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2

05월 23일 | 조회수 170
어찌생각

남자는 한동안 화면을 바라만 봤다. ONLINE. 단 세 글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장이 예전처럼 뛰진 않았다. 반가움보다 먼저 든 건 설명하기 어려운 조용한 긴장이었다. 마치 오래 잠들어 있던 도시의 불빛이 갑자기 다시 켜진 느낌. 맞은편 여자는 남자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왔네.” 남자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자주 이래요?” “누가?”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는 거.” 여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사람은 원래 그래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말 떠난 사람은 조용히 삭제돼요.”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근데 계속 접속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못 떠나는 거야.”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친구창을 다시 열었다. 그녀의 상태 메시지는 비어 있었다. 예전 같으면 이미 귓속말을 보냈을 것이다. 어디 있었어? 괜찮아? 보고 싶었어. 하지만 이상하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그냥 화면 속 초록불만 바라봤다. 살아 있는 신호처럼. “안 가봐요?” 여자가 물었다. “어디를요?” “찾으러.” 남자는 웃었다. “아르카디아 엄청 넓어요.” “그래도 늘 가는 곳은 정해져 있잖아.” 그 말에 남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늘 비슷한 장소에 머물렀다. 새벽 시장 서버. 해안 전망 맵. 그리고 서버 17구역. 특히 비 오는 날엔 거의 항상 여기였다. 남자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자가 웃으며 물었다. “이름 안 물어봐요?” 남자는 코트를 집어 들며 대답했다. “다시 볼 거 같아서요.” 여자는 한동안 웃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못 떠나는 사람들끼리는 결국 또 만나더라.” 카페 문이 열리자 축축한 공기가 밀려왔다. 플랫폼엔 희미한 안개가 깔려 있었고, 머리 위 전광판엔 다음 열차 정보가 떠 있었다. [00:40 / 해안지구 행]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그 행선지를 바라봤다. 해안지구.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서버 중 하나였다. “바다 소리 들으면 좀 덜 외롭거든.” 예전에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열차 안은 조용했다. 몇몇 유저들이 창가에 앉아 있었지만 대부분 말이 없었다. 아르카디아의 새벽 열차는 늘 그랬다. 다들 무언가를 잊기 위해 이동하거나, 누군가를 떠올리기 위해 떠도는 사람들 같았다. 남자는 창밖을 바라봤다. 네온 간판들이 비에 번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게 아니었다. 확인하러 가는 거였다. 아직도 그녀가 자신과 같은 세계 안에 남아 있는지. 해안지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푸른 인공 달빛, 잔잔한 파도 효과음, 멀리 떠 있는 유람선들의 불빛. 이 서버는 실제 커플 유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손을 잡고 걷는 아바타들이 곳곳에 보였다. 남자는 괜히 고개를 돌렸다. 예전엔 그녀와 이곳을 자주 걸었다. 둘은 늘 해변 끝 오래된 등대까지 갔고, 그녀는 꼭 거기서 바다를 한참 바라보곤 했다. “현실 바다는 냄새 나잖아.” 그녀가 웃으며 말하면, 남자는 늘 대답했다. “여긴 안 나?” “여긴 거짓말이니까.” 등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남자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철제 계단이 삐걱거리는 효과음이 울렸다. 그리고 마지막 문을 여는 순간,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등대 창가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흰 코트. 긴 밤색 머리. 그리고 아주 익숙한 뒷모습. 그녀였다. 그녀는 아직 남자를 보지 못한 듯했다. 창밖 바다를 바라본 채 작은 홀로그램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영상 편집 창. 오늘 올릴 릴스 같은 것이었다. 남자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를 찾고 싶었던 건 맞는데, 막상 눈앞에 있으니 갑자기 모든 말이 사라졌다. 그때였다. 그녀가 화면을 내리며 아주 작게 한숨 쉬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피곤하다.” 그 짧은 목소리가 이상할 만큼 현실적이었다. 남자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은 늘 그녀를 ‘멀어지는 사람’으로만 생각했지, 그녀 역시 지쳐가고 있다는 건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고...

댓글 2
공감순
최신순
    R
    쌍 따봉
    Rien
    억대연봉
    05월 23일
    시작부터 online 3글자아니고 6글자라서 집중못했어요 죄송해요
    시작부터 online 3글자아니고 6글자라서 집중못했어요 죄송해요
    답글 쓰기
    1
    어찌생각
    작성자
    05월 23일
    ㅎㅎ온라인 세글자 이리 표현한건데 아니에요 그럴 수 있죠 그냥 깨작거리는 수준인데요 멀 ㅎ
    ㅎㅎ온라인 세글자 이리 표현한건데 아니에요 그럴 수 있죠 그냥 깨작거리는 수준인데요 멀 ㅎ
    0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회사에서 풀지 못한 고민, 여기서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가 풀지 못한 실무적인 어려움, 사업적인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으셨나요? <리멤버 커뮤니티>는 회원님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입니다. 회원 가입 하고 보다 쉽게 같은 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답글 쓰기
    0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답글 쓰기
    0
추천글
대표전화 : 02-556-4202
06235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34, 5,6,9층
(역삼동, 포스코타워 역삼) (대표자:최재호, 송기홍)
사업자등록번호 : 211-88-81111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2016-서울강남-03104호
| 직업정보제공사업 신고번호: 서울강남 제2019-11호
| 유료직업소개사업 신고번호: 2020-3220237-14-5-00003
| 국외 유료직업소개사업 신고번호: F1200020240004
Copyright Remember & Company All rights reserved.