작게 웃었다. “근데 신기하네.” “뭐가요?” “당신 아직 여기 있잖아.” 남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가 떠난 뒤에도 계속 같은 장소를 맴도는 자신이 갑자기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그때였다. 띠링. 익숙한 알림음. 남자의 시선이 허공으로 떠오른 메시지창에 멈췄다. [SYSTEM NOTICE] 사용자 ‘Lune_402’ 접속. 그 순간 남자의 심장이 세게 흔들렸다. Lune_402. 그녀의 아이디였다. 남자는 거의 반사적으로 친구 목록을 열었다. ONLINE. 초록불이 켜져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어찌생각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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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밤 2
그날 이후에도 남자는 여전히 아르카디아에 접속했다. 끝났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끝난 사람처럼 로그아웃하지는 못했다. 희한한 일이었다. 사람 마음은 완전히 무너졌을 때보다 애매하게 남아 있을 때 더 오래 머무는 법이었다. 서버 17구역의 카페는 여전했다. 고장 난 간판, 비에 젖은 플랫폼, 벽면에 붙은 오래된 여행 포스터. 달라진 게 있다면 단 하나였다. 이제 남자는 창가 자리에 앉으면 무의식적으로 맞은편 의자를 먼저 바라봤다. 그곳엔 늘 그녀가 있었으니까.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쥔 채, 창밖을 보며 조용히 웃던 사람. 그녀는 접속 빈도가 줄었지만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가끔 새벽 두 시쯤 온라인 표시가 떴고, 짧은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늘 비 온다.” 혹은 “잠이 안 와.” 남자는 그 짧은 문장들만으로도 심장이 이상하게 조용해지는 걸 느꼈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찾고 있었다. 다만 예전처럼 삶 전체를 기대듯 다가오진 않을 뿐이었다. 어느 새벽이었다. 남자가 카페 창가에 앉아 있을 때 플랫폼 입구 자동문이 열렸다. 익숙한 흰 코트. 그녀였다. 남자는 놀란 얼굴로 바라봤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맞은편에 앉았다. “오랜만이네.” “그러게.” 둘 사이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스피커에선 느린 재즈 음악이 흘렀고, 창밖엔 인공 비가 떨어졌다. 그녀는 메뉴판도 보지 않고 말했다. “바닐라 라떼 아직 있나?” 남자는 피식 웃었다. “너 맨날 그거만 마셨잖아.” “사람 입맛 쉽게 안 변해.”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창밖만 바라봤다. 그러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도 여기 자주 와?” 남자는 대답 대신 웃었다. “너야말로 아직도 접속하네.” 그녀도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예전보다 훨씬 조용했다. 마치 서로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사람들 같았다. “요즘은 어때?” 그녀가 물었다. 남자는 한참 대답하지 못했다.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 같았고, 힘들다고 하면 그녀를 붙잡는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결국 그는 컵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냥… 적응 중.”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짧은 대화였지만 그 말 안엔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아직 좋아한다는 것. 하지만 예전처럼 달려갈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그걸 둘 다 알고 있다는 것. 그날 그녀는 두 시간 정도 머물렀다. 별 이야기 없었다. 새로운 여행 서버 이야기, 이벤트 후기, 최근 업데이트된 배경음악 이야기. 아주 평범한 대화들. 그런데도 남자는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예전엔 늘 사랑을 확인받고 싶었다. 왜 연락 없었는지, 왜 멀어졌는지, 왜 자신만 더 아픈 것 같은지. 하지만 이제 그는 안다. 모든 관계가 반드시 처음 같은 온도로 남는 건 아니라는 걸. 새벽 네 시가 가까워졌을 때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야겠다.” 남자는 무심한 척 물었다. “다시 올 거야?”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웃었다. “아르카디아 안 망하면?” “그럼 계속 오겠네.” “글쎄.” 그녀는 코트를 여미고 플랫폼 쪽으로 걸어갔다. 자동문이 열리기 직전, 그녀가 잠깐 뒤돌아봤다. “있잖아.” “응?” “네가 아직 여기 있어서… 가끔은 다행이야.” 문이 닫혔다. 남자는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창밖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카페 안은 조용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외롭진 않았다. 사라지는 관계도, 멀어지는 사람도, 어쩌면 완전히 없어지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서로의 세계 가장자리에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남게 되는 것뿐인지도.
어찌생각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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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밤..
그냥 끄적여 보는 글입니다...ㅎ 아르카디아의 밤 비가 내리는 도시였다. 정확히는, 비가 내리도록 설계된 도시였다. 가상현실 플랫폼 ‘아르카디아’의 밤은 언제나 축축한 네온빛으로 반짝였다. ​ 누군가는 현실을 잊기 위해 접속했고, 누군가는 현실에서조차 가질 수 없던 이름 하나를 얻기 위해 이곳에 머물렀다. 남자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나타났다. ​ 서버 17구역 끝, 폐쇄된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작은 카페. 간판 불빛은 늘 한 글자씩 고장 나 있었고, 창밖에는 비가 쏟아졌고, 스피커에선 오래된 재즈 음악이 낮게 흘렀다. 그곳이 그녀와 처음 마주친 장소였다. 그녀의 아바타는 이상할 만큼 현실적이었다. 짙은 밤색 머리카락, 조금 느린 말투, 그리고 웃을 때마다 아주 작게 흔들리는 눈빛까지. 그녀는 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남자가 처음 말을 건 건 정말 별 의미 없는 이유였다. “비 좋아하세요?” 그녀는 창밖을 보다가 웃었다. “싫어해요.” “근데 왜 계속 보고 있어요?” “싫어하는 건 오래 보게 되잖아요.” 그날 이후 남자는 매일 그 카페로 갔다. 아르카디아 안에는 시간이 없었다. 현실의 새벽 두 시도, 출근 전 불안한 아침도, 아이 울음소리도, 부부 싸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그곳엔 둘만 아는 루틴이 있었다. 그녀는 접속하자마자 늘 말했다. “왔어?” 남자는 그 한마디를 좋아했다.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사람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기다려지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으니까. 그들은 별것 아닌 이야기들을 오래 나눴다. 오늘 먹은 음식, 어릴 적 좋아하던 만화, 잠이 오지 않는 이유, 문득 죽고 싶었던 밤들. 현실에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그들은 가상세계의 비 내리는 카페 안에서 천천히 꺼내놓았다. 어느 날 그녀가 말했다. “우린 참 이상하다.” “뭐가?” “현실에선 서로 존재하지도 않는데… 여기선 하루의 끝이 서로잖아.” 남자는 웃었다. “그럼 됐지 뭐.” 하지만 그녀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늘 먼저 끝을 보는 사람이었다. ​ 시간이 흐르며 남자는 그녀를 점점 더 현실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다. 그녀가 접속하지 않는 밤이면 그는 괜히 친구 목록을 새로고침했다. 온라인 표시 하나에 안도했고, 짧은 메시지 하나에 하루 기분이 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였다. 그녀의 접속 시간이 불규칙해지기 시작한 건. “요즘은 좀 조심해야 해.”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아르카디아 기록 추적한대.” 남자는 웃었다. “여긴 가상세계잖아.” “그래도 사람은 현실에서 살아.”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로그아웃했다. 그날 카페엔 비가 평소보다 더 크게 내렸다. 그 이후 그녀는 달라졌다. 예전엔 먼저 귓속말을 보내왔는데, 이젠 남자가 말을 걸어야 답이 왔다. “잘 자”는 사라졌고, “보고 싶다”는 말 대신 짧은 상태 메시지만 남았다. ‘오늘은 접속 어려움.’ 남자는 점점 불안해졌다. 혹시 마음이 식은 걸까. 아니면 누군가 생긴 걸까. 하지만 그녀 프로필은 여전히 활발했다. 새로운 여행 맵 기록, 이벤트 영상, 그녀는 여전히 아르카디아 안을 살아가고 있었다. 단지, 예전처럼 자신과 함께하지 않을 뿐이었다. 며칠 후 그녀는 새로운 이벤트 지역에 접속했다. ‘경계 없는 해안 도시’. 현실 부부 유저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 서버였다.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했고, 커플 퀘스트 보상이 많았다. 그녀는 영상 하나를 올렸다. 황금빛 바다, 잔잔한 음악, 두 사람 몫으로 놓인 저녁 식사. 그리고 짧은 문장. “데이트 코스 같네.” 남자는 그 영상을 세 번쯤 보다 꺼버렸다. 가슴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예전 같으면 화가 났을 것이다. 왜 저런 말을 굳이 하지? 왜 나를 아프게 하지? 하지만 그날은 이상하리만큼 체념한 사람처럼 웃음이 났다. 그는 혼자 서버 17구역으로 돌아갔다. 폐쇄된 기차역 카페. 늘 둘이 앉던 창가 자리.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스피커에선 오래된 음악이 흘렀다. 남자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그녀를 사랑한 게 아니라, 그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사랑했던 건지도 모른다고. 매일 이어지던 루틴. “왔어?” “잘 자.” “오늘 힘들었어.” 그 작은 반복들이 자기 삶을 버티게 만들었다는 걸. 860일째 되는 밤이었다. 남자는 혼자 카페에 앉아 있었다. 창밖엔 인공 비가 내렸고, 빈 잔엔 식어버린 커피만 남아 있었다. 그때 오랜만에 알림이 떴다. “안 자?” 그는 한참 답장을 쓰지 못했다. 수없이 지웠다가, 겨우 한 줄을 남겼다. “응. 그냥 여기 있었어.” 한참 뒤 그녀가 답했다. “미안.” 그 짧은 두 글자가 이상하게도 가장 긴 문장처럼 느껴졌다. 남자는 천천히 창밖을 바라봤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알 것 같았다. 어떤 관계는 거대한 사건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천천히 접속 시간을 줄이고, 다른 한 사람이 그 빈 접속창을 오래 바라보게 될 때, 그때부터 이미 끝을 향해 흘러가기 시작한다는 걸...
어찌생각
0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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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카셰어링 수요 조사
합리적인 비용으로 원하는 시간만큼 카셰어링할 수 있다면 타보고 싶은 차량은?
베베코코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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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24시간 후쿠오카 여행 후기
안녕하세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후기는 처음이네요 ㅎㅎ 와이프와 딸 둘과 함께 후쿠오카 1박 2일 여행중입니다. 어제 아침 9시 도착해서 오늘 오후 중에 돌아가는 일정이라 실 체류 시간은 24시간 정도네요.. 애들이랑 같이와서 어제 첫 행선지는 아쿠아리움이었습니다. 후쿠오카 아쿠아리움은 페리타면 20분 정도, JR로 가면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데 페리가 1시간에 한대 뿐이라 갈때는 JR을 타고 갔습니다. 아쿠아리움은 펭귄쇼, 돌고래쇼 등이 있고 안에 있는 식당은 돌고래 모양 밥을 주는 등 애들이 딱 좋아할 취향이었습니다. 특히 돌고래쇼가 국내에서는 동물 보호를 위해 더 이상 볼 수 없는지라 너무 좋았네요. 돌고래쇼를 보니 다시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네요 ㅋㅋ 어제 돌아다니는데에 2500엔 주고 일일 패스를 샀는데 버스 전철 페리 다 탈 수 있긴 한데, 하필이면 아쿠아리움에서 출발하는 페리는 페리 회사가 달라서 못 탄다 그러더라구요;; 일일 패스가 모든 교통 수단이 다 된데서 샀는데 왜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페리가 안되는지 조금 아쉬웠습니다.. 결국 한 정거장 더 가서 다른 페리 선착장에서 페리 타고 돌아왔네요. 아쿠아리움이 이번 여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좋았네요. 돌아와서는 숙소 체크인 하고 오호리 공원, 커널시티, 야시장 등 돌아보고 숙소와서 애들 재우고 이치란 본점도 갔네요 ㅎㅎ 오늘은 주변 쇼핑하고 돌아갈듯 합니다 모두들 한주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지적인공대생
0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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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 좋은듯
워케이션 좋은듯 가평 더글램에서 했는데 굿
뿌앙뿌앙잉
0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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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홀덤
여의도나 종로, 강남 등에서 소소하게 즐기시는 홀덤 모임 있으신가용??
FCFF
0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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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나 pt 연습할만한 소모임이 있을까요?
최근 들어 스피치, pt 등 실시할 기회가 많아졌는데, 확실히 부족함이 많은 것 같아요. 아직 주니어급인데, 임원분들 포함한 시니어들 앞에서 발표를 자주하는 업무 환경에 있습니다 ㅠㅠ 혹시 스피치, pt 관련 소모임이나 스터디 아시는 분 계실지 문의드립니다.
Trippy
억대연봉
0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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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1번 창녕
오늘 아시는 농장주분 만났는데 소나무 판다고 혹시 소개좀 하라고해서 혹시나해서 여기 올려봅니다. 5천만원이라하시네요 특징: 거북이등껍질, 반갓
김현재 | 그린트레이더
0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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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다 남편이 죽여버리겠다고 했어요
말다툼하다가 차에서 내리라고 하길래 내렸어요 근데 전화해서 어디냐고 화를 내더니 전화를 끊어버리고 안받았어요 계속 전화를 하길래 받았어요 근데 죽여버리겠다고 어디냐고 소리 지르길래 너무 무서웠어요 이혼해야하나 고민되요 내가 그렇게 싫었던거고 왜 내가 그런소리를 들어야할까요 실수라고 말 취소한다고 하는데 저는 너무 속상하고 상처 받아서 계속 화를 냈어요 했던말 또 한다고 또 화를 내더군요 사과했는면 되지
외로움이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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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셀프세차 취미이신분 계신가요?
작년에 차 사고 한두번 셀프세차 해보다보니 점점 재밌어져서 계속 셀프세차만 하는데요 보통 외부만 하다가 최근 들어 내부 세차도 해보는데 순서가 이게 맞나 싶어서요. 외부 세차는 고압수 -> 스노우폼 -> 휠세척 -> 고압수세척 -> 카샴푸 미트질 -> 고압수 세척 -> 에어건으로 날리고 -> 물기닦고 -> 유리 세정 -> 유리발수코팅 -> 차체 물왁스 이렇게 하는데 일단 이게 순서가 맞나? 싶긴 해요 대충 맞는거같긴한데.. 문제는 다 하고 내부세차 넘어간 다음인데 내부세차하려고 문열고 트렁크 열고 하면 틈새에 못닦은 물기가 흘러내리거나 문틀에 껴있던 내부 먼지나 오염물질이 빠지면서 기껏 왁스칠해놓은 외부가 다 더러워져요 처음에 내부세차부터 해야하는건가요?? 내부 세차 할때 바닥 먼지나 그런건 한다 쳐도 문틀사이나 탈때 발닿는곳, 시트 가죽이랑 차내 플라스틱 각종 내부의 무언가들 등등 은 뭐로 닦아야하는거죠..? 아무리 찾아봐도 외부세차 하고 내부세차 하는거 같던데... 발매트도 첨에 일단 빼놓고 세탁 하고 다시 넣으려니까 하나도 안말라서 에어건으로 하루 죙일 쏴재꼈는데 이게 맞나 싶어요 아 참고로 제가 가는 세차장은 드라잉존 따로 없이 그자리에서 세차 ~ 드라잉 다 하는 곳이에요 (시간제로 고압수/스노우폼/에어건/진공청소기 무제한 이용)
해외여행가고싶다
쌍 따봉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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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회사근처 vs 집 근처
곧 헬스권이 끝나가서 고민이 큽니다 회사가 곧 이사가서 집에서 40-50분거리 되는데 회사 근처 헬스장을 잡고 운동 하고 씻고 집오는게 나을지 집근처로 잡고 편하게 다니는게 좋을지 고민입니다 !!! 집근처는 헬스장이 다 너무 비싸고 회사 근처는 되게 싼데 씻어야하니까 락커가 필수인거같아요 뭐가 나을까용..?
3918481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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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칩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있다. 한정된 공간에 100명의 유저가 떨어지고, 공간이 줄어드는 과정 속에서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유저 또는 팀이 우승을 하는 게임이다. 우승을 하기위한 가장 일반적인 시나리오는 주변의 적들을 제거하며, 안전 구역까지 무사히 이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에는 블루칩 소생이라는 특별한 룰이 하나 있다. 팀원 중 한명이 죽었을 때, 그 팀원의 블루칩(팀원 시체에 있는 군번줄 같은 것)을 획득하여 특정한 장소로 이동하면 부활을 시킬 수 있다. 블루칩 소생은 남은 팀원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팀원의 블루칩을 획득할 때 적진을 침투해야 할 수도, 부활을 위해 자신의 체력을 깎으며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팀원이 죽고, 블루칩 소생은 새로운 게임의 목표가 된다. 어쩌면 게임의 우승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리고 그 블루칩소생을 하면서 겪게 되는 갖은 고난들이, 우승을 위한 시나리오보다 더욱 흥미진진할 때도 있다. 누군가 크게 아프거나 다쳐 남은 가족의 긴 시간 케어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들의 희생에 감탄하면서도, 남은 저 가족들은 원래 저렇게 착한 사람들인걸까? 나였으면 가능했을까? 가족을 그렇게 사랑했나? 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를 해보니, 그들의 인생목표가 우승에서 블루칩소생으로 바뀐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남은 가족이라면, 나 또한 블루칩소생을 남은 인생의 목표로 삼아야지. 내가 가족의 긴 케어가 필요하다면, 자책 또는 삶의 포기보단 그들의 블루칩 소생을 열심히 응원해야지.
ramos
05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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